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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회담 비켜선 중·러·일 주말 열띤 고공외교

한반도 주변 중·러·일 3국 정상들은 주말 내내 열띤 고공 외교를 펼쳤다. 북·미 회담에서 비켜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에서 한반도 주도권을 미국에 순순히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워싱턴과 캐나다를 오가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밀착 마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8일 베이징에서 톈진으로 향하는 고속열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8일 베이징에서 톈진으로 향하는 고속열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

주말 외교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월드 클래스 포커 플레이어’로 불린 시진핑 주석이 단연 돋보였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주말 사흘간 베이징·톈진(天津)·칭다오(靑島)를 함께 이동하며 양자 회담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해 과거 전용기로 이용하던 보잉 747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항공기를 빌려주며 북한 후원자로의 입지를 다졌다. 또한 북한 선발대용으로 빌려준 에어버스 A330 여객기는 9일 오전 평양에서 출발해 오후 4시(현지시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후원했다. 그는 8일 중·러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이 정착되는 데 관심이 있다”면서 “남북한 간 협상이 중·러 ‘로드맵’(한반도 문제의 평화적·단계적 해결 구상)의 논리를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은 이어 “최근 북·러 접촉은 북한이 건설적 작업(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북한이 진지한 비핵화 협상에 임할 의지가 있음을 푸틴이 보증한 셈이다. 
  
한반도를 보는 중·러의 입장에 대해 베이징 전문가는 “두 정상이 북·미 회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북·미 관계가 빠르게 개선돼 한반도에서 중·러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 역시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말을 아꼈다. 관영 신화사는 두 정상이 회담에서 북핵과 이란 핵 문제를 놓고 “의견을 깊이 있게 교환했다”고 보도하는 데 그쳤다.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논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러 공동성명 역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이고 전면적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노력한다”는 원칙론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이번 중·러 회담을 “양국이 국경을 맞댄 북한에서 적대적 충돌이 방지하지 않기를 희망했을 것”이라며 “인접 지역의 경제를 파괴하고, 인도주의적 재난을 일으키고 미국 군대를 국경에 더 가깝게 접근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발을 의식한 듯 대신 대북 공조를 위해 중·러 관계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시 주석은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금색 대청에서 푸틴에게 ‘우의훈장’을 처음으로 수여하며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이후 중국을 19차례 방문했다”며 “가장 좋은 나의 마음을 아는(知心) 친구”라며 극찬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시진핑 주석에게 러시아 국가 최고 훈장인 성 안드레이 훈장을 수여했다. 수여식 이후 양국 정상은 고속열차를 타고 톈진으로 이동해 중·러 청소년 아이스하키 시합을 관전하며 우의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밤 전용기로 칭다오로 이동했다.
불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8일 톈진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중·러 청소년 친선경기를 관람하며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

불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8일 톈진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중·러 청소년 친선경기를 관람하며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

거부권을 가진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러 두 나라의 밀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위협적인 카드다. 두 나라는 지난해 7월 북한의 단계적 해법과 비슷한 북핵 해법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바라지 않지만, 또한 미국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잡는 것도 원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대북 경유지 외교'에 치중했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방문 전후로 베이징을 경유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비밀리에 접촉했다. 지난 7일 북·미 정상회담 실무 조율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 역시 오전 베이징을 경유하며 중국 외교부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과 만났다. 막후에서 북미회담의 성공을 돕겠다는 발언에 맞는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공조 노선과 별도로 대북 독자 접촉에도 적극적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평양을 긴급 방문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에게 전달했다. 라브로프 이수용 북한 외무상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핵 문제 해결은 완전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동시적 해결’ 방안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그는 “여기로(제재 해제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협상가들의 기술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베 일본 총리는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두 달 만에 다시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또 일본 정부는 오는 14, 15일 양일간 몽골에서 열리는 국제 안보 포럼인 ‘울란바토르 대화’에 외교부 관리를 파견해 북한 외무성 관계자와 비공식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칭다오=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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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