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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라 시위가 '과다 노출‘이 아닌 이유…'불쾌감'의 기준은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여성단체인 불꽃페미액션이 진행한 반라 퍼포먼스에 대한 처벌 여부를 고민하던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여성이 시위에서 상의를 노출한 행위가 죄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일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 코리아 사옥 앞에서 상의를 탈의한 불꽃페미액션 소속 10명이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그간 노출시위의 경우 공연음란 또는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는 행위로 여겨졌다.



경범죄처벌법에 속하는 '과다노출'의 경우에는 성적 흥분이나 성적 수치심이 기준이 되는 공연음란보다는 정도가 약한 노출에 적용된다. 현재의 과다노출은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것'이며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대상이 된다.



경범죄처벌법에서의 과다노출 규제 조항은 제정 당시인 1954년에는 없었다. 이 조항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퇴폐풍조에 대한 단속 명목으로 '신체를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안까지 투시되는 옷을 착용하거나 또는 치부를 노출하여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게 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신설됐다.



이후 과다노출은 1983년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함부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 또는 가려야 할 곳을 내어 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것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그러다가 2012년 속이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는 행위가 제외되면서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것'으로 변했으며, 처리 절차가 즉결심판에서 통고처분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 완화됐다.



하지만 과다노출은 지난 2016년 11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결국 현재의 문구로 변화했다. 당시 헌재는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가려야할 곳의 의미가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은 사람마다 다른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이라는 점도 지목했다.



이후 경범죄처벌법에서 규정하는 과다노출 조항에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라는 기준과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했다는 구체적 내용이 지난해 10월부터 반영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반라 시위 사례와 같이 종전에는 과다노출의 범주에 포함됐을 신체 노출에 대한 다른 시각이 최근 점차 제시되고 있다. 특히 같은 신체 부위라도 과다노출이 되는지 여부가 특정한 성별이나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느냐가 논란이 된다.



일례로 불꽃페미액션은 페이스북이 여성의 신체 노출만을 '음란하다'라고 보고 있는 것에 대한 항의라는 취지에서 반라 퍼포먼스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들의 반라 노출이 공연음란이나 과다노출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들 모습을 황급히 가린 경찰의 조치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 된다.



이들은 당초 가슴을 드러낸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도 여성의 몸에 부여되는 '음란물' 이미지에 대한 저항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가슴 노출 사진을 지난달 29일 삭제했다가 이번 시위 이후인 3일 사과와 함께 게시물을 복원했다.

이번에 수사기관에서 반라 시위에 대해 표현의 자유 측면을 보다 강조하면서 향후 과다노출과 관련해 성기나 엉덩이가 아닌 가슴을 드러낸 행위를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다각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가슴 노출을 주말 한강 둔치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남성이 상의를 탈의한 행위와 동일하게 볼 것인지 아니면 달리 볼 것인지, 여성의 권익을 위한 노출 시위에서만 처벌의 예외를 두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서초동의 한 여성 변호사는 "반라 시위를 퍼포먼스의 일종으로 보고 공연음란이나 과다노출이 아니라고 봤다면 경찰이 그 현장을 가린 행위 자체가 말이 안 되게 된다"라며 "그런데 바라보는 사람들의 통념은 아직까지 그런 가슴 노출을 괜찮다고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봐야할 것이다. 페이스북도 그런 관점에서 사진을 내렸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의 한 방법으로 허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다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혼선이 많고 허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관성 문제도 있는 상황이어서 공론화를 통해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가기관 소속 한 법학박사는 "현재 법 감정으로는 반라 시위를 가린 경찰의 행위가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또 남녀 사이에 신체적 차이가 있어 무조건 똑같이 취급하는 것을 평등하다고 보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어느 정도는 선진국의 형태를 따라가야 하겠지만, 사회 발전 정도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급격하게 법적으로 모든 것을 개방한다는 식으로 가게 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여성 변호사는 "법률이 만들어졌을 때의 대상 범죄와 지금 여성들 의식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고 봐야할 것 같다"라며 "지금은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에서 성기·엉덩이를 규정하고 있으니 이 부분은 남녀 모두 처벌하고, 상반신을 드러낸 경우면 똑같이 처벌하지 않고, 이렇게 해야 논란이 없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성평등 지수가 꽤 높아져서 문제 제기가 빗발치는 상황이라면 판례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성에 관한 문제는 시민들 가치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수사기관에서 선제적으로 기준을 정해 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라고 제시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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