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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마키아벨리는 더 이상 설 곳 없다

책 속으로
선한 권력의 탄생

선한 권력의 탄생

선한 권력의 탄생
대커 켈트너 지음
장석훈 옮김, 한국경제신문
 
세계를 경영하는 패권 국가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를 딱 한 명 꼽는다면 단연 마키아벨리다. 12일 북미회담도 500년 전 사람인 이탈리아의 정치 사상가·외교가·역사학자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의 그림자를 피할 수 없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대커 켈트너 교수는 『선한 권력의 탄생』을 통해 현대 정치가 이미 탈마키아벨리, 포스트마키아벨리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실리콘밸리 기업에 컨설팅 용역을 제공한다. 페이스북의 이모티콘 개정 작업에도 참여했다. 진지하면서도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켈트너 교수의 저서들은 매번 언론에서 화제가 된다.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이 요지.
 
대커 켈트너 교수

대커 켈트너 교수

책 내용을 요약하면 ‘좋은 사람들이 권력을 쟁취하지만, 권력을 갖게 된 후 그들은 부패한다’가 되는 것 같다.
“내 책을 ‘자극적’으로 표현한다면 맞는 요약이다. 금융계·학계·정치권 등 분야마다 권력을 획득하는 맥락이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구 결과와 데이터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증진하는 사람에게 직관적·본능적으로 권력을 부여한다. ‘나이스(nice)한 사람이 권력을 얻는다’는 가설에 대한 반례(反例)는, 거만하고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하지만 그 또한 가난한 백인 노동자 등 미국 국민 일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사로 당선됐다. 그들은 미국 정당들이 잊어버린 존재였다. 그들은 트럼프를 통해 명예감·자존감 회복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권력자들의 ‘갑질’, 특권남용이 문제인 것 같다.
“미국의 경우 공직에 출마하는 많은 이들이 특권층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부잣집에서 태어났고 엘리트 집안 출신들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졸업한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권력을 누리기 때문에 상당수 겸손하지 않고 공직이라는 특권이 부과하는 의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은 페미니즘 운동과도 연관이 있는가.
“그렇다. ‘미투 운동’은 괴롭힘과 강압,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추구한다. ‘미투’는 여성뿐만 아니라 미국 내 아시아계, 흑인, 히스패닉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문제 삼는다. ‘미투’는 그들 모두 권력의 상층부를 차지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마키아벨리적인 억압이나 나쁜 술수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이 1964년 7월 2일 민권법에 서명하고 있다. 켈트너 교수는 마키아벨리식 권력정치론이 민권·남녀평등의 성취를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진 백악관언론실(WHPO)]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이 1964년 7월 2일 민권법에 서명하고 있다. 켈트너 교수는 마키아벨리식 권력정치론이 민권·남녀평등의 성취를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진 백악관언론실(WHPO)]

책의 원제는 ‘권력의 역설(Power Paradox)’이었으나 한글판 제목은 ‘선한 권력의 탄생: 1%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권력 사용법’이다. 한글판 제목이 마음에 드는가.
“그렇다. 그런 한글판 제목을 뽑아준 한국 출판사에 감사한다. 나는 이 책에서 역사적으로 권력이 보다 ‘착한 권력’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논증하려고 시도했다.”
 
어떤 게 착한 권력인가.
“권력을 사람들의 복지, 경제적 여건과 건강 상태 개선을 위해 사용하는 게 착한 권력이다. 500년 전에 비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훨씬 더 착한 권력 쪽으로 이동했다. 착한 권력은 트럼프·김정은·문재인만의 과제가 아니다. 우리 자식들과의 관계,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착한 권력이 대세다.”
 
마키아벨리적 정치와 포스트마키아벨리 정치 사이에 긴장이 있는가.
“그렇다. 통제나 지배만이 권력의 전부가 아니다. 마키아벨리와 탈마키아벨리 사이의 긴장감은 우리 시대를 정의한다. 우리는 지배가 아니라 협력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도교·유교·불교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화합·협력을 중시하는 동양의 종교와 사상은 서구에 깊은 영감을 준다. 동서양 사상의 만남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 발전할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 지도자의 조건은?
“과감함과 협력·공감 사이에 서서 균형을 찾는 지도자다.”
 
북미회담은 성공을 거둘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장점은 과감함과 현상유지를 깨려는 의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농락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심리학은 소위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학문 분야인가.
“그렇다. 내 경우 애플·구글·페이스북에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그들은 많은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있지만, 그들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사회과학자, 심리학자도 필요하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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