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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해롭다더니, 전자 담배에 속았다 … 집 안서도 피웠는데”

7일 충북 청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한 연구원이 전자담배 유해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식약처는 ’외국 연구자료 등을 고려할 때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

7일 충북 청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한 연구원이 전자담배 유해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식약처는 ’외국 연구자료 등을 고려할 때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

“몸에 좋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일반 담배보다 더 나쁘다니…. 속은 기분이네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직장인 이재훈(37)씨는 “냄새도 덜하고 덜 해롭다고 해서 올 초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식약처, 유해성분 분석결과 발표
니코틴은 비슷, 타르는 더 많이 나와
포름알데히드 등 1군 발암물질도

“광고 믿고 올 초 갈아탔는데 황당”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 피해 걱정

필립모리스 측 “단순비교 부적절”
전문가 “금연 걸림돌 … 규제 강화를”

 
궐련형 전자담배(가열 담배)는 담뱃잎에 직접 불을 붙여 태우는 일반 담배와 달리 전용 담배 스틱을 충전식 전자장치에 꽂아 고열로 찐다. 제조회사는 일반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가 근거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부터 분석해왔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인체 발암 물질이 검출됐고 타르 성분이 일반 담배보다 많이 배출됐다”고 밝혔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가 인체에 유해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이날 15명의 흡연자를 인터뷰했다. 오후 4시쯤 여의도 증권가. 담배를 피우러 나온 직장인 200여 명으로 붐볐다. 이 중 족히 절반 정도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손에 쥐고 있다. 김모(33)씨는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일반 담배보다 오히려 더 나쁘다는 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직장인 정지원(29)씨는 “담배 연기와 달리 역한 냄새가 거의 없고 수증기만 나온다고 해서 집에서도 피웠다. 사실상 제조사가 사기 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모(54·회사원)씨는 “타르가 없다고 해서 이걸로 바꿨는데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니 황당하다. 이 맛에 길들어서 다시 일반 담배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간접흡연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주부 안모(39·경남 김해시)씨는 “남편이 일반 담배를 피울 때는 애들(7, 5세)을 피해 바깥에 나가서 피웠는데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꾸면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냥 피운다”며 “일반 담배와 다를 바 없다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3개 회사(필립모리스·BAT ·KT&G)에서 ‘아이코스(앰버)’ ‘글로(브라이트 토바코)’ ‘릴(체인지)’ 등 한 개 모델씩 선정해 분석했다. 여기서 배출되는 니코틴·타르·포름알데히드 등 11가지 핵심 유해 성분을 국제 공인 분석법인 ISO(국제표준화기구)법, HC(헬스 캐나다)법을 활용해 확인했다.
 
식약처 분석 결과 3개 제품의 니코틴 평균 함유량(ISO법)은 글로 0.1mg, 릴 0.3mg, 아이코스 0.5mg이었다. 일반 담배(상위 100개 제품 기준)의 니코틴 함유량 0.01~0.7mg과 비슷하다. 중독성과 직결되는 니코틴 함유량이 유사하다는 건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 남성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피우고 있다. [중앙포토]

한 남성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피우고 있다. [중앙포토]

타르의 평균 함량은 글로 4.8mg, 릴 9.1mg, 아이코스 9.3mg이었다. 일반 담배(0.1~8mg)보다 좀 더 높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타르는 우리가 잘 모르는 여러 유해 화학물질의 복합체다. 타르 양이 많다는 건 기존 담배보다 더 많은 유해물질, 또 다른 유해물질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발암물질도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여러 개 나왔다. 포름알데히드는 1.5~2.6㎍, 벤젠은 0.03~0.1㎍이 검출됐다. 니트로소노르니코틴(0.6~6.5ng), 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0.8~4.5ng), 벤조피렌(불검출~0.2ng)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모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성분이다. 다음은 식약처와의 일문일답.
 
분석법이 담배회사와 다른데.
“담배 배출물 성분을 측정할 때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시험법은 ISO법과 HC법이다. 필립모리스가 주장하는 방법을 국가 실험에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전문가 자문에 따라 국제 공인 시험법을 사용했다.”(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담배회사가 유해물질이 90% 이상 적다고 광고한다.
“필립모리스 측에서 자신들이 (실험)한 것만 가지고 덜 유해하다고 주장하는데 이건 성급하다. 담배 유해성분은 7000가지가 넘고 이번에 11가지를 분석했다. 나머지는 어떤지 필립모리스도 식약처도 아직 모른다.”(김장열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
 
외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있다. 지난 1월 중국 국립담배품질감독시험센터는 “아이코스에서 배출된 니코틴·타르가 일반 담배와 유사하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에선 ‘아이코스가 담배 관련 질환의 위험성을 줄인다’ ‘일반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보다 아이코스 흡연이 덜 위험하다’는 필립모리스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 담배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태우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며 “식약처가 나머지는 제쳐놓고 타르 성분이 높게 나왔다는 것만 부각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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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성분 함유량과 상관없이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모두 다 똑같은 담배 제품”이라고 말했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금연 치료·상담 등이 줄어들고 있는데 궐련형 전자담배 증가와 관련 있어 보인다. 냄새가 덜 난다고 실내 흡연자가 늘면서 간접흡연 피해를 초래한다”며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연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지원하고 있다. 이게 통과하면 제조회사가 유해성분 함유량을 제출하면 유해성분을 공개하고 니코틴·타르 함유량을 표기하게 강제할 방침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 5월 아이코스 출시 이후 12월까지 7870만 갑 팔렸고 올해 1~4월 9700만 갑으로 급증했다.
 
오송=정종훈 기자, 이에스더·김영주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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