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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우린 북한을 모른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북핵 서적을 읽는 건 곤혹스러운 경험이다. 남·북·미 간의 도발과 대치, 희망과 기대, 배신과 좌절이 마치 무한반복의 알고리즘처럼 반복돼서다. 한반도 전문가인 존 오버도퍼의 『두 개의 한국』도 마찬가지다. 거기엔 1994년 제네바 합의 과정과 관련, 이런 대목이 있다. “남한은 대북 경수로 지원과 관련해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비용도 가장 많이 부담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정작 제네바 핵 협상 회담 석상에 참여하지 못했다. 남한 입장에선 대단히 불만스러운 일이었다.” 간단한 기술이다. 실제론 한심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인사는 “미·북 합의엔 우리의 요구가 담기지 않았다. 서울에선 ‘못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미측이 ‘그러면 북한과 전쟁해야 한다’고 하자 다음날 서울에서 ‘수용하겠다’고 번복했다”고 말했다.
 
기시감이 드나. 이 글의 목적은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필연은 없다. 장차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어질 테고, 그 결과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그 시간이 수년일 수도, 수십 년일 수도 있다. 제네바 합의의 경우 합의로부터 파기까지 9년이 걸렸다.
 
오늘 얘기하려는 건 그 시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다음주 북·미 정상회담이 시작되니 더 요긴할 게다.  
 
우선 ①우리는 북한을 모른다. 전문가들도 북핵이 한반도 적화통일용인지 북한의 체제보장용인지 엇갈린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없다는 게 다수설이나 일각에선 핵을 포기하고 보상을 충분히 받은 후 여력이 생겼을 때 다시 만드는 비용이 핵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탐색, 또 탐색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②합의는 긴 과정(process)의 일부다. 과거에 그랬듯 앞으로도 만남과 합의가 이어질 거다. 제네바 합의가 실패란 인식이 다수지만 “2000년대 영변은 말 그대로 황폐했다. 북한이 아무것도 못 했다”는 주장도 있다. 예단할 일 아니다.
 
③‘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고들 말한다. 북한의 이력을 보면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믿어줄 이유는 없다. ‘불신하라 해서 검증하라’는 태도가 맞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④샴페인을 일찍 터뜨리지 말아야 한다. 곳곳에 돌부리가 산재했다. 글머리에 썼듯 우리의 이해에 어긋날 때도 올 수 있다. 냉정함만이 우리를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구할 터이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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