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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던 중년 남자의 뒷모습에 터진 눈물보

기자
홍미옥 사진 홍미옥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2)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며 피할 수 없는 갱년기를 이겨내고 있는 중년 주부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쉽게 그릴 수 있는 스마트폰 그림, 그 차가운 디지털 화면에서 가족·이웃의 소소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려주는 작업을 한다. 오늘도 멋진 인생 후반전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50대 주부의 이야기를 그림일기 형식으로 풀어본다. <편집자>
 
지난해 연말 여의도 거리는 한해를 마치는 직장인과 연휴를 앞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떠들썩하고 들뜬 분위기였다. 마침 여의도에서 볼 일이 있던 나는 어느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리 넓지 않은 카페의 옆자리엔 내 또래로 보이는 중년 부부가 앉아있었다.
 
정성 들여 곱게 머리를 매만지고 한껏 멋을 부린 듯한 다홍빛 코트 차림의 부인은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뭔가 머뭇거리는 듯이 보였다. 난 속으로 ‘쳇, 뭔 부부끼리 저리 내외하고 난리람?’ 하고 생각했다. 여태껏 남편에게 꽃다발 한번 받아보지 못한 게 생각나니 갑자기 심술보가 터지는 거다.
 
그때 다홍빛 여인이 머뭇거리며 꽃다발을 남자에게 안겨줬다. “여보! 이런 시간에 이런 데서 만나니 꼭 데이트하는 것 같아서 좋네. 자, 여기 꽃 받아요.” 난 또 ‘흥! 뭔 그 나이에 데이트는 무슨’ 하면서 괜스레 입을 삐죽거리는데, “그리고 이건 아이들이 당신에게 쓴 감사편지야. 그동안 몇십년을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수고했고 음… 고맙고 고마워요”라는 게 아닌가. 어라? 반성 모드로 들어가며 ‘퇴직’이라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마지막 퇴근하는 남편에게 꽃다발과 편지 건네는 부인 
[그림 홍미옥]

[그림 홍미옥]

 
어색하게 꽃다발과 편지를 건네받은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편지를 차마 읽진 못하고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직원들에겐 인사를 하고 왔느냐는 부인의 말에 “무슨 소리! 원래 떠날 때는 말없이 가는 거야, 이 사람아. 왜 거 노래도 있잖아. 하하핫” 하고 남자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커진다.
 
잠자코 앉아있던 부인이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자리를 떴다. 그제야 내내 손에 쥐고 있던 아이들의 편지를 읽는 남자. 이내 눈물이 터지는가 싶더니 카페의 냅킨으로 두 눈을 닦고 또 닦고….
 
이쯤에서 난 일면식도 없던 어느 중년 남자의 눈물에 느닷없이 함께 눈물보가 터졌다. ‘이건 뭐, 남몰래 엿듣다가 무슨 일이람! 눈 화장 다 지워졌네.’ 난 얼른 화장실로 자리를 피했다.
 
어머나! 그곳에선 아까 그 부인이 눈물로 얼룩진 화장을 고치고 거울을 보며 어설프게 웃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아닌가. 이건 남의 일이 아냐, 아니고말고.
 
다시 카페 안. 남자는 다시금 인자하고 편한 표정으로 부인을 바라보고 부인은 사랑스러운 미소로 다시 한번 수고했다는 말을 남자에게 건네고 있다. 잠시 후 마지막 퇴근을 하고 돌아온 남편과 그를 맞이했던 아내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카페를 나선다.
 
아니, 이 사람들이! 이 아줌마를 이리 울려도 되냐고요~! 당장 2~3년이면 내게도 닥쳐올 현실이어서였을까? 한참 동안 무거운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충분히 예견된 퇴직과 은퇴이건만 난 왜 그동안 그걸 외면했을까, 한동안 마음이 우울했다.
 
은퇴와 출발은 동전의 양면 
하지만 오늘이 가면 어김없이 내일이 오듯이 인생에 은퇴란 없다. 아름답던 저 부부의 마지막 퇴근은 또 다른 세상으로 첫 출근이 되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 부부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보고 싶어서 폰을 꺼내 드는데 한동안 울컥울컥 감정이 치밀어서 시간이 좀 걸렸다. 은퇴와 출발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그리고 싶은 내 마음이 전달 됐을까?
 
오늘의 드로잉 팁
ArtRage 앱. [사진 apple 앱스토어 화면캡쳐]

ArtRage 앱. [사진 apple 앱스토어 화면캡쳐]

스마트폰 그림을 그릴 때 제일 유용하게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한다. 현재 많은 그리기 앱이 있는데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는 ‘PENUP’, ‘SketchBook’, ‘ArtRage’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앱을 사용하면 되는데 몇몇 폰에는 기본적으로 그리기 앱이 깔려있기도 하다.
 
사실 위의 앱은 처음엔 사용법이 은근히 까다로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계속 도전해 보는 거다. 실수? 삭제가 굉장히 쉬운 게 스마트폰 그림의 장점이 아니던가. 또한 과거를 묻지 않는 게 이 그림의 장점이니까!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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