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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통신비 원가 공개, 전가의 보도인가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4세대 이동통신(LTE)의 통신비 원가 자료를 공개한다. 4월 “2세대(2G)·3세대(3G) 통신비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 후 정부가 자진해서 LTE 원가 자료까지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원가 공개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필자가 원가 공개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자주 인용하는 사례가 있다. 2010년 한 대형마트가 5000원짜리 치킨을 출시했을 때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모임인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는 생닭의 원가와 기름, 포장 박스 등 원가 구조를 자진해 공개했다. 1만4000원짜리 치킨이 일각의 주장처럼 9000원씩 마진을 남기는 것이 아님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마트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영업 비밀과도 같은 원가 공개를 불사한 것이다.
 
만약 치킨집 사장이 원가 공개를 매년 한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소비자들은 우리 동네 치킨 가게의 적절한 이익률이 얼마인지 합의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만약 이익률이 정해진다면 치킨 가게가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할 이유가 있을까. 시장 기능의 작동과 원가 공개를 연계시키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통신 요금 원가 공개의 본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법원 판결의 주된 논거는 이동통신 서비스가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공자원을 이용해 제공되는 공공서비스라는 점이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의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부가 하나의 공기업을 통해 이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한 곳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시장 경쟁 요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므로 부득이하게 요금을 원가에 연동시킬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통 서비스는 세계적인 추세처럼 복수 기업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도 경쟁 정책을 운용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통 서비스 원가를 공개하는 국가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 요금은 시장 경쟁으로 결정된다.
 
만일 정부의 이통 경쟁 정책이 실패해서 통신 요금이 비싸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고 해서 원가 공개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까. 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원가공개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통 시장이 독과점적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설사 이 주장이 맞다 해도 기업 간 담합에 대한 해결책이 원가 공개가 될 수는 없다. 원가 공개를 하는 순간 이익률이 정해지므로 기업들은 경쟁할 이유가 없어진다. 원가 공개는 쉽게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원가 공개가 시장 경제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바람직한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원가 공개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할 것이 아니라 시장 경쟁 활성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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