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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순수 그리고 열정 … 도마뱀 주연 조승우

조승우(26)는 그의 뮤지컬 히트작 '지킬 앤 하이드'같은 배우다. 영화 관객들은 그를 대개 '클래식''말아톤'의 착한 소년 같은 인상으로 기억하지만, 연극무대나 '하류인생'같은 영화의 그는 때로 '악마적'이라고 부를 만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음…하이드는 순수한 악(惡)이죠. 실제로는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늘 선한 것만도 아니죠. 그러니 순수한 악이 튀어나왔을 때 오히려 관객이 공감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느릿한 말투 역시 처음에는 금방이라도 '말아톤'의 초원이가 될 듯하지만, 기다려보시라. 서슴없이 연애사를 얘기할 때 그의 당돌한 어조를.





'도마뱀'(27일 개봉)은 조승우의 두 얼굴을 수렴하는 듯한 영화다. 그가 연기하는 조강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20여 년간 본격적인 연애를 거부하고 번번이 도망치듯 사라지는 여자 아리(강혜정)를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맨다. 설정으로는 '착한 소년' 계보에 속하는 인물인데, 실제 스크린에 펼쳐지는 모습은 맛이 다르다. 외계인을 자처하는 아리의 황당무계한 거짓말에 이렇다할 반박을 못 하던 소년의 순정은 어느새 사랑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청년의 열정으로 변주된다."처음에는 '클래식'과 비슷했어요. 너무 순수해서 혹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런데 20년 동안 세 번 만난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라면 낙천적인 동시에 퍽 고집스럽겠다 싶었죠. 능청스럽고, 뻔뻔하기도 하고. 그런 감정 흐름을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인물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특히 극중 아버지(강신일)와 친구 같은 관계가 인물에 살을 붙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스크린 밖에서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그랬다. "부모가 멋져 보일 때가 있잖아요. 고등학교 때 화분 속에 숨겨둔 담배를 들켰어요. 어머니가 혈압약을 한 알 드시고는, '계속 피울 거니'하시데요. 그 다음날 보니까 제 책상에 재떨이가 놓여 있었어요."

중학교 시절 연기를 권한 것도, 고교 시절 바바리 코트로 멋내기를 권한 것도, 대학 시절 염색.귀걸이를 권한 것도 다 어머니였다. 그의 카리스마를 낳은 자신감 뒤에는 상당히 든든한 배경이 있었던 셈이다.

'도마뱀'은 실제 연인이 극중 연인으로 출연한다는 점이 화제를 모았고, 도중에 두 사람이 결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인터뷰 속에 자연스레 '혜정이'를 언급하던 그는 문제의 소문을 "양심을 걸고 말하지만,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공공연히 연인임을 천명한 커플이 치러야 할 통과의례로 보는 눈치다. 사실 따지고 들면 동반출연을 결정한 것부터 대담해 보였다. 그는 "연애하고 손잡는 게 죄도 아닌데, 그런 걸 꺼리면 일상의 연기는 어떻게 하냐"고 반문한다. "연기가 안 풀릴 때면 마스크 쓰고 지하철을 돌면서 사람 구경한다"는 것은 그가 내비친 연기비결 중 하나다.

'도마뱀'의 출연은 조강과 아리의 만남처럼 엇갈림이 인연이 된 경우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구어체 대사가 통통 튀는 게 제가 아니라 누가 해도 잘될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이킨다. 그러다 강혜정이 캐스팅됐고, 갑상선 혹 제거수술을 위해 입원한 연인 곁에서 밤잠을 못 이루다 다시 읽은 시나리오가 그를 결심하게 했다. "이것도 인연이다 싶었죠. '말아톤'이후 착하고 밝은 이미지로만 저를 보는 시선이 많아 처음엔 거절했는데, 굳이 거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겠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해볼 만한 역할이다, 하는 자신이 생겼어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공동운명체이듯, 아는 사람은 그의 두 얼굴을 동시에 읽는 모양이다. 임권택 감독은 '춘향뎐'의 오디션을 보러 왔던 스무 살 그에게서 남이 보지 못한 반항기를 읽어내고 나중에 '하류인생'에 캐스팅한 일화가 있다. 그에 대한 연인의 첫인상도 남다르다.

"'올드보이'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하류인생'시사회에 초대했는데 왔더라고요. 나중에 저랑 사귄 이유가 '못돼 보여서'라나요."

'도마뱀'은 신파적 반전이 감춰져 있는 영화다. 조강은 그 모든 사랑을 겪은 끝에도 "처음 봤을 때의 그 느낌"을 고스란히 예찬한다. 현재진행형의 사랑을 하는 이 배우는 사랑에 대한 정의내리기를 거절했다. 대신 영화에 대해 "저렇게까지 사랑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하면서도 그걸 믿고 싶어하는 게 사람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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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