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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한 용산 건물만? 서울 건물 6개 중 1개 안전관리 사각지대

종로구 숭인동의 한 주상복합 건물. 오원석 기자

종로구 숭인동의 한 주상복합 건물. 오원석 기자

용산 4층 상가 건물 붕괴사고가 일어난지 이틀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건물. 이발소를 운영 중인 김모(77)씨는 "용산에서 건물 무너진 사고를 보고 불안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이 동네에서 50여년간 이발소를 운영해온 터줏대감이다. 그는 "이 주변은 전부 오래된 건물들이다. 이 건물도 50년 가까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건물 1층에서 20여년 동안 미싱 기계 관련 영업을 하는 이모씨 역시 "이 건물뿐만 아니라 건너편 건물들도 오래됐다. 게다가 6호선 지하철 공사하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서 4층 상가 건물이 붕괴한 현장. 조혜경 기자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서 4층 상가 건물이 붕괴한 현장. 조혜경 기자

용산 건물 붕괴로 노후 건물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래됐으면서도 소형건물은 안전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제2의 붕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김씨와 이씨의 일터인 해당 건물은 연면적이 216.9㎡(65평)다. 용산에서 붕괴 사고를 일으킨 건물도 연면적 301㎡(91평)짜리다. 이같은 소형 건축물은 정기적인 안전관리 대상이 아니다. 
 
정기적으로 안전진단을 받아야하는 건축물 기준은 시설물의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시특법)이 정의하는 1, 2종에 해당하는 건물들이다. 일반적으로 연면적 5만㎡ 이상 건축물이나 16층 이상 공동주택, 또는 연면적 3만㎡ 이상 건축물 등이 여기 포함된다. 소규모 시설물을 특정관리대상 시설물로 지정해 관리할 수 있지만 대상 시설로 지정되기 전에는 안전진단 등 최소한의 검사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낸 '건축물 재난 안전관리 기본방향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건물 중 내용연수 대비 사용연수가 90% 이상인 건축물은 10만 5982개동이나 된다. 내용연수는 건물의 구조나 용도에 따라 달리 정해둔 일종의 '수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철근콘크리드 구조 숙박시설은 내용연수가 50년이다. 보고서는 사용연수 90% 이상 건축물을 '최저 수준 이하의 성능만을 갖고 있으나 건축물의 기능이 더이상 필요 없을 정도로 수명을 다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모든 건물(62만여개동) 6개 중 1개는 이미 수명이 다했거나 노후화가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됐다는 의미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원의 신상연 박사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주택보급률이 높아 부동산 시장이나 건설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아 재개발 및 재건축이 저조해 노후 물량이 쌓여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안전진단에 관한 기준이 없어 자기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라고 해도 건축물이 몇 년이 됐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건물 중 내용연수 대비 사용연수 90%·75% 이상인 건물 숫자. 90% 이상인 노후 건물들은 성북구와 동대문구 일대에 가장 많다. [사진 건축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방향 수립 보고서]

서울의 건물 중 내용연수 대비 사용연수 90%·75% 이상인 건물 숫자. 90% 이상인 노후 건물들은 성북구와 동대문구 일대에 가장 많다. [사진 건축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방향 수립 보고서]

 
유지관리 점검 대상인 중대형 건물이어도 안전진단 절차가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입주민이나 상가 주인들이 비용 등 문제로 안전진단을 미루고 있어서다.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지자체에서는 손 쓸 방도가 마땅치 않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7층짜리 낡은 주상복합 건물의 경우 지난 1월 종로구청으로부터 '건축물 유지관리 점검결과 제출 재촉구 및 과태료 부과 예고' 공문을 받았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았다. 이 건물 1층에 입주해 상가를 운영 중인 김모(61)씨는 "안전진단을 받으라는 공문이 상인들과 입주민들에게 오긴 왔는데 입주민들이 돈이 없어 비용을 부담하기 싫어해 흐지부지된 것으로 안다"며 "이 건물은 만약 안전진단을 받으면 철거하라고 할 만큼 오래됐다"고 말했다. 연면적 7797.17㎡인 이 건물은 지난 1971년 사용 승인을 받았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이 건물 입주민들은 지난 2014년과 2016, 2017 그리고 올해까지 4개년 동안 안전진단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자체에서 입주민들에게 과태료 30만원 내도록 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과태료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건물 안전에 심각한 문제다. 지자체가 안전진단을 하거나 입주민들이 안전진단을 받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건물에는 75세대가 입주해 상가를 운영하거나 거주 중이다.
 
신 박사는 "사람이 건강검진 통보를 받는 것처럼 건물에 대해서도 안전진단에 대한 필요성과 정보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준을 정해 필요할 경우 안전진단에 드는 비용을 지자체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산 붕괴사고 이후 서울시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아직 건물의 층수와 연면적, 노후화 정도를 바탕으로 어떤 건물을 관리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기준을 정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우선 10층 이하 및 1000㎡ 이하인 건축물 중 사용승인 후 30년 이상, 40년 이상 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는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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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