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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부장들 “대법원장 말바꿔 유감” 반란 … 요동치는 사법부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민 의례를 하고 있다. 사법부 현안 토의를 위한 전국법원장간담회가 7일 오전 대법원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민 의례를 하고 있다. 사법부 현안 토의를 위한 전국법원장간담회가 7일 오전 대법원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을 형사고발할지를 둘러싸고 사법부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서울고법 부장 41명 회의 파장
“내부 해결 말하곤 고발 시사해 혼란
수사는 판사가 촉구할 영역 아니다”
내부 분열 비칠라 ‘반대’ 대신 ‘우려’
오늘은 법원장 회의 … 김명수 시험대

이런 가운데 지난 5일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회의 석상에서 이번 사태의 확산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의 행보에 유감을 표하는 발언도 나왔던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현직 대법원장이 전직 대법원장 등을 직접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는 것의 부적절성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사법부 혼돈이 김 대법원장의 말바꾸기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법원 주변에선 “차관급 고법 부장판사들이 작심을 하고 성토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전국 최대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을 포함해 일선 법원의 소장판사들은 직급별 판사회의를 열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책임자들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는 의견을 잇따라 냈다. 이날 복수의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서울고법 부장판사회의 41명(서면 참석자 4명 포함)이 참석한 비공개회의에선 3개 항이 의결됐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 추진 방안 및 BH 관련 보고서’ 등의 문건을 작성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법행정권의 부적절한 행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남용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법원의 통합이 시급하고 대법원장 등의 관련자 형사고발은 재판 독립 침해의 우려가 심각하다며 반대했다.
 
외관상 온건해 보였지만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날 회의의 발언 수위는 높았다. 김 대법원장의 ‘말바꾸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및 재판 개입’ 의혹 사태 일지

‘사법부 블랙리스트 및 재판 개입’ 의혹 사태 일지

A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 직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재조사에 나설 때는 물론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중심의 3차 조사를 밀어붙일 때도 사법부 내부의 힘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사석에서도 이번 3차 조사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러나 결국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형사고발 시사 쪽으로 말을 바꿨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특히 특별조사단장에 자신이 임명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보임하고 조사 대상·방식·범위 등 전적으로 권한을 위임하고도 다른 말을 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이 있었다”며 “일부 판사가 4차 추가 조사 의견을 제시했으나 대법원장의 말을 어떻게 믿느냐는 반대 의견에 묻혀 쑥 들어가 버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고 사법행정권자인 대법원장이 수사를 의뢰하거나 법원행정처에서 형사 고발을 하는 것에 대해선 “사법행정권이 영장전담판사나 담당 재판부의 독립을 또 다른 형태로 침해하게 된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회의에서 “수사는 검찰의 영역이지 판사가 촉구하는 영역이 아니다. 김 대법원장이 당초 ‘사법부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약속하고도 다시 ‘모든 것은 열려 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꾸면서 혼란이 생긴 것이 유감스럽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한다.
 
다른 참석자는 “1년 넘게 이어진 진상 조사를 받아들인 것은 법관 독립 침해가 재발돼선 안 된다는 내부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법원장의 고발이나 수사 의뢰가 이뤄지면 ‘특별재판부 구성’ 등 사상 초유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지난해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실시한 판사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8%가 ‘대법원장에게 반대 의사를 표할 경우 불이익이 우려된다’고 응답한 것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뒤집어 보면 지금 대법원장이 수사 촉구나 고발에 나선다면 해당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걱정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냈다.
 
일부 고법 부장판사들은 대법원장 등의 고발 건과 관련해 “고발이나 수사 의뢰 등에 대해선 압도적으로 반대 의견이 나왔다. 다만 ‘반대’라는 표현을 쓸 경우 내부 충돌로 비춰질 수 있어 ‘깊이 우려한다’ 선에서 결의문 문구의 수위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회의에선 청와대 국민청원 담당자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이 최근 정형식 고법 부장판사(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장으로서 집행유예 판결 선고)의 파면 관련 국민청원 결과를 법원행정처에 통보한 건도 거론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B판사가 ‘그 문제는 대한변협이 재판의 독립을 해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비판했음에도 현 법원행정처는 일언반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며 “우리 동료 일인데 재판 독립성을 위협한 그 문제가 불거졌을 때 왜 침묵했는지에 대한 자성과 비판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김 대법원장은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로 넘길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세 개의 봉우리를 마주해야 한다. 법원장 간담회(자문기구)와 전국법관대표회의(건의기구), 대법관회의(의결기구)가 그것이다.
 
7일 열리는 법원장 간담회에는 일선 법원장 총 36명이 참석한다. 자리의 성격을 감안해 김 대법원장은 불참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한 법원장은 “수사로 인한 조직 전체의 부담이 크고 사법 불신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사 반대 의견이 많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장이 된 인사가 많은 점 ▶이들이 대법관 승진 대상자들인 점 등이 변수다.
 
소장파 판사들이 주축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다. 이미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선언 의안’이 안건으로 올라온 상태다. 대표회의 소속 한 판사는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할 경우 생기는 재판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고발 대신 수사 촉구를 의안에 담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형사 고발 여부는 사법적·민주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라도 대법관회의에서 논의해야 하는 게 맞다”며 “다만 현직 대법관 7명이 ‘재판 거래’ 의혹의 당사자여서 제대로 회의가 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관들이 별도 의사나 성명서를 낸다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현일훈·손국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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