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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조선시대 명륜당에서 공자와 나를 만나다

울산향교에서 향교 문화 체험해보니 
울산 중구 교동에 있는 울산향교의 명륜당. 조선시대 중등교육기관의 교실이다. 최은경 기자

울산 중구 교동에 있는 울산향교의 명륜당. 조선시대 중등교육기관의 교실이다. 최은경 기자

“시왈~ 부혜생아(時曰 父兮生我) 하시고 모혜국아(母兮鞠我) 하시니~, 애애부모(哀哀父母)여 생아구로(生我劬勞) 삿다~”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시니, 슬프고 슬프도다 부모님이시여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 애쓰셨도다)
 
조선 시대 지방 공립 중등교육기관인 울산향교 명륜당에 명심보감이 울려 퍼졌다. 지난 1일 향교 문화 체험에 나선 울주군 남부노인복지관 회원 10명과 기자가 김옥분 강사의 선창을 따라 명심보감 주요 구절을 읽는 소리다. 
지난 1일 울산향교 체험 참가자들이 명심보감을 소리내 읽으며 뜻을 새겨보고 있다. [사진 울산향교]

지난 1일 울산향교 체험 참가자들이 명심보감을 소리내 읽으며 뜻을 새겨보고 있다. [사진 울산향교]

울산 중구 교동에 있는 울산향교는 조선 초 반구동에 세워졌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사라진 뒤 재건됐다가 1652년(효종 3년) 현재 위치에 지어졌다. 향교의 역할은 크게 제사·교육 두 가지다. 공자와 성인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 공부하는 교실인 명륜당,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 행사를 하거나 시를 짓던 청원루로 구성된다. 도심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곳에서 올해 초부터 향교 문화 체험과 숙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제까지 체험한 사람은 100여 명, 최근 초등·중학교 단체 신청이 느는 추세다. 
옷을 갖춰입고 공자와 성인들을 모신 대성전에 절하는 참가자들. [사진 울산향교]

옷을 갖춰입고 공자와 성인들을 모신 대성전에 절하는 참가자들. [사진 울산향교]

울산향교 문화 체험은 참가자의 연령·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이날은 공자 사상 배우기, 절하는 법과 차 마시는 법 익히기, 대성전에 절하기, 한복 입어보기, 명심보감 소리 내 읽기, 윷놀이하기, 성찰하기 등을 했다. 
남성용 한복인 도포 입어보기 체험을 하는 참가자들. 최은경 기자

남성용 한복인 도포 입어보기 체험을 하는 참가자들. 최은경 기자

공자 사상은 현실을 긍정하며 동기와 과정을 중요시한다. 또 실천을 강조한다. 참가자들은 학교로 보면 교장인 이동필 울산향교 전교가 “수기(修己, 나를 수양하다)와 안인(安人, 남을 편안하게 하다)이 공자 사상의 종착점”이라며 군자·인 등의 개념을 쉽게 풀어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윷놀이에서 신중하게 윷을 던지는 참가자. 이긴 팀에겐 축하가, 진 팀에겐 격려가 전해졌다. 최은경 기자

윷놀이에서 신중하게 윷을 던지는 참가자. 이긴 팀에겐 축하가, 진 팀에겐 격려가 전해졌다. 최은경 기자

이날 참가자는 60·70대 여성이었다. 이들은 이날 평소 접하지 못한 남성용 한복 도포를 입었다. 유생이 쓰던 관모인 유건까지 갖춰 쓴 참가자들은 신기한 듯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편을 나눠 윷놀이할 때는 스승과 제자가 한데 어울렸다. 진 팀은 이긴 팀에게 축하를, 이긴 팀은 격려를 보냈다. 참가자들이 평소 유치원생·초등학생에게 다도를 가르쳐 특히 다례(茶禮) 시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차 마시는 법도를 익히는 시간. 박경자 울산향교 위원이 다례를 알려주고 있다. [사진 울산향교]

차 마시는 법도를 익히는 시간. 박경자 울산향교 위원이 다례를 알려주고 있다. [사진 울산향교]

체험에 참여한 강윤애(74)씨는 “조상이 어떻게 살았는지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손주와 함께 와서 또 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성효련(68)씨는 “그동안 자식들 신경 쓰느라 바쁘게 지냈는데 나를 돌아보며 인생을 새롭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만족함을 드러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향교 문화를 배워보니 정자세와 한복 차림이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지만 나와 조상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잊고 있던 기본과 초심을 떠올릴 수 있었다.
5일에는 울산 우정초교 학생들이 1박 2일 체험을 하기 위해 향교를 찾았다. 이동필 전교가 향교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울산향교]

5일에는 울산 우정초교 학생들이 1박 2일 체험을 하기 위해 향교를 찾았다. 이동필 전교가 향교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울산향교]

향교 체험 프로그램에는 1일 체험, 1박 2일 체험, 숙박이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신청자 10명 이상일 때 상시 운영한다. 1일 체험은 성인 2만원, 학생 1만원이며 1박 2일은 성인 3만원, 학생 2만원이다. 숙박(4인실 기준)은 평일 4만원, 주말 5만원이다. 지난 5일에는 우정초교 학생 17명과 교사 4명이 하룻밤을 향교에서 보내며 한복 체험, 사자소학 읽기, 투호 놀이 등을 했다. 학생들은 “향교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게 됐고 한복 입어보기도 재미있었다”며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투호 놀이를 하며 전통을 배우는 학생들. [사진 울산향교]

투호 놀이를 하며 전통을 배우는 학생들. [사진 울산향교]

이 전교는 “물질 만능주의 시대 인간의 본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선비정신인 인의예지를 되살려 인성을 함양하고 도덕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향교 문화 체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울산향교는 체험 시 참가자가 입을 수 있는 한복을 구비하고 계절별 세시풍속 프로그램을 추가할 계획이다. 
울산향교 전경. [사진 울산향교]

울산향교 전경. [사진 울산향교]

울산뿐 아니라 전국에는 향교가 240여 개 있다. 경남 사천향교(055-852-1702)는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 체험을, 경북 경주향교(054-775-3624)는 전통 혼례, 전통문화 체험 등을 한다. 강원 홍천향교(033-434-9388)는 지난 4월 미취학 아동에게 생활 예절 등을 가르치는 ‘꼬마 선비야 놀자’를 시작했다. 전북 전주향교(063-288-4548)는 명륜당에서 서예·예절·시조 등을 강의한다. 충북 청주향교(043-253-3365)는 선비문화 체험을, 경기 수원향교(031-245-7639)는 명륜대학, 유교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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