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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행기 1대 빌려주고 원하는 것 다 얻었다

지난달 9일 중국 다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게재한 사진이다. [중앙포토]

지난달 9일 중국 다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게재한 사진이다.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전용기인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 항공편으로 13일 오전 평양으로 귀환했다. 
시 주석이 하루 전날 싱가포르로 보낸 전용기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평양에, 한 대는 베이징에 내렸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배석자 중 한 사람이 중국 측에 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베이징에 도착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중 양측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김정은 위원장과 시 주석을 이어준 고리인 ‘에어차이나’는 이번 회담의 숨은 코드다.
 
시 주석은 변변한 이동수단이 없는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전용기 두 대를 제공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북한은 회담 전날 심야까지 이어진 줄다리기 협상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거부하며 버텼다. 에어차이나로 상징되는 중국의 엄호와 보호막 없이 북한의 뚝심만으로 버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소식을 보도했다. 사진은 싱가포르 방문을 위해 중국에서 마련해준 전용기에 오르는 김정은 위원장. [중앙포토]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소식을 보도했다. 사진은 싱가포르 방문을 위해 중국에서 마련해준 전용기에 오르는 김정은 위원장. [중앙포토]

시진핑의 든든한 엄호는 향후 북한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상하는 데도 중요하다. 
북한은 중국의 후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등거리 외교’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1960년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치며 경제 원조와 무기 지원 등의 실리를 극대화한 김일성의 ‘등거리 외교’의 재판이라 할 수 있다. 
싱가포르 일간 연합조보는 “60년대 북한이 중국과 구소련 사이에서 줄타기한 것처럼 미·중 사이에서 새로운 3각 관계를 펼칠 것”이라며 “그것이 공동성명에 언급된 새로운 북·미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은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한층 더 강화할 기세다. 당장 중국 정부는 여태까지 자제해 오던 제재 완화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이 결의안을 준수하고 이행할 경우 제재의 잠정 중단이나 해제를 포함한 조정이 필요함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의 선제 조치를 단행한 만큼 제재의 완화나 부분 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 것이다. 
12일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중앙포토]

12일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중앙포토]

 
겅 대변인은 13일에도“제재 자체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외교소식통은 “지난달 8일 김정은과의 2차 정상회담을 마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제재는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미국이 강력한 제재 방안을 안보리에서 꺼낼 때마다 중국이 약화 내지 완화시키기 위해 사용해 오던 말이다.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등의 카드를 동원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형성된 미·중의 제재 공조 전선에 균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재 완화가 공론화될 경우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주목된다. 
싱가포르=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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