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해운 공룡들의 치열한 덩치 경쟁 속 몸부림치는 현대상선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가 지난해 9월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에 발주했다고 밝힌 2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선박 11척은 실제 그보다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는 세계 최대 크기의 선박을 발주하기 위해 MSC가 뒤늦게 사양을 2만3000TEU로 늘렸다고 보고 있다. 그 무렵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의 CMA CGM은 2만2000TEU 선박 9척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고 다른 글로벌 선사가 이보다 더 큰 선박 발주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예상대로 현대상선이 지난 4일 2만3000TEU 선박 발주 계획을 발표하자 MSC가 숨은 승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크기 선박 발주사의 지위를 뺏기지 않으면서 해당 선박들을 세계 최초로 인도받게 됐다. 국내 조선소 관계자는 “요즘 들어 선박 크기를 놓고 선사들 간 신경전이 극심해졌다”고 말했다.
 
해운 ‘공룡’ 선사들의 대형선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물동량이 증가하는 데다 운송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어 이들은 대형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상선도 초대형 규모의 선박 발주를 진행하면서 몸부림치고 있지만 공룡 선사들과 격차를 줄이기 버거운 모양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국적 선사의 낮은 경쟁력이 산업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 공룡 점유율 2년 전 44.6%에서 현재 73.2%로
 
대형화 경쟁은 우선 숫자에서 잘 드러난다. 잇따른 대형선 도입으로 공룡 선사들의 선복량이 짧은 시간 급증했다. 글로벌 해운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6월 현재 선복량 100만TEU 이상 선사는 모두 7곳으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73.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6월 100만TEU 이상 선사 4곳이 44.6%를 점하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증가다. 이들 공룡 선사의 전체 보유 선복량도 923만TEU에서 1626만TEU로 대폭 늘었다. 현재 발주 선박을 포함하면 이들 100만TEU 이상 선사의 총 선복량은 선박이 인도되는 2020년 무렵에는 1858만TEU로 증가한다.  

 
이 같은 증가세는 1만~2만 TEU급 대형선 위주로 선복량을 늘린 1~4위 선사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같은 기간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312만TEU에서 412만TEU로, 2위인 MSC는 274만TEU에서 361만TEU로, 3위인 CMA CGM은 180만TEU에서 260만TEU로, 4위 중국의 코스코는 157만TEU에서 200만TEU로 각각 몸집을 불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공룡 선사들의 경쟁
 
최근 거대 선사들이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대형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해운업계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뚜렷이 입증됐다는 점을 우선 꼽는다. 계기는 머스크가 2011년 발주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입한 1만8000TEU 선박이었다. 전준수 한국해양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머스크가 당시 세계 최대 크기인 컨테이너선으로 운송 비용을 30% 가까이 낮추면서 규모의 경제의 이점을 증명했다”며 “이후 세계 선사들이 대형 선박 발주에 매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초대형 선박 발주는 운임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한 2016년 잠시 휴식기를 갖다가 2017년부터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세계 경기 회복세까지 맞물려 대형선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한다. 2017년 3월 일본 선사인 MOL이 당시 세계 최대 크기인 2만TEU 초대형 선박을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인도하자 CMA CGM과 MSC가 차례로 2만2000TEU, 2만3000TEU를 발주하면서 기록을 다시 썼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 5월 동향 보고서에서 “현재 전 세계 총 발주량 342척(약 261만TEU) 중 초대형선박(1만3300TEU 이상)의 비중은 58.2%(약 152만TEU)에 달한다”며 “이들 선박이 신규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MSC의 1만9000TEU 컨테이너선. [중앙포토]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MSC의 1만9000TEU 컨테이너선. [중앙포토]

 
생존 방식으로 자리 잡은 규모의 경제
 
규모의 경제가 불러오는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대형선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넘치는 선복량에 2015년부터 해상 운임이 떨어져 해운업 전체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지만, 대형 선사들은 이 위기를 다시 한번 규모의 경제로 풀어나갈 태세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과 교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송 비용을 절감하면 운임이 떨어져도 버틸 여력이 생긴다”며 “현시점에서 대형선 경쟁은 결국 생존과 직결돼있다”고 말했다. 2015년 1월 1135.55에 달하던 컨테이너 해운 시황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월 첫째 주 현재 829.09에 불과하다.

 
과점 시장 노리는 해운 공룡들
현대상선의 1만3100TEU 컨테이너선. 현재 현대상선이 보유한 선박 중 최대 크기다. [사진 현대상선]

현대상선의 1만3100TEU 컨테이너선. 현재 현대상선이 보유한 선박 중 최대 크기다. [사진 현대상선]

 
공룡 선사들의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과점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 성공한 대형 선사 주도로 해운업 구도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선복량 경쟁이 완숙기에 들어서면 살아남은 소수 대형 선사들은 과점 시장에서 운임을 회복시키고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선사 간 합종연횡 등 해운업계의 지각변동도 과점 시장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지난해 5월 중동 UASC를 인수해 161만TEU로 단숨에 5위 선사로 뛰어올랐다. 일본에서는 3개 선사(MOL· NYK·케이라인)가 지난 4월 통합 법인이 돼 156TEU의 세계 6위 선사로 거듭났다. 저운임과 해운업 불황의 여파에 세계 8위 선사인 한진해운은 파산한 바 있다.
 
현대상선, 덩치 두 배로 키워도 공룡들과 경쟁에서 역부족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상선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최근 2만3000TEU 컨테이너선 12척, 1만4000TEU급 8척 등 총 20척 규모의 초대형 발주를 진행하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의 관점에서 상위권 공룡 선사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39만TEU를 운영하는 현대상선은 41만TEU 규모의 발주 선박이 인도되면 80만TEU로 덩치가 두 배로 커진다. 현대상선은 이들 선박이 인도되는 2020년 무렵 선복량을 100만TEU까지 키워 상위 7위권 선사들을 추격하고 궁극적으로 5위권 내에 자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미 48만TEU를 발주한 7위 선사인 대만의 에버그린이 2020년에는 총 선복량이 157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격차를 줄이기 쉽지 않다. 대만 선사 양밍도 현재 선복량 64만TEU에서 21만TEU를 더 발주해 현대상선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위 선사 홍콩의 OOCL이 계획대로 코스코와 합병된다면 2020년 현대상선의 순위는 9위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국적 선사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 교수는 “국적 선사가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수출 기업은 20~30% 운임을 더해 해외 선사를 이용해야 한다”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