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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 국가소송 첫 패소 한국 정부…엘리엇 공세에는 '샅바 싸움'

엘리엇 매니지먼트 폴 싱어 회장. [중앙포토]

엘리엇 매니지먼트 폴 싱어 회장. [중앙포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한국 정부가 또 한가지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지난 7일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는 이자 등을 포함해 약 730억원을 이란 다야니 가문에 지급하라”고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3년 전인 2015년 9월 이란 다야니 가문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냈던 계약보증금(578억원) 등 총 935억원을 반환해달라며 ISD를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한국 정부가 한ㆍ이란 투자보장협정(BIT)에 명시된 공정ㆍ공평한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결 직후 다야니 ISD 관련 주무부처를 맡았던 금융위원회 뿐 아니라 법무부까지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월 ISD 중재의향서(notice of intent)를 제출한 엘리엇 역시 “한국 정부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포함된 내국인 동일 대우(11.3조)와 최소 대우기준(11.5조) 조항을 위반했다”고 적었기 때문이다. 현재 엘리엇 ISD 관련 업무는 법무부가 담당하고 있다.  
 
엘리엇 역시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공세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최근 엘리엇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오는 14일 일본 도쿄에서 양측 간 회동을 제안했다. 법무부와 엘리엇은 그간 e메일ㆍ전화 등 비대면 형식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중재 협상을 벌인 적은 없다.
 
엘리엇은 “한국이나 미국은 어느 한쪽에 유리한 장소이기 때문에 중립 장소인 일본에서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법무부는 “첫 만남인 만큼 한국으로 들어와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양측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 법무부 국장급 관계자는 “엘리엇이 중재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지금까지 청구금액에 대한 산정 근거도 보내지 않는 등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검찰이 엘리엇 임직원들을 지분공시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상황에선 자신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분쟁 분야에서 십수년째 활동 중인 한 변호사는 “엘리엇이나 법무부나 둘다 협상에 앞서 팽팽한 샅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제분쟁 재판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소송보다도 기선 제압이 사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정부와 엘리엇 간 ISD는 양측의 법률 대리인 구성만 놓고 봐도 세기의 재판이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엘리엇이 영국계 법무법인(로펌) ‘스리크라운’을 내세워 중재 의향서를 보내자 한국 정부 역시 같은 영국 로펌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 데링거(프레시필즈)’를 정부 측 법률 대리인으로 선정했다. 프레시필즈와 스리크라운 모두 국제 분쟁 분야에서 ‘글로벌 톱 로펌’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1990년대부터 국내에서 국제분쟁 시장을 개척한 두 맞수도 이번 ISD에서 격돌하게 됐다. 임성우(52ㆍ사법연수원 18기) 법무법인 광장 국제분쟁팀장이 한국 정부와 영국 로펌 프레시필즈 간 조율 역할을 맡게 됐고, 엘리엇은 사모펀드 ‘론스타’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김범수(55ㆍ연수원 17기) KL파트너스 변호사를 영입했다.  
 
향후 엘리엇이 ISD를 제기할 경우, 3년 전인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과연 엘리엇을 상대로 한국 정부가 차별적인 대우를 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이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 산정비율을 정했다는 점을 강조해야만 승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있었지만 ‘최대 국익, 최소 피해’라는 관점을 견지해 냉철하게 접근해야만 국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지난 4월 제출한 중재의향서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금액만 6억7000만 달러(약 7200억원)를 적시했다. 최소 3년이 걸리는 ISD 재판 기간 등을 감안해 법률 비용까지 계산하면 1조원 가까운 국세가 엘리엇과의 ISD에 사용될 수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론스타와의 ISD 관련 정부 예산 지출액수. [중앙포토]

론스타와의 ISD 관련 정부 예산 지출액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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