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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공짜 야근' 없앤다더니 포장만 바뀌나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당장 대상 기업(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가장 큰 기대는 상사 눈치 보지 않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해 줄어들 급여(실수령액), 높아질 업무 강도 등에 대한 걱정도 있다. 물론 가장 큰 걱정은 "진짜 주 최대 52시간만 일하면 될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전체 근로자(5인 미만 사업장, 특례업종 제외)의 11.8%인 95만5000명의 임금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꿔 말하면 현재 주 52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10명 중 1명뿐이라는 의미다. 10명 중 9명은 휴일엔 모두 쉬고, 평일엔 하루 평균 야근을 2시간 반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의구심이 들었다. 주변에 밤늦도록 일하느라 힘들어하는 근로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비밀은 임금 체계에 있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장 2곳 중 1곳은 포괄임금제를 도입했다.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 외 근로 수당이 급여에 포함된 형태다. 주 중에 야근을 1시간을 하든, 6시간을 하든 수당은 없다. 말 그대로 ‘공짜 야근’이다. 
 
포괄임금제가 남아 있다면 근로시간 단축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정부도 문제점을 눈치채고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네이버·위메프 등 기업도 앞장서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나섰다.
 
그런데 좋아하기만 할 상황이 아니다. 기업들이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하는 유연근무제를 꼼꼼히 봐야 한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가 여건에 따라 근무 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사실 업종별, 업무별로 주 52시간을 일괄 적용하기는 무리가 크다. 
 
유연근무제는 크게 선택적 근로시간제(한 달간 정해진 근로시간 이외 부분은 근로자 스스로 조절), 탄력적 근로시간제(석 달 단위로 평균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는 제도), 재량근무제(노동시간 및 업무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제도) 등이 있다.
 
문제는 재량근무제다. 얼핏 근무 여건이 편할 것 같지만, 포장만 달라졌을 뿐 실상은 포괄임금제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근로자에게 더 불리하다. 재량근무제는 아예 근로시간을 측정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근로자가 재량껏 일하면 된다. 이 재량껏은 하루 5시간이 될 수도 있고, 20시간이 될 수도 있다. 연초 정부는 재량근로제 적용 대상 업무를 확대하려다가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로 좌초됐다. 
 
이미 재량근무제를 도입하고 나선 기업도 있다. 기왕 근로자 워라밸을 위해 칼을 뽑은 정부가 아랫돌 빼서 윗돌 괴지는 않길 바란다. 최현주 산업부 기자 chj80@joongang.co.kr
 
최현주 산업부 기자

최현주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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