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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대표팀 이끈 안데르센 감독, 한국에서 ‘축구 동화’ 2막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은 욘 안데르센 전 북한축구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은 욘 안데르센 전 북한축구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지난 2년간 북한대표팀을 이끌며 한국말을 많이 배웠습니다. 주로 축구와 관련한 용어들이지만, 선수들끼리 나누는 사적인 대화도 적당히 알아듣죠. 인천 선수들이 내 이야기를 할 땐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하하하.”
 
노르웨이 출신의 욘 안데르센(55) 전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이 K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기형 전 감독이 물러난 이후 공석이던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사령탑에 올랐다. 인천 창단 이후 역대 8번째이자 베르너 로란트(독일), 일리야 페트코비치(세르비아)에 이어 세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10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중앙일보와 이메일 단독인터뷰에 응한 그는 “평양에서 북한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인터넷과 중국 TV를 통해 K리그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오랜 친구인 페트코비치 감독으로부터 인천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조언도 들었다”면서 “여러가지 자료로 들여다 본 인천은 현재 강등권에 있지만, 경쟁력이 충분하다. 남은 19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추가해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그는 "많은 인천 팬들이 강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하지만, 지금은 팀 사정에 맞춰 완급을 조절할 때다. 유럽 무대에서 오랜 세월 지도자로 활동하며 강팀들과 경쟁하며 승점을 관리하는 노하우를 쌓았다. 팀에 합류하자마자 생존 경쟁에서 이길 방법부터 찾겠다"고 약속했다.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이 전달한 응원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북한축구대표팀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한 욘 안데르센 감독(뒷줄 맨 왼쪽). [사진 욘 안데르센 감독 제공]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이 전달한 응원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북한축구대표팀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한 욘 안데르센 감독(뒷줄 맨 왼쪽). [사진 욘 안데르센 감독 제공]

 
현역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최초의 외국인 득점왕에 오른 바 있는 안데르센 감독은 2년 전 북한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화제가 됐다. 당시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에서 탈락한 북한이 축구대표팀 리빌딩을 위해 독일 지도자 영입을 추진했고, 현역 시절이던 지난 1993년 독일 복수 국적을 취득한 안데르센 감독과 계약했다. 북한이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한 건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앞두고 잠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팔 체르나이(헝가리) 감독 이후 두 번째다.  
 
취임 당시 안데르손 감독은 “북한의 핵 개발과 열악한 인권 문제 때문에 내가 평양에 가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오직 축구에만 집중할 것”이라면서 “축구는 (북한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는 그 일에 올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동아시안컵과 2019년 아시안컵에서 잇달아 본선행을 이끌어내며 전문가들로부터 ‘북한축구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독 자신은 “처음엔 북한대표팀에는 롱볼 위주의 단조로운 전술 뿐이었다”면서 “지난 2년 간의 노력을 통해 비로소 ‘축구’를 하는 팀이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축구협회 건물 앞에서 북한 체육계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한 안데르센 감독(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 욘 안데르센 감독 제공]

북한축구협회 건물 앞에서 북한 체육계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한 안데르센 감독(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 욘 안데르센 감독 제공]

 
좋은 성적을 내고도 지난 3월 계약 만료와 함께 북한을 떠난 이유에 대해 안데르센 감독은 “아시아 무대에서 다음 단계에 도전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북한축구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안데르센 감독의 연봉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안데르센 감독과 결별이 확정된 이후 북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이 무척 아쉬워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데르손 감독은 “북한은 14개의 축구팀이 리그를 치른다”면서 “리그 진행 중에 4월 토너먼트 대회를 비롯해 종종 컵대회를 치른다. 처음엔 선수들이 훈련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지 않고 숙소에서 먹고 자는 문화가 무척 낯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북한축구대표팀은 총 서른 명이다. 대표선수들도 클럽축구와 마찬가지로 평양에 위치한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합숙한다. 주중에 10~11차례 훈련을 진행하고, 주말에는 소속팀에 돌아가 경기를 치른뒤 복귀하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한 마디로 스포츠 매니어”라 정의한 그는 “축구 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경평축구도 좋지만, 그에 앞서서 농구부터 교류하자. 세계 최장신 선수 이명훈(2m35cm)이 있을 때만 해도 우리(북한) 농구가 강했는데, 은퇴한 이후로 약해졌다. 이제는 남한의 상대가 안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대표팀 사령탑 시절 선수들을 지도하는 안데르센 감독(맨 오른쪽). [사진 욘 안데르센 감독 제공]

북한 대표팀 사령탑 시절 선수들을 지도하는 안데르센 감독(맨 오른쪽). [사진 욘 안데르센 감독 제공]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축구대표팀 사령탑 재임 기간 중 북한 선수들의 유럽행을 적극 추진했다. 유럽에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인민 호날두’라 불리는 유망주 공격수 한광성(칼리아리)을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에 보냈다. 뿐만 아니라 정일관과 박광룡(이상 26)이 각각 루체른(26ㆍ스위스)과 장크트푈텐(오스트리아)으로 이적하는 과정에 힘을 보탰다. 안데르센 감독은 “세 선수 모두 내가 직접 해당 구단과 지도자에 연락해 이적을 성사시켰다”면서 “선수들은 물론, 북한 축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안데르센 감독이 홍콩대표팀 등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인천과 손잡은 이유는 인천을 경쟁력 있는 팀으로 키워 남북 축구 교류의 통로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정치적인 상황이 허락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남과 북이 축구로 의사소통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머지 않은 미래에 인천 유나이티드가 북한축구대표팀 또는 북한의 축구 클럽과 친선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북한팀이 K리그에 참여하거나, 또는 북한 선수들이 K리그 진출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교류를 기대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안데르센 당시 북한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공항에 마중 나온 북한 관계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안데르센 당시 북한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공항에 마중 나온 북한 관계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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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