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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면 북한으로 귀농할만 할까?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22)  
불과 한달여 전이 설렘의 시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두 차례 만났다. 며칠 후면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만난다니 상상 그 이상의 일이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민은 환호한다. 지금 상황을 조심스럽게 걱정하는 이는 있어도 반대하는 이는 없다. 경사로운 일이다. 이 와중에 전화가 온다.
 
“북한으로 귀농·귀촌할 수 있을까요?” 나의 대답은 이랬다. “갈 수는 있겠지만, 재미는 없을 겁니다.”
 
통일되면 북한으로 여행 정도가 아니라 이주해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말한다. “북한으로 귀농·귀촌 가면 재미있겠다” “가 보고 싶다”라고 말이다. 그러면 나는 가는 건 좋은데 재미는 없을 것이라고 답한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고, 재미보다는 사명감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지나친 농약사용으로 농사짓기 어려워져  
금강산에서 해금강가는 길 들녁에 북한 주민들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 [중앙포토]

금강산에서 해금강가는 길 들녁에 북한 주민들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 [중앙포토]

 
남한과 북한이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농업적으로 하나를 꼽으면 토양이다. 1970년대에는 북한이 남한보다 농산물 수확량이 더 많았다가 1980년대 이후에 급격히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지나친 농약의 사용으로 토질이 악화해 농사짓기가 어려운 상황이 돼서라고 한다. 
 
토질의 악화로 새로운 경작지를 찾게 되고, 산의 나무를 벌목해 농지로 만드는 통에 민둥산이 된 임야는 장마와 태풍 때 물을 잡아 두지 못해 홍수가 나는 바람에 농지가 침수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의 식량 자급률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또 하나 다른 것은 북한 주민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량은 대체로 배급되기 때문에 농민들은 농산물을 팔아 생활하지 않는다. 우리도 과거 새마을 운동을 하면서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농약 사용을 장려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나친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토양이 악화하고 농산물에 농약 함유량이 많아져 질병을 유발하는 사고도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농약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 남한은 식량자급률이 안정되고 토질이 개선돼 유기농산물도 제법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이 아직도 농업 환경이 불안정하고 식량난이 해마다 온다는 것은 아마도 화학비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까닭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북한 차량들이 농촌을 지원하기 위해 모은 퇴비를 평양 인근의 협동농장·양묘장·산림경영소로 보내기 위해 이동중이다.  [중앙포토]

북한 차량들이 농촌을 지원하기 위해 모은 퇴비를 평양 인근의 협동농장·양묘장·산림경영소로 보내기 위해 이동중이다. [중앙포토]

 
물론 농산물이 내부에서 소비되고 수입되는 비율을 분석해야 하지만, 적어도 농사짓는 땅만큼은 크게 개량되지 못 것이 사실이다. 지금 북한의 농촌은 땅을 되살려야 하는 매우 기초적인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어 수확량과 품질을 함께 개선하려면 대대적인 체질개선 방안이 강구돼야 할 상황이다.
 
지금 남한 농촌의 문제는 농산물의 질이 아니라 농산물이 수확량보다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확보다 판매가 걱정이다. 반면 북한 농민이 농산물 판매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단편적인 사실만 보면 혹할만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농산물 수확량이 많지 않을뿐더러 식량 배급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장마당이란 것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우리의 마트 규모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 북한으로 귀농·귀촌을 간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농업 환경과 이질적인 농촌 문화를 극복해야 하므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 주위에선 북한은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농사를 대규모로 지으면 괜찮을 것이고, 땅값도 싸니까 일단 사두면 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농업 환경이 좋지 않아 허덕대는 북한으로 귀촌해 집을 짓고 독야청청하고 있으면 과연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겠는가. 귀농해 농사를 지으려 해도 토질 개선부터 해야 하는 엄청난 작업량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괜히 땅값만 올려놓는 거 아닐까 걱정이다.
 
북한에 땅 투기 바람 일으켜선 안 돼
북한의 농촌 마을 모습. 북한은 농업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므로 통일이 되면 농업 전문가들이 건너가 도와줘야 한다. [중앙포토]

북한의 농촌 마을 모습. 북한은 농업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므로 통일이 되면 농업 전문가들이 건너가 도와줘야 한다. [중앙포토]

 
우리도 40년 전 귀농·귀촌이라는 개념조차 모호했을 때지만 당시에도 서울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고향으로 돌아가 살겠다고 시골의 땅을 샀다. 그 결과는 땅 투기와 아파트 개발로 이어져서 농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제조업에 밀려 농업은 쇠락하고 농민은 줄어들고 농촌은 늙어간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결과의 되풀이를 북한에다 또 할 것인가. 냉정하게 생각하고 북한 농민의 고민도 들어 봐야 한다. 함께 사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북한으로 귀농·귀촌을 가는 건 정확하게는 이민에 가깝다. 언어야 통하겠지만, 전혀 다른 문화권으로 가기 때문에 외국 생활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농업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므로 농업 전문가들이 건너가 도와줘야 한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귀농·귀촌하려면 돈 버는 재미보다는 사명감이 우선돼야 한다. 북쪽도 알고 보면 귀농·귀촌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부디 북미회담이 잘 이뤄져 한반도 평화가 앞당겨지고 선거도 잘 치러 남북통일을 잘 준비할 수 있는 지방 정부가 구성되기 바란다. 앞으로 남북의 농촌이 공존하는 방안이 모색되어 한민족이 함께 공영하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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