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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파들, 셀프 고발 부적절 의견 … 김명수 선택폭 넓혀줘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 논의를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각 법원에서 선출된 119명의 법관 중 115명이 참석했다. [뉴시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 논의를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각 법원에서 선출된 119명의 법관 중 115명이 참석했다. [뉴시스]

판사 대표 115명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1일 10시간의 격론 끝에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거래 의혹 등에 대해 사법부가 검찰에 직접 고발조치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 고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뒤 의견을 듣겠다고 지목한 3개 기관 중 사법발전위원회, 법원장회의에 이어 마지막 분수령으로 꼽혔다. 구성원 상당수가 이달초 ‘검찰 수사 의뢰’를 촉구해왔던 단독판사·배석판사 등 소장 판사들이다. 특히 의장을 맡은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대법원장에게 헌정유린행위의 관련자들에 대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는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검찰 고발 또는 수사 의뢰를 통한 엄정 수사라는 강력한 표현이 결의안에 담길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법관회의측 공보업무를 맡은 송승용 부장판사는 논의 내용에 대해 “진실과 책임이라는 두가지 문제에 관한 것”이라며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미흡하다는 인식 하에 철저한 진상조사가 있어야 하고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고발 조치는 하지 않는가.
“이미 고소, 고발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법원이나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검찰에 수사를 촉구하나.
“수사 촉구라는 표현도 (당초) 의안에 있었는데 변경됐다.”
 
이런 설명을 두고 법조계에선 사실상 이번 사건의 ‘공’을 검찰에 넘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시민단체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과 행정처 간부들을 고소·고발 건이 있는만큼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나서서 진상 규명을 해 달라는 취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검 관계자는 “우리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 대법원장이나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고소·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지 않으면 본격 수사에 나서기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행정부의 외청인 검찰이 당사자 요청없이 사법부를 수사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날 결의안을 두고 김 대법원장의 선택지를 넓혀 주는 절충점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법관회의의 상당수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익명을 원한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소장 판사들이 김 대법원장에게 출구나 퇴로를 마련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대법원장으로서는 내홍을 사그라들게 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날 법관회의의 일부 고참 판사들은 “수사 단계까지 가면 사법불신만 더 부추긴다”는 반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발표 이후 일선 법원 단위의 판사 회의에선 ‘수사 촉구’ 주장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4~5일 서울고법 판사·부장판사 회의 및 7일 전국법원장 간담회에서 ‘형사 조치 반대’ 주장 이후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선 비공개 조치한 컴퓨터 파일 410개에 대해서도 공개 결정을 하지 못했다. 법관회의 측은 “다음 회의를 다시 잡아 추가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관련 문서는 모두 공개했다.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기 위해서 부끄럽지만 모든 것을 발가벗었다고도 할 수 있다”며 추가 문건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법관대표회의 논의결과를 여러 의견 중 하나로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수습 방안 등에 대해선 “의견수렴을 마친 후 적절한 시기를 정해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한 고위 법관은 “더이상 의견을 물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법원장이 빨리 결단하고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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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