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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조원이 걸렸다…지자체 금고전쟁

서울 25개 자치구부터 제주까지…36조원 '2차 금고전쟁' 시작됐다 
 
7일 오전 서울시청 청사 지하1층 우리은행 서울시청점 정문. '서울과 함께 103년'이란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승호 기자]

7일 오전 서울시청 청사 지하1층 우리은행 서울시청점 정문. '서울과 함께 103년'이란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승호 기자]

7일 오전 서울시청 지하 1층 우리은행 서울시청점. 다른 지점과 달리 정문에 ‘서울과 함께 103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현수막의 의미는 지점 입구에 전시된 옛 계약서를 보고 알 수 있었다. 계약서는 1915년 3월 31일 당시 조선총독부 경성부(현 서울시) 부윤 김곡충과 조선경성은행(현 우리은행) 지배인이 맺은 것이다. 경성부 예산을 보관하는 부금고 은행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이때부터 올해까지 103년간 서울시 금고는 우리은행이 관리해왔다.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약 34조원으로 국내 광역자치단체 예산 중 가장 많다.
 
우리은행 104년 만에 서울시금고 신한은행에 뺏겨
7일 오전 우리은행 서울시청점 입구에 전시돼 있는 계약서. 1915년 조선총독부 경성부와 우리은행의 전신인 조선경성은행이 금고 관리 업무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이다.[이승호 기자]

7일 오전 우리은행 서울시청점 입구에 전시돼 있는 계약서. 1915년 조선총독부 경성부와 우리은행의 전신인 조선경성은행이 금고 관리 업무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이다.[이승호 기자]

하지만 이 같은 ‘백년해로’의 역사는 내년부터 깨진다. 서울시가 예산을 1·2금고로 나눠 관리하는 복수금고제를 내년에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달 3일 1금고 관리 우선협상 대상자로 신한은행을, 2금고에 우리은행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일반·특별회계 예산을 보관하는 1금고 규모가 기금을 보관하는 2금고보다 크다. 우리은행이 신한은행과의 ‘금고전쟁’에서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103년간 같았던 서울시청지점의 주인도 올 9월 계약이 만료되면 우리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총 36조원 유치 전쟁…은행들 공격적 마케팅 태세
서울시청 청사.[중앙포토]

서울시청 청사.[중앙포토]

하지만 금고지기 쟁탈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13 지방선거가 끝나면 ‘2차 금고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약 16조원 규모의 서울 내 25개 자치구 금고(구금고)와 약 9조원 규모의 인천광역시 금고를 둘러싼 쟁탈전이다. 역시 새 금고은행 선정에 나서는 세종과 제주, 전북까지 합치면 약 36조원 규모의 금고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서울시금고 은행으로 선정된 신한은행은 여세를 몰아 구금고에서도 ‘우리은행 천하’를 무너뜨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 25개 구금고 대부분은 우리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구금고 25곳 중 강남·용산·노원·양천·서초·강서·도봉구 7곳이 복수금고고 나머지는 단수금고다. 이 중 우리은행은 21개 구에서 단수금고 또는 1·2금고를 모두 맡고 있다. 용산구만 신한은행이 1·2금고를 모두 관리한다. 강남구는 우리은행이 1금고, 신한은행이 2금고를 맡고 있다. 양천·노원구는 우리은행이 1금고, KB국민은행이 2금고를 운영한다.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신한 "시금고 바뀌었으니 구금고도 우리가"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시 1금고 은행 관리 주인이 신한은행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구금고 업무의 상당 부분은 서울시 전산 시스템과 연계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신규 구금고 은행 모집 공고를 낸 중구가 전산 시스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요구했다는 점을 구금고 교체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과·오납 수납, 공채 발행 등 시금고 은행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업무가 있다”며 “구금고가 시금고와 같은 전산시스템을 쓰는게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100여년 노하우 따라오기 힘들다" 
 
반면 우리은행은 오랜 기간 구청 금고를 관리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를 경쟁력으로 들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각종 예산을 무리 없이 출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산 시스템이 필수"라며 “100년 넘게 구금고를 운영하며 구축한 전산시스템을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외에도 현재 2곳의 구금고를 운영 중인 KB국민은행 역시 이번에 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성공사례에 자극받은 다른 시중 은행들도 경쟁에 나설 태세다.
 
인천시는 신한은행의 ‘수성’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현재 인천시 1금고 관리는 신한은행이, 2금고는 NH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인천시의 올 한 해 예산은 8조9000억원이다. 4년 전 도전했다 실패한 우리은행은 이번에도 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한은행에 100여년 만에 서울시 1금고 지기를 빼앗긴 만큼 이번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은 2006년까지는 인천시 2금고를 운영한 경력도 있다. 이외에도 세종시(1조원)와 제주(4조원), 전라북도(6조4000억원) 역시 하반기에 금고은행을 선정한다.
정부 세종청사 전경. [중앙포토]

정부 세종청사 전경. [중앙포토]

은행이 왜 지자체 금고에 눈독 들일까
 
은행들은 왜 지자체의 금고에 관심을 보일까. 최근 대출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개인보다 기관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 이유 중 하나다.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개인보다 기관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더구나 시나 자치구 금고로 지정되면 은행은 자치단체가 가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단위의 예산을 관리한다. 예산집행과 세금 징수 과정에서 출납 업무를 보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공무원과 그 가족을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의 모습.[뉴스1]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의 모습.[뉴스1]

여기에 시나 구가 관리하는 산하기관과 거래처가 주거래 은행을 바꿀 가능성도 크다. 주철수 신한은행 기관그룹장은 “예전 지점장 업무를 담당했을 때, 기관과 새로운 계약을 맺으려 하면 각 기관은 서울시가 맺고 있는 주거래은행 계약을 깨트리고 싶어 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며 “만일 시나 자치구 금고를 따낸다는 건 해당 산하기관과도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은 전사 차원에서 지자체 금고 유치에 나서고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지난달 2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필리핀으로 출국했다가 하루 만에 귀국했다. 같은 달 3일에 있을 서울시금고 입찰지원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과도한 ‘경쟁 출혈’에 일반고객 피해 우려도 
 
하지만 일각에선 시금고 유치가 은행 수익성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 간 출혈 경쟁만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이 지자체에 더 많은 출연금을 내는 것이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출연금은 은행에서 서울시민을 위해 내는 일종의 기부금으로, 세입 처리돼 서울시의 사업비로 쓰인다. 서울시금고를 운영하기 위해 신한은행은 3000억원을 서울시에 내기로 했다. 우리은행 제시액(1100억원)보다 컸다. 
 
구금고에서도 상황은 비슷할 전망이다. 한정미 용산구청 재무과 지출팀장은 “지난 2014년 구금고 관리 은행 입찰 경쟁 과정에서 외부 심의위원회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사업계획서를 심의한 결과 신한은행이 우리은행보다 용산구에 더 많은 출연금을 기부하는 등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운영권을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에 선정되기 위해 공무원 대상으로 '제 살을 깎아 먹기' 수준의 낮은 금리 혜택을 제공해야 하고 새 전산망 구축 등에도 비용이 들어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이를 메우기 위해 은행이 대출·서비스 수수료를 올려 일반고객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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