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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가 함께 외친 "몰카 없는 세상"…다시 모인 2만 명의 여성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소속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소속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50대 여성과 20대 여성, 두 모녀는 9일 오후 3시쯤 서울 혜화역을 찾았다. 혜화역 2번 출구 앞 안전펜스가 둘러싸인 공간에 빨간색 티셔츠나 모자, 마스크 등을 쓴 여성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었다. 불법촬영(몰카) 근절 및 적극 수사를 촉구하고자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 측이 연 집회가 이제 막 시작될 참이었다.
 
어머니 A(51)씨는 "내가 젊었을 시절엔 몰카 범죄나 성범죄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다. 내가 느꼈던 무서움과 두려움을 우리 딸 같은 아이들이 여전히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집회는 딸의 권유로 오게됐다고 했다. 딱 서른 살 아래인 딸 B(21)씨는 "몰카 등 남자라면 경험하지 않아도 됐을 공포를 여자라 너무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요즘 이런 이야기들을 친구나 엄마하고도 자주 나눈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A씨 모녀를 포함해 주최 측 추산 2만2000명(경찰 추산 1만5000명)의 여성들이 참석했다. 지난달 19일 1차 집회 때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밖으로 나왔다. 참가자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불편한 용기의 작은 불씨가 큰 사회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참가자들의 드레스 코드는 '빨간색'이었다.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미러링'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미러링'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발언대에 선 운영진은 "법정 앞에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눈을 가린 여신이 저울을 들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오히려 피해자 앞에서 눈을 가리고 현싱을 외면하고 있다"며 "범죄수사와 구형과 양형에까지도 성차별이 만연한 한국에서 공권력이 수호하는 건 국민의 안전이 아닌 남성의 안전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범죄에 있어서 차별 없는 공정 수사와 불법촬영 유통 구조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남성안심화장실'이라고 적힌 곳에서 가면을 쓴 사람이 소변을 보면 지켜보던 사람들이 카메라로 사진을 마구 찍어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가해자 90% 이상이 남성인 불법촬영 범죄를 '미러링'해 보여준 것이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제발 잡아주세요""뿌리지 말아주세요""찍지 마세요"라고 소리치다 쓰러졌다. 참가자 6명이 머리를 깎는 '삭발식'도 있었다. 머리카락이 잘려져 나갈 때마다 이를 지켜보던 참가자들은 "상여자!""자이스!(자매 나이스)'라며 응원했다.
 
이 집회의 시작은 여성이 가해자였던 홍익대 불법촬영 사건을 계기로 한 '편파수사 규탄 시위'였지만,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불법촬영물 전반에 대한 두려움과 일상의 남녀차별 문제 등으로 넓게 번져나갔다. 이날 삭발식에 참여한 한 여성은 "처음엔 막연히 무서웠는데 그 무서움이 어디서 오는 무서움인지 생각해보면서, 그 무서움만 없다면 못자를 이유가 없어서 잘랐다. 여성들이 길을 걸을 때, 화장실에 갈 때, 생활할 때 겪는 두려움들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든 피켓.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든 피켓.

 
집회 중간중간에도 여성들은 불법촬영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집회 장면을 찍으려 할 때마다 이들은 "찍지마"를 연호했다. 실제로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는 혜화역 집회 이후 집회 취지를 비판하며 참가자들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희롱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메갈X'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집회에 참석한 여성은 "애초에 여성들이 이렇게 터지게 된 계기는 그동안 받아온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나노 단위로 외모를 품평당하고 '여자가 예쁘면 고시삼관왕'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회에서 어린 소녀들이 무슨 꿈을 꿀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집회에서 여성들은 서로를 '성님들'(형님)이라고 불렀고 '한남(한국남자)충''메갈(메갈리아)' 등 온라인 상에서 쓰는 표현들을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개인들이 보낸 물·에너지바·치킨 등 후원 물품들도 계속 들어왔다. 참가자들의 행렬은 혜화역에서 한국방송통신대를 넘어 이화사거리 부근까지 이어졌다.
 
글·사진=김지아·성지원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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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