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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트럼프·김정은의 악수

서경호 논설위원

서경호 논설위원

악수는 상대방에게 싸울 의사가 없다는 평화와 신뢰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작됐다는 게 통설이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유물에 악수하는 모습이 새겨 있을 정도로 오래된 전통이다. 악수의 글로벌 에티켓은 3~4초간 손을 굳게 잡고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것이다. 너무 힘이 없는 악수나 반대로 손이 으스러지도록 악력(握力)을 과시하는 악수도 결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악수 스타일은 미국 언론조차 악명 높다(infamous)거나 거북하다(awkward)고 표현할 정도로 특이하다. 상대방 손을 힘껏 쥐고 약간 미는 듯하다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기는(push and pull) 기선 제압용이 많다. 지난해 2월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손을 강하게 쥐고 19초 동안 악수했다. 힘겨운 악수를 마치고 고개를 돌리는 아베 총리의 당황한 표정이 화제가 됐다.
 
아베 총리 같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맞불 작전을 펴는 정상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이 어찌나 손을 꽉 쥐었던지 악수하는 두 손의 핏기가 빠져 창백해질 정도였다. 당시 사진을 보면 두 사람 모두 이를 악물고 악수했다. 지난 8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도 두 사람은 악수하며 기 싸움을 벌였다. 마크롱은 여유 있게 윙크하며 웃었지만 트럼프는 잠시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악수를 마친 트럼프의 손등에는 마크롱의 엄지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마크롱 못지않은 젊음의 힘을 과시했다. 그는 미리 왼팔로 트럼프의 어깨를 꽉 잡아 자신을 잡아당기지 못하게 막는 노하우를 보여 줬다.
 
아예 악수 자체를 거부하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기도 한다. 트럼프는 2016년 마지막 TV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백악관에서 열린 독일과의 정상회담에서 악수 장면을 찍고 싶어 하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을 못 들은 체하며 끝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손을 잡지 않았다.
 
오늘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악수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오래 적대관계를 이어온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분수령이 되길 바란다. 이왕이면 불필요한 기 싸움 대신 신뢰의 물꼬를 트는 악수가 됐으면 한다. 진정한 악수는 손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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