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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조원이 걸렸다 … 은행들 ‘지자체 금고 쟁탈전’ 2라운드

서울시 청사 모습. 서울시는 최근 시금고 은행을 104년 만에 바꿨다. [중앙포토]

서울시 청사 모습. 서울시는 최근 시금고 은행을 104년 만에 바꿨다. [중앙포토]

11일 오후 서울시청 지하 1층 우리은행 서울시청점. 정문에 ‘서울과 함께 103년’이라는 현수막이 있었다. 문구의 의미는 지점 입구에 전시된 계약서를 보고 알 수 있었다. 1915년 3월 조선총독부 경성부(현 서울시)는 금고 관리 업무를 조선경성은행(현 우리은행)에 맡기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103년간 서울시 금고 관리는 우리은행 몫이었다. 하지만 ‘백년해로’의 역사는 지난달 3일 깨졌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1금고를 관리할 은행으로 신한은행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일반·특별회계 예산을 보관하는 1금고 규모는 기금을 맡는 2금고보다 크다. 우리은행이 2금고 관리를 맡게 됐지만, 신한은행과의 ‘금고전쟁’에서 104년 만에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난 7일 오전 서울시청 청사 지하1층 우리은행 서울시청점 정문. '서울과 함께 103년'이란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승호 기자]

지난 7일 오전 서울시청 청사 지하1층 우리은행 서울시청점 정문. '서울과 함께 103년'이란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승호 기자]

금고 전쟁은 6·13 지방선거 이후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인천광역시, 전라북도와 제주도, 세종시가 올 하반기에 새 금고지기 찾기에 나선다. 이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합치면 약 36조원이다.
지난 7일 오전 우리은행 서울시청점 입구에 전시돼 있는 계약서. 1915년 조선총독부 경성부와 우리은행의 전신인 조선경성은행이 금고 관리 업무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이다.[이승호 기자]

지난 7일 오전 우리은행 서울시청점 입구에 전시돼 있는 계약서. 1915년 조선총독부 경성부와 우리은행의 전신인 조선경성은행이 금고 관리 업무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이다.[이승호 기자]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금고(구금고) 중 24개구는 우리은행이 1·2금고 모두 또는 하나를 맡고 있다. 신한은행이 용산구의 1·2금고와 강남구 2금고, KB국민은행이 양천·노원구의 2금고를 관리 중이다. 신한은행은 구금고에서도 ‘우리은행 천하’를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구금고는 시금고 은행과 연계된 업무가 많다”며 “같은 전산시스템을 쓰는 게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산 관리는 안정적 전산 시스템이 필수”라며 “100년 넘게 축적한 시스템을 경쟁사가 따라오기 여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시금고 유치에 자극받은 KB국민은행 등도 경쟁에 나설 태세다.
올해 계약 끝나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올해 계약 끝나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인천시는 반대로 신한은행이 ‘수성’ 에 나선다. 인천시 1금고는 현재 신한은행이, 2금고는 NH농협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에 서울시 1금고를 뺏긴 우리은행이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내 금융타운을 설립한 KEB하나은행 등도 도전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와 제주, 전라북도에선 NH농협은행과 지역은행의 독주체제가 깨질 것인지가 관건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상담창구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시중은행 상담창구 모습. [뉴스1]

지자체 예산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규모다. 수시로 입·출금이 되더라도 하루 평균 잔액 규모가 크다. 은행에겐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자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높아진다. 지자체 공무원과 가족을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공무원은 신용도가 높아 금융권에서 최우량 고객이다. 지자체 산하기관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기도 쉽다. 은행들이 전사적으로 지자체 금고 유치에 나서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지난달 2일 필리핀 출장 도중 귀국했다. 다음날 예정된 서울시금고 입찰지원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지자체 금고 유치가 은행 간 출혈 경쟁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한다. 은행이 지자체에 내는 일종의 기부금인 ‘출연금’이 당락에 큰 영향을 준다는 분석 때문이다. 한정미 용산구청 재무과 지출팀장은 “2014년 구금고 은행 입찰을 관장하는 외부 심의위원회가 더 많은 출연금을 기부하는 곳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를 운영하기 위해 우리은행 제시액(1100억원)보다 큰 3000억원의 출연금을 내기로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고 유치를 위해 은행들이 지자체 공무원에 매우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등 ‘제살깎아먹기’식 영업도 한다”며 “전산망 구축 비용 등으로 인한 손해를 메우기 위해 은행이 대출·서비스 수수료를 올리면 일반고객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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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