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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내가 머무는 호텔이 나를 말해준다

호텔이 바뀌고 있다. 호텔의 얼굴인 1층 로비엔 프론트 대신 카페가 자리해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누구나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다. 보석·명품 일색이던 아케이드 대신 인근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옷·소품을 파는 편집숍과 인증사진을 찍고 싶은 갤러리도 있다. 뷔페·중식·일식·양식당 등 판에 박힌 듯 똑같았던 레스토랑 구성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부터 유명 커피 전문점, 태국 레스토랑 등으로 바뀌었다. 규모는 작더라도 개성을 강조했던 부티크 호텔, 세련된 인테리어가 특징이었던 디자인 호텔을 넘어 최근엔 호텔을 찾는 사람의 취향을 대변해주는 라이프 스타일 호텔로 진화하고 있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각 호텔
투숙객만을 위한 공간이었던 로비를 개방해 누구나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구성한 호텔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라이즈 호텔 1층 로비에 입점한 ‘타르틴 베이커리’.

투숙객만을 위한 공간이었던 로비를 개방해 누구나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구성한 호텔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라이즈 호텔 1층 로비에 입점한 ‘타르틴 베이커리’.

 
호텔, 모두에게 문을 열다
지난 5월 서울 홍대입구역 사거리에 문을 연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이하 라이즈 호텔)’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핫한 호텔로 꼽힌다. 한 달 만에 3~4개의 특급호텔이 문을 여는 요즘, 라이즈 호텔이 눈길을 끄는 건 기존의 호텔과 전혀 다른 구성 때문이다. 호텔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1층부터 기존 호텔 풍경과 확연히 다르다. 대로에 있는 건물은 큰 통유리창으로 돼 있어 거리를 지나는 누구나 호텔 안을 들여다 보고 편하게 들어올 수 있다.
체크인 업무를 하는 프론트는 2층으로 올라가고, 대신 1층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베이커리 ‘타르틴’ 커피바와 토스트바가 자리잡았다. 7일 오후에 찾은 호텔 1층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트북을 펴놓고 업무를 보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윤회 라이즈 호텔 대표는 “홍대 앞은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지역으로 그 흐름이 호텔 내부에서도 자연스럽게 순환할 수 있도록 저층부를 퍼블릭 공간으로 구성했다.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홍대 앞 특유의 힙스터들이 모이고, 호텔을 찾은 외국인들은 현지인과 자연스럽게 섞여 이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의 로비를 활짝 열어 핫플레이스로 만든 대표적인 곳은 에이스(ACE) 호텔 뉴욕이다. 이곳 로비에는 편안한 빈티지 소파, 대형 책상, 무료 와이파이가 연결해 있어 투숙객이 아닌 누구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뉴욕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 스텀프타운커피와 칵테일 바까지 있어 밤낮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호텔, 복합문화 공간이 되다
과거 호텔에서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자는 일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었다. 하지만 호텔 이용객이 크게 늘면서 높게만 느껴졌던 문턱이 낮아졌다. SNS에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보편화하면서 호텔 역시 개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자리한 것. 최근 호텔들이 사진만으로 호텔의 캐릭터를 알아채도록 유니크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유다. 7월 퇴계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인근에 들어서는 ‘레스케이프 호텔’은 파리의 유명 부티크 호텔인 ‘코스테(Costes)’의 디자인을 맡았던 자크 가르시아에게 실내 디자인을 맡겼다. 강렬한 붉은 색상이 시선을 사로잡는 레스케이프의 객실은 개관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호텔을 채우는 콘텐트도 다양해졌다. 『서울사회학』의 공동 저자이자 도시 발전사를 연구해온 김미영씨는 “요즘 사람들은 숙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놀고 마시고 즐기기 위해 호텔에 간다”며 “호텔이 핫한 소비 공간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높아지는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호텔의 콘텐트도 더욱 다채로워졌다. 레스케이프 김주영 마케팅 매니저는 “개인의 취향이 확고한 고객들은 점점 더 높은 수준의 디자인과 서비스, 경험을 원한다”며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개성있는 호텔이 많이 생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요즘 호텔은 숙박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콘텐트를 담아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① ② 라이즈 호텔은 호텔 내 일반적인 뷔페 대신 타이 레스토랑 ‘롱침’을 입점시켰다. 2층에는 홍대 앞 특유의 스트리트 패션문화를 반영한 편집숍 ‘웍스아웃’이 있다. ③ ④ 도쿄에 있는 ‘호텔 코에’는 호텔을 넘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1층 카페와 2층의 패션 편집숍. ⑤ 도쿄 ‘트렁크 호텔’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공간인 꼬치구이집.

요즘 호텔은 숙박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콘텐트를 담아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① ② 라이즈 호텔은 호텔 내 일반적인 뷔페 대신 타이 레스토랑 ‘롱침’을 입점시켰다. 2층에는 홍대 앞 특유의 스트리트 패션문화를 반영한 편집숍 ‘웍스아웃’이 있다. ③ ④ 도쿄에 있는 ‘호텔 코에’는 호텔을 넘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1층 카페와 2층의 패션 편집숍. ⑤ 도쿄 ‘트렁크 호텔’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공간인 꼬치구이집.

실제로 요즘 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호텔로 꼽히는 도쿄의 ‘호텔 코에’는 1층엔 카페·레스토랑, 2층엔 패션 편집숍이 있고, 본격적인 호텔 시스템은 3층부터 시작돼 호텔 건물 전체가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처럼 느껴진다. 에이스호텔 뉴욕 1층에도 뉴욕의 유명 패션 편집숍 ‘오프닝 세리머니’가 들어와 있다.
라이즈 호텔은 2층에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 ‘웍스아웃’을 입점시켰다. 호텔 아케이드하면 떠올리는 명품 숍 대신, 홍대 상권에 어울리는 힙합스타일의 브랜드를 들여놓은 것. 지하 1층 ‘아라리오 갤러리’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문윤회 라이즈 호텔 대표는 “커피, 식사, 미술 감상 등을 즐기며 호텔 안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음악이나 전시 등 호텔의 개성이 담긴 예술 콘텐트도 호텔의 달라진 모습에 한몫 한다. 1991년 문을 연 파리의 호텔 코스테는 지금까지도 파리에서 가장 힙하고 섹시한 호텔로 꼽힌다. 붉은 벨벳으로 장식한 가구와 새빨간 장미, 깜깜한 1층은 호텔 로비보다는 고급 클럽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DJ 스테판 폼푸냑이 코스테만을 위해 제작한 음악은 호텔에 있는 시간을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호텔, 뷔페를 버리다
호텔 내 식음업장의 수익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해온 게 뷔페 레스토랑이다. 실제로 서비스와 레스토랑 규모를 축소해 실리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호텔도 뷔페 레스토랑만은 포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문을 연 라이프 스타일 호텔들의 선택은 과감해 보이기까지 한다. 뷔페 레스토랑을 버리고 대신 이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택했다. 이는 취향이 확실한 트렌드 세터들을 매료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트렌드를 주도하는 밀레니얼(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 세대가 타깃이다.
⑥ ⑦ 세계적인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가 디자인한 '레스케이프'의 아틀리에 스위트 객실. 강렬한 붉은색을 사용해 관능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⑧ 뉴욕 에이스 호텔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프론트. 체크인은 물론 숍의 기능도 함께한다. ⑨'에이스 호텔' 1층은 스텀프타운커피를 비롯해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 투숙객이 아니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⑥ ⑦ 세계적인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가 디자인한 '레스케이프'의 아틀리에 스위트 객실. 강렬한 붉은색을 사용해 관능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⑧ 뉴욕 에이스 호텔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프론트. 체크인은 물론 숍의 기능도 함께한다. ⑨'에이스 호텔' 1층은 스텀프타운커피를 비롯해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 투숙객이 아니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한국·일본·괌 운영 총괄 김덕승 상무는 “자기중심적 경험에 가치를 두는 밀레니얼 그룹의 등장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촬영장이었을 법한 화려한 호텔보다 오늘 자신이 사는 모습을 더욱 쿨하게 SNS에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호텔 내부 아케이드의 보석 가게보다 뉴욕 에이스 호텔의 스트리트 패션숍 ‘오프닝 세레모니’가, 은식기로 테이블을 가득 채운 프렌치 레스토랑 보다 오모테산도의 트렁크 호텔 꼬치구이집 ‘쿠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낀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홍콩·뉴욕·런던 등의 유명 레스토랑과 협업한 식음업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홍콩 모던 차이니즈 레스토랑 ‘모트32’와 제휴해 다양한 광둥식 중식 메뉴를 선보이는 ‘팔래드 신’, 뉴욕 모마(MOMA)에 위치한 미쉐린(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더 모던’과 협업한 컨템포러리 레스토랑 ‘라망시크레’를 비롯해 국내 유명 베이커리 ‘메종엠오’, 국내 커피 매니어들에게 사랑받는 ‘헬카페’와도 협업했다.
국내외에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곳을 한 데 모은 만큼 자신감도 엿보인다. 레스케이프의 총지배인이자 미식 블로거 ‘팻투바하’로 유명한 김범수 신세계조선호텔 식음기획담당 상무는 최근 ‘B매거진’ 팟캐스트에 출연해 “기존 호텔이 추구해온 최신 시설, 표준화된 서비스가 아니라 트렌디하고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강력한 F&B 콘텐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라이즈 호텔엔 타르틴을 제외하면 레스토랑은 단 한 곳뿐이다. 4층 태국 레스토랑 ‘롱침’이다. 미쉐린 스타 셰프인 데이비드 톰슨의 캐주얼 태국 레스토랑으로 길거리 음식에서 영감을 받은 태국 요리를 선보인다. 호텔 조식도 롱침에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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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