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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집 개 이름 '치프', 떠돌이 개에 붙여준 이유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출연진과 함께 포즈를 취한 웨스 앤더슨 감독.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출연진과 함께 포즈를 취한 웨스 앤더슨 감독.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에 나오는 개 이름 '치프'는 제가 어렸을 때 함께 자란 개 이름이에요. 그래서만이 아니라, 한번도 주인을 가져본 적 없는 떠돌이 개가 이 이름을 지닌 중심 캐릭터가 된다는 생각에 끌렸어요. 소년 '아타리'와 치프의 관계는 이 영화의 핵심이에요. 영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아타리가 자기 개 '스파츠'를 찾으려다가 그 대신 새로운 개 치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겁니다."

'개들의 섬' 웨스 앤더슨 감독 인터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 첫 신작

 21일 개봉하는 영화 '개들의 섬'의 웨스 앤더슨(49) 감독이 지난달 전화 인터뷰에서 들려준 말이다. 올초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이 영화는 한국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 4년 만의 신작. 일본의 가상 도시 '메가사키'에서 개 독감 등 전염병을 이유로 모든 개를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는 섬에 격리하도록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감독은 "개와 고양이를 다 좋아하는데, 특히 개를 사랑한다"며 "인간과 개가 맺는 관계는 그 어떤 관계와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캐릭터인 다른 개들도 모두 지도자의 이름을 붙여줬다"며 "이들이 애완견 리더, 실은 민주주의 리더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라고 했다. 킹·보스·듀크·렉스 등 만만찮은 이름의 애완견 출신 개들이 의외로 어수룩한 면을 보이는 반면 치프는 떠돌이답게 거칠고 독립적이다. 개들의 각기 다른 개성을 개 특유의 습성과 함께 유머로 드러내는 방식이 퍽 재미있다. 나어린 소년 아타리가 제 개를 찾겠다며 혼자 경비행기를 타고 섬에 왔을 때도, 치프는 다른 개들처럼 쉽게 도우려 하지 않는다. 하필 아타리는 격리정책을 주도한 독불장군 시장 고바야시의 양아들. 덕분에 이야기는 예상 못 한 방향으로 향한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번 영화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2009)에 이어 감독의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모험은 캐릭터마다 퍼펫이라 불리는 인형을 수많은 버전으로 만들어 한 프레임씩 촬영하는 인고의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이번 이야기를 처음 떠올린 계기를 감독은 이렇게 전했다.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찍으면서 매일 스튜디오 가는 길에 '개들의 섬(Isle of Dogs)'이란 거리 표지판을 봤어요. 런던 중심부에 있는 실제 지명인데, 뭔지 모르면서 신비롭고 재미있다며 항상 생각했어요. 여러 해 동안 생각을 하면서 제 마음속에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출연진과 함께 포즈를 취한 웨스 앤더슨 감독.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출연진과 함께 포즈를 취한 웨스 앤더슨 감독.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일본을 배경으로 삼은 것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설명했다. "처음부터 계획한 게 아니에요. 예전에 우리가 함께 일본에서 영화를 찍어보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갑자기 이번 이야기의 배경이 일본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럼 어떤 작품이 될지 상상을 해봤는데 이틀 만에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일본영화로부터." 
 '우리'는 그와 이미 여러 스토리를 함께 쓴 로만 코폴라, 배우이기도 한 제이슨 슈왈츠먼, 노무라 구치니 등 이번 작품의 스토리 작가이자 친구 네 사람. 그는 "우리가 좋아하는 구로사와 감독 영화, 미야자키 감독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면서 아주 많은 재료를 갖게 됐다"고 했다. 이번에 영감을 준 구체적 작품으론 구로사와 영화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천국과 지옥' '들개'등과 "미야자키의 모든 작품", 그리고 두어 편의 영어권 애니메이션을 꼽았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흥미로운 건 시간적 배경이 20년쯤 뒤 일본인데, 최첨단 미래와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아타리가 타고 온 경비행기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기계장치에선 오히려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가 묻어난다. 감독은 "또 다른 영감은 SF"라며 "미래적인 이야기를 담아 50, 60년대에 만들어진 SF영화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래의 구식 비전, 구식 버전이에요. 독특하고 기묘해요. 영화에 나오는 모든 기술은 사실 이미 존재하는 것이죠."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언어. 사람은 각자 모국어로 말하고, 개들의 말은 영어로 번역된단 설정이다. 쉽게 말해 개의 대사는 영어, 사람 대사는 대부분 일본어다. 초반엔 일본어 대사를 공식 석상의 통역사 등을 통해 자연스레 영어로도 들려주지만, 갈수록 통역·번역이 아예 없는 대목이 적지 않다(이 경우 한국어 자막도 안 나온다). 예컨대 아타리가 일본어로 하는 말을 개들은 추측으로 짐작한다. 감독은 "개와 사람이 서로 이해하지만 같은 언어를 쓰거나 단어를 직접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일본어가 영화의 큰 부분이 되게 하되, 그저 자막으로 이를 읽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요지로 설명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일본어 글자 외에도 영화에는 초밥·스모·벚꽃 등 이방인이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 상징이 현란하고 정교한 이미지로 곳곳에 등장한다. 서구 평론가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문화적 전용(제 것 아닌 문화를 이용하는 것)이란 비판도 일었다. 일본인이 아니라 미국인 교환학생 소녀가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하는 등 후반부 전개 역시 호오가 갈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감독 특유의 시각적 표현과 연출은, 더구나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만든 퍼펫을 통해 구현한 것이란 점에서 매혹적이다.  
 감독은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만든 경험이 제겐 교육이 됐다"고 했다. 그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준비가 워낙 상세하고 독창적일 뿐 아니라 영화 전체를 스토리보드로 만들어 촬영 전에 편집해야 한다"며 "이후 실사영화도 같은 방식으로 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했다. "스토리보드를 직접 편집하고, 제 목소리로 녹음을 해봐요. 그게 많은 도움이 돼요."
 목소리 캐스팅도 호화판이다. 쓰레기 섬에서도 자태가 빛나는 개 '넛메그'의 목소리는 들으면 단박에 짐작하는 대로 스칼렛 요한슨. 고바야시 시장의 음모를 추적하는 과학자 조수 '오노 요코'는 오노 요코가 직접 맡았다. 오노 요코는 캐릭터에 이름을 빌리려다가 혹시나 하는 기대로 목소리 연기까지 제안해 수락을 받았단다. 
 한국방문 계획을 묻자 감독은 "이번 영화로 가고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두 살 짜리 딸을 둔 그는 "딸 아이가 있어 이번엔 여행이 쉽지 않았다"며 "한국에 무척 가고 싶다. 곧 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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