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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왜 ‘방탄 현상’ 인가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방탄소년단(‘방탄’, BTS)이 미국 대중음악의 실질적 인기의 척도인 빌보드와 음악상 수상식, 방송에서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뒀다. 8월 말 서울 공연으로 시작하는 월드투어의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티켓 구매를 위해 부모의 경제력이 동원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팬이 된 유럽과 미국의 부모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청년이 열광한다는 이 젊은이들에 대한 국내외 미디어와 어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방탄의 유명세 때문에 관련 기사를 써야 하지만 전문성을 지니지 못한 매체들과 집에 열렬한 방탄의 팬을 뒀으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들의 난감함이 느껴진다.
 
방탄에 대한 이해가 자녀세대에 대한 이해, 또는 감수성의 간극을 뛰어넘어 청년세대와 공감할 수 있느냐의 척도처럼 됐다. 이 때문에 요즘 팔을 걷어붙이고 방탄의 지난 앨범들을 듣는 부모들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방탄이 한국 사회의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확인해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노력이 필요함을 알려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방탄 현상’을 이해하려면 세계화의 문화적 영향과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 방탄은 지구촌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수집했고, 국내외 음악인들과 협업했다. 방탄의 작품을 통해 세계 대중음악 생산의 현재를 알 수 있다. 군소 기획사에서 데뷔해 자신들의 노력으로 정진한 그들의 성장 스토리의 사회적 함의는 뭘까. 높은 경쟁을 뚫고서도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살아가야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 속에 내던져진 청년세대의 불안한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현실은 가사에 직접적인 삶의 에피소드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감정노동 뒤로 개인을 감춰야 하는 청년세대와 아이돌의 비애가 가면으로 표현되듯 상징적이고 시적으로 재현된다.
 
시론 6/12

시론 6/12

이 모든 것이 유튜브와 트위터, 브이 라이브(네이버)를 통해 매개자 없이 방송 권력을 비켜서 직접 전 세계의 팬들과 소통이 이뤄진다. 그 결과 전통적인 매체 종사자들은 잘 모르고 소수 전문가와 팬들은 열광하는 방탄 현상이 탄생했다. 방탄의 팬덤 ‘아미’들은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일상적으로 쌍방소통하는 살갑고 아름다운 이 동아시아의 청년들에게 강한 애착을 보이며 아미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높고 먼 곳에서 일방적으로 소통하던 기존 스타들의 팬덤과는 다른 대목이다.
 
앨범 발매 후 이틀 만에 있었던 타이틀곡의 미국 초연에서 방청객이 ‘팬 챈트’(응원 구호 등 팬들의 집단 호응)를 하고, 빌보드 수상 후 미 CNN 방송과 인터뷰한 미국인 전문가는 한국어로 된 앨범 수록곡의 가사를 인용하며 미국의 청취자들에게 ‘방탄의 세계’를 설명했다. 2000년에야 처음으로 더빙 없이 외국영화가 극장에 개봉될 정도로 미국의 대중문화는 보수적이다. 그런데 이런 미국이 2018년, 한국어로 노래하고 랩을 하는 청년들에게 지상파 방송을 파격적으로 내준 것이다.
 
성장스토리를 통해 세대를 대변하고 그 이름이 의미하듯 청년세대를 향하는 편견이나 비난과 싸우려 한다는 방탄. 그러나 그들의 음악이 국경과 문화권을 넘어 소통되면서 향후 예상치 못한 담론을 만나고 때로는 편견과 차별에 부딪힐 수도 있다. 미국·일본 등 소수 국가 외에는 아직 공식 진입하지 않았기에, 자국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아미와 미디어 종사자들의 무지 사이에서 긴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터키 야당과 집권보수당이 방탄의 평가를 정쟁에 이용했고, 멕시코에서는 일부 방송종사자가 방탄에 대해 인종주의적 발언을 해서 자국의 방탄 아미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들을 본 적이 없다”는 서구 백인 남성들의 평가에 숨겨진 성별  인종적 필터와도 부딪힐 것이다. ‘역동적이고 섹시한 군무를 선사하는, 화장한 예쁜 동양 남자들의 높은 인기’. 모순적 형용사를 동시에 지닌 그 존재 자체가 기존의 지배적인 젠더 감수성과 인종적 편견을 뒤흔든다. K-팝 아이돌 스타들에 대한 이러한 편견을 방탄이 앞서서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 방탄이 속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방시혁 프로듀서는 방탄이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그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명석한 방탄의 리더와 멤버들도 국내외에서 선한 영향력을 위해 나가야 할 그들의 운명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 젊디젊은 그들이 이 무게로 인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라며 응원을 보낸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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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