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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몸에 좋다더라"… 유사과학에 휘둘리는 21세기 한국

최근 대진침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1일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라돈을 측정을 하기위해 각 가정에서 수거해 온 대진침대의 매트리스가 가득 쌓여 있다.김성태/2018.06.01.

최근 대진침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1일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라돈을 측정을 하기위해 각 가정에서 수거해 온 대진침대의 매트리스가 가득 쌓여 있다.김성태/2018.06.01.

 #1. ‘노인을 젊게 만들고 나이 든 사람에게 활력을 되찾아 준다.… 때때로 내 몸 안에서 불꽃 같은 활력이 느껴지는 것 같다.’
#2. ‘체내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혈액순환이나 물질대사가 더욱 활발하게 되고 면역력 향상으로까지 이어진다.’
 
이쯤 되면 100년의 긴 세월을 뛰어넘은 판박이다. #1은 영국 출신 케이트 모어의 책『라듐 걸스』에 소개된 1917년 미국 뉴저지주의 사람들이 당시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라듐에 대해 칭송한 표현이다. #2는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이온의 효능’에 관한 콘텐트다.
 
둘은 100년을 넘어선 시간의 간극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1의 주인공은 방사성 동위원소 라듐, #2의 주인공은 음이온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지만, 사실은 라듐 등에서 생성되는 방사성 비활성 기체 원소 라돈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이 100년 전 서구가 겪었던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20세기 초 라듐 공장에서 일하던 ‘라듐 걸스(Radium Girls)’들은 이가 빠지고, 잇몸이 무너지고 뼈와 연골ㆍ근육에 육종이라는 암세포가 퍼져나간 끝에 비참하게 숨을 거뒀다. 2018년 한국의 인터넷 카페에는 몸에 좋다는 음이온 침대를 썼다가 폐 질환과 잇몸 출혈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방사선

방사선

한국서 벌어지는 참사의 원인은 방사성 동위원소 우라늄과 토륨을 함유한 광물질 모나자이트다. 정부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다는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는 생활용품에 들어가서는 안 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음이온 침대로 둔갑해 소비자들의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원안위는 모나자이트 수입업체와 원료를 공급받은 66개 업체는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들 66개 업체가 어디에 어떤 식으로 제품을 공급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다. 매년 100여 개의 생활용품을 골라 방사능 검사를 했지만, 연간 허용 선량 1 mSv(밀리시버트)가 넘어서지 않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른바 ‘유사 과학’이 이 틈을 파고들었다. 건강에 좋다는 음이온이 많이 나온다는 ‘천연 돌가루’를 이용한 제품들이 쏟아졌다. 밤새 코를 박고 잠을 자는 매트리스는 최악의 사례였다. 대진침대의 한 매트리스는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9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외에도 국내 온ㆍ오프라인 쇼핑몰에는 음이온을 내세운, 성분이 불확실한 각종 생활용품ㆍ장식품들이 즐비하다.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라돈안전센터장)는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주장”이라고 단언했다. 원안위 역시 ‘2017년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우에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모나자이트 등 희토류 광석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음이온 팔찌, 목걸이 제품들을  ‘음이온 기술(negative ion technology)’로 명명하여, 이러한 제품에는 방사성 핵종이 함유되어 있으며 제품 취득 시에는 폐기를 권고하고 있다’고 적었다.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유명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한 발 더 나간다. 방사선이 나오는 광물질 기반 음이온뿐 아니라, 가정용 공기 청정기나 에어컨에 들어가는 전기식 음이온 발생기 역시 몸에 해롭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이런 음이온 발생기는 대부분 코로나(불꽃) 방전을 이용한 것”이라며“코로나 방전이 일어나면 산소 분자가 깨지면서 불안정한 이온이 생겼다가 즉시 오존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오존은 탈취와 함께 살균작용을 한다”며 “밀폐된 방에서 오존 발생기를 오래 사용하면 오존의 농도가 높아져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때 가정에서 많이 사용해온 오존 발생기는 제품 살균용이지, 생활용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캘리포니아 정부에서는 오존 발생기(ozonizer)를 가정용으로 쓰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음이온 발생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를 생산하는 한 국내 업체는 "이온나이저가 들어있는 제품은 국내에서 공신력이 가장 높은 한국공기청정기협회로부터 인증을 받고 있다"며 "이 인증은 오존 발생농도가 0.03ppm 이하일 경우에만 부여한다"고 해명했다. 또 이 인증과는 별도로 자신들의 제품은 보다 엄격하게 0.01ppm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사선

방사선

 이 교수는 "원적외선 효과를 주장하는 생활용품도 대표적 엉터리 과학 중 하나"라고 비판한다. 원적외선이 온열효과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품 광고에서처럼 ‘노화 방지, 신진대사 촉진, 만성 피로’효과는 확인 불가능하거나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말이다.
 
 원론으로 돌아가자. 방사선(放射線)은 대체 무엇이며 어디서 오고, 인간의 몸에는 얼마나 해로울까. 방사선은 불안정한 원자핵을 가진 원소가 붕괴해 안정된 원소로 변해갈 때 내어놓은 에너지를 말한다. 흔히 알파선ㆍ감마선ㆍX선 등을 방사선이라고 한다. 방사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태양 등 지구 밖에서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 땅에서 올라오는 지각 방사선도 있다. 이런 방사선을 통틀어 자연 방사선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 피폭되는 자연 방사선량만도 연간 2.4mSv에 이른다.
 
 인공 방사선도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대형 사고가 날 때 새어 나오는 방사선과, X선 촬영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때처럼 의료기기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여기에 해당한다. X선은 한 번 촬영할 때마다 0.1~0.3 mSv, CT는 2mSv가 나온다. 특히 암 진단에 쓰이는 양전자 컴퓨터 단층촬영기(PET-CT)의 경우 1회 피폭량이 X선의 수백 배에 이른다.    
 
 방사선은 인체에 여러 가지 손상을 준다.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방사선은 DNA를 손상한다. DNA가 손상되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일어나거나 세포가 죽게 된다. DNA 손상으로 유발된 돌연변이는 유전적인 결함을 불러오기도 하고, 암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DNA 손상에 따라 세포가 죽게 되면 피부의 홍반이나 궤양, 백내장, 수정체 혼탁, 장기 기능부전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정부에서는 자연 방사선과는 별도로 일반인이 피폭되는 연간 허용 선량을 1mSv로 잡고 있다”며“국제방사선방호학회의 ‘알라라(ALARA)’원칙에서 알 수 있듯 질병 검사 등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방사선 피폭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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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