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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던 접경지···변화 바람 부나

[6.13포커스]접경지서도 진보 단체장 바람 불까?…변화 조짐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 마을회관 인근을 지나는 선거유세 차량. 박진호 기자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 마을회관 인근을 지나는 선거유세 차량. 박진호 기자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의 표심이 심상치 있다.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보수의 텃밭'이 변할 조짐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강원도 접경지역에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민주당 바람’이 확인됐다.
 
강원일보 등 강원도 내 5개 언론사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춘천·원주·강릉 ±3.7%, 나머지 15개 시·군 ±4.4%포인트)에 따르면 강원도 접경지역인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5개 군에서 민주당 후보가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원은 더불어민주당 구인호 후보 34.5%·자유한국당 이현종 후보 27.6%, 화천은 민주당 김세훈 후보 42.4%·한국당 최문순 후보 38.2%, 양구는 민주당 조인묵 후보가 39.4%·한국당 윤태용 후보 35.9%로 각각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조사됐다. 또 인제는 민주당 최상기 후보 44.8%·한국당 이순선 31.6%, 고성은 민주당 이경일 후보가 42.7%, 한국당 윤승근 후보 34.6%로 민주당이 큰 격차로 각각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 마을회관 옆 건물 벽에 걸린 선거 홍보물. 박진호 기자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 마을회관 옆 건물 벽에 걸린 선거 홍보물. 박진호 기자

 
접경지역에서도 보수 색채가 상대적으로 강했던 강원에서 진보로의 표심 변화가 뚜렷한 만큼 경기, 인천 접경지역에서는 더 강한 민주당 바람이 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지난 4일 경기, 인천, 강원 주요 접경지를 찾아 민심을 살펴보니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터미널에서 만난 최모(65·여)씨는 “그동안 보수당을 찍어주는 주민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며 “이번엔 경험 많고 일 잘하는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화천군은 민주당 김세훈(59) 후보, 한국당 최문순(64) 후보, 바른미래당 방승일(61) 후보 3파전이다.    
 
역대 선거에서 여당을 밀어주는 경향을 보여왔던 강원도 철원도 민주당 바람이 느껴졌다. 김화읍 민통선과 접한 도창리 주민 이모(74)씨는 “젊은 사람들은 당을 보고 뽑고, 나이 많은 사람은 누가 철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인지를 보고 뽑는다”고 말했다. 철원은 1995년 이후 여당 후보가 군수로 당선되는 징크스가 있다. 이번엔 민주당 구인호(54) 후보, 한국당 이현종(68) 후보, 무소속 김동일(54) 후보가 3파전을 치른다.
 
보수 색채가 강했던 경기 중북부 연천군 민통선에서도 민주당 바람이 감지됐다. 북한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태풍전망대 옆 중면 횡산리 마을의 한 60대 주민은 “과거엔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 할 정도로 보수 몰표 지역이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영 다르다”고 했다.
    
재선의 김규선(한국당) 현 군수가 공천 경쟁에서 밀려 출마하지 못하고 연천군수 선거는 보수, 진보 후보 간 맞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왕규식(59) 후보와 한국당 김광철(59) 후보는 각각 군의원, 도의원 출신이다. 사상 첫 진보 단체장 배출 여부가 관심사가 됐다.
민통선과 맞닿은 경기도 연천군 중면행정복지센터 앞에 설치된 선거벽보. 전익진 기자

민통선과 맞닿은 경기도 연천군 중면행정복지센터 앞에 설치된 선거벽보. 전익진 기자

 
서해5도와 이웃한 인천 강화의 민심도 보수 색채가 옅어진 분위기였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옹진군 주민 김모(68·여)씨는 “실질적으로 옹진군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은 민주당 한연희(58) 후보와 한국당 유천호(68) 후보, 무소속 이상복(64) 후보가 3파전을 치른다.  
5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인천시 옹진군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6·13 지방선거에 사용할 투표함을 백령도행 여객선 하모니플라워호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인천시 옹진군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6·13 지방선거에 사용할 투표함을 백령도행 여객선 하모니플라워호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는 접경지 중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지역이다. 민통선과 접한 적성면 시가지. 택시 정류장에서 만난 택시 기사 권모(61)씨는 “요즘은 택시 손님 중 선거나 지지 후보를 얘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파주는 이제 신도시 지역 위주의 진보와 농촌 지역 중심의 보수 세력이 팽팽히 겨루는 지역이 됐다. 서로 감정 상하지 않기 위해 선거 얘기를 않는 것 같다. 대신 남북 정상 회담 얘기는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파주시장 선거는 접경지역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이 있다는 상징성과 경기, 인천, 강원 접경지역 15개 시·군 중에 인구(43만명)가 가장 많은 도시여서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시가지의 선거벽보. 전익진 기자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시가지의 선거벽보. 전익진 기자

 
파주는 오랜 기간 보수 정당이 우세했지만 최근 표심이 진보로 이동하고 있다. 4년 전 시장 선거에선 새누리당 이재홍 후보가 당시 현역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재 후보를 이겼지만, 2016년 총선에선 민주당이 국회의원 2석을 싹쓸이했다. 파주시장 선거에는 민주당 최종환(52) 전 청와대 행정관과 한국당 박재홍(62) 전 파주시 기획재정국장, 바른미래당 권종인(54) 도당 여성정책위원장, 정의당 이상헌(40) 지역 위원장 등 4명이 뛰고 있다.
 
김포도 파주와 비슷한 분위기다. 신도시 유입인구와 남북 화해 분위기에 진보세가 강해지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에 사는 이모(33)씨는 “도시철도만 믿고 이사를 왔는데 개통이 연기돼 어이가 없다”며 “내세운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힘 있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에선 민선 1~4기는 보수성향 소속 정당 후보가, 2010년·2014년 치러진 민선 5~6기 선거에선 민주당 소속인 유영록 현 시장이 당선됐다. 이번 선거엔 민주당 정하영(55) 후보와 한국당 유영근(63) 후보, 민주평화당 유영필(63)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달 2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인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 관중이 함께 6·13 지방선거 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지난달 2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대전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인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 관중이 함께 6·13 지방선거 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3선 연임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인천 옹진군수 선거에는 민주당 장정민(48) 후보와 한국당 김정섭(60) 후보, 무소속 김기조(54)·손도신(44)·김필우(69) 후보가 맞붙는다. 옹진군은 백령도·연평도 등 113개 섬으로 이뤄진 데다 북한과 가까운 서해 5도 지역을 끼고 있어 안보 문제에 민감하다. 여기에 전체 인구의 21.7%가 65세 이상 노인층이라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던 곳이다.
 
역사적인 남북 훈풍이 불고,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인기가 압도적인 가운데 접경지역도 민주당 바람이 휩쓸지, 보수 본색이 지켜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천·파주·강화·옹진·김포·철원·화천=전익진·최모란·박진호 기자 ijjeon@joongang.co.kr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조사개요 및 방법, 결과 등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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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