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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강국 싱가포르 … 원격진료 앱 82개국 환자가 활용

하선영의 IT월드
최근 들어 싱가포르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 진료를 예약하거나 온라인 원격 진료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텔레메디신(원격의료)'이 보편화되는 데는 최신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하는 편리한 이용 방법이 한몫한다.
 
먼저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본인이 사는 동네 근처 병원 리스트를 확인한다. 
 
'벤 제이콥스알러지·면역학 전문의(49싱가포르달러, 3만9200원), 알란 서머스 심리학 전문의(49싱가포르달러, 3만9200원), 머틀 타운젠드 흉부외과 전문의(19싱가포르달러, 1만5200원)….' 의사 사진을 누르면 학력을 포함한 경력, 진료 분야와 진료 가격(회당)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원하는 의사를 선택하고 자신의 증상을 적는다. 싱가포르에 사는 사람은 평일 낮이라면 영상 통화로 실시간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앱에서 원하는 시간을 골라 진료 예약만 해도 된다. 
 
'링엠디(RingMD)'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오늘날 아시아·태평양(APAC) 국가에서 가장 많이 쓰는 원격 진료 플랫폼 중 하나다. 지난 1년간 미국·영국·인도·태국 등 82개국 환자들이 링엠디를 이용해 진료를 예약하거나 원격 진료를 받았다. 
 

블록체인 기술로 환자 기록 관리 서비스


2013년 링엠디를 선보인 저스틴 퓰처(25) 링엠디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중앙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손바닥 위 디지털 기구 하나로 자신의 현재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인 퓰처는 2011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클렘슨대를 중퇴하고 싱가포르로 이사를 왔다.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의료 인프라 문제를 직접 경험하면서다.  
 
"높은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자칭 '테크 긱(컴퓨터광)'인 퓰처는 의사·환자·의료 기록을 한데 모으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싱가포르를 사업의 본거지로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모두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국가인 데다 정부가 관련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링엠디가 의사·병원 정보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심리치료·요가·운동치료사 등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전문가들을 이용자들과 연결해주기도 한다. 링엠디는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고도 신뢰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등 전문가들은 자신의 학력·경력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용자들은 원하는 경우에 의약품을 처방받아 집 또는 사무실로 배송받을 수도 있다. 의사가 작성한 진료 소견서도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병가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 기록을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이 같은 진료 기록을 발급받는 것도 디지털로 바뀌는 것이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링엠디가 오프라인 병원·약국을 대체하는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싱가포르 보건부로부터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자로 공식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도 연방 정부도 2016년 링엠디 서비스를 전국 25만 곳의 공공의료 센터에 도입했다. '디지털 인디아' 정책의 하나다. 퓰처는 "근처에 병원이 없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8억8000만명의 인도 시민에게 링엠디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라며 "현지 의료 센터에 태블릿PC 하나만으로도 원격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퓰처는 최근 '아이리스 전자 건강 기록(EHR)'이라는 블록체인 서비스도 출시했다. 분산 원장 기술인 블록체인을 통해서 개인의 의료·건강 관련 기록을 네트워크에 저장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통해 측정한 건강 정보부터 병원 진료·처방 기록까지도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의료 기록을 통합해서 개인이 주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면 더는 진단서나 진료 기록을 들고 병원을 전전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퓰처는 "디지털 적응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 가장 적합할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의료 기록 데이터가 한데 집중적으로 모이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변화는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더 정확한 진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또다른 의미의 민주화가 실현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일본 등 각국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진료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2015년 원격 진료를 전면 허용한 일본은 지난 4월부터는 아예 원격 진료에 대해 건강보험까지 적용하고 있다.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병원들이 늘어나자 온라인 진료를 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올해 3월 정부가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일본 원격 의료 시장 규모가 2019년 199억엔(약 194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은 원격 진료에도 건보 적용
 
대표적인 의료 후진국이었던 중국의 변신도 눈에 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의 질병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공식적인 의료 기기로 허가했다. 중국 IT기업 아이플라이테크와 칭화대가 공동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샤오이'는 지난해 중국 국가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영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바빌론과 손잡고 스마트폰을 통한 인공지능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당장은 영국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이 서비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의사에게 영상 면담을 신청할 수 있다. 연간 이용료(50파운드, 약 7만1500원)를 내거나 아니면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회당 25파운드(약 3만5700원)를 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00년대부터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이 수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반발하면서 여전히 규제에 묶여있는 상태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원격 의료 사업 추진을 위해 2011년 합작으로 설립한 '헬스커넥트'도 적자의 늪을 헤매고 있다. 
 
하선영 산업부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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