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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신세 불만 품고 집 나갔던 고양이 3일후 돌아오더니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7)
결혼한 딸이 아이 낳기 전 길에서 주운 새끼 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적이 있었다. 애지중지 키우던 놈이라 이사를 하면서 우리 집으로 보내 나와 같이 살게 됐다.
 
딸아이가 고양이를 데리고 와 며칠을 함께 보냈다. 딸아이와 침대에서 함께 자고 방에서만 살던 놈을 내가 밖에다 놔뒀으니 그 추운 날씨에 밤새 방문을 열고 애가 타서 난리를 쳤다.
 
고양이 키우는 법 놓고 딸아이와 티격태격
결혼한 딸이 아이 낳기 전 길에서 주운 새끼 고양이 '식이'가 누가 덤벼도 절대 피할것 같지 않은 강한 수놈이 되었다. [사진 송미옥]

결혼한 딸이 아이 낳기 전 길에서 주운 새끼 고양이 '식이'가 누가 덤벼도 절대 피할것 같지 않은 강한 수놈이 되었다. [사진 송미옥]

 
어쨌거나 내가 데리고 있을 놈은 내 방식으로 키워야 한다며 밖에다 둔 게 못마땅하면 네 집으로 데리고 가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딸아이는 이제 곧 태어날 아기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안 하고 시무룩하게 사흘을 보냈다.
 
“엄마, 갸는 주먹만 할 때부터 방에서 크던 아기라 흙을 밟으면 못 걸어 다녀요. 제발 방에서 키워 주세요.”
“에고 바보야~ 짐승이 방에서 커 잘 못 걷는 기다~”
“엄마, 갸는 이불 속에서 이불을 덮고 자는 아기라 제발 방에서 이불을….”
“알았다. 니 올라가면 따로 방을 만들어서 그렇게 해주마.”
그렇게 3일을 애가 타서 따라 다니며 눈물을 닭똥같이 뚝뚝 떨구다가 돌아갔다.
 
어미같이 따라다니던 딸아이가 가고 졸지에 노숙자 신세가 된 고양이가 밤이나 낮이나 문 앞에서 이틀을 애달프게 울더니 3일째 되던 날 어디론가 사라졌는지 안 보였다. 사라진 고양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고 딸아이가 와 물으면 뭐라고 하나 싶었다.
 
하수구에서 데려온 길고양이 '핑크'. 아이들도 잘 따르고 이쁜 짓을 잘 한다. [사진 송미옥]

하수구에서 데려온 길고양이 '핑크'. 아이들도 잘 따르고 이쁜 짓을 잘 한다. [사진 송미옥]

 
딸은 날마다 전화통에 제 부모보다는 고양이 안부에 혼을 담았다. 어쩌다 사라진 고양이 살림살이를 정리하게 됐다. 사료에 전용 하우스, 전용 이불, 놀이터, 노리개, 밥그릇, 변기통 등등 그 녀석의 물건을 돈으로 환산하면 우리 집 한 달 생활비보다 더 많았다. 왠지 서글퍼지며 사라진 놈을 안 찾아도 별로 마음 안 아플 것 같은 밉살스러움이 생겼다.
 
옆집 할머니가 자식들이 하도 안부 전화를 한 통 안 하길래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랐단다. 그랬더니 강아지 한 마리를 사주고 나서는 한 달에 몇 번씩 내려오고 안부 전화도 날마다 하다시피 한단다. 그 할머니는 “우리 집은 개가 상전이고 본인은 개 수발드는 여자”라며 웃었는데 정말 그럴 것 같았다.
 
고양이가 가출하자 그래도 마음 여린 남편은 여기저기 딸아이가 부르던 고양이 이름을 부르며 찾아 헤매었다. “식아~ 식아!”
 
가출했던 고양이의 귀환
그러던 어느 날 며칠이나 안 보이던 고양이 녀석이 갑자기 나타났다. 졸지에 부잣집 자식에서 노숙자 신세가 된 고양이. 인생이 바뀌어 살까 말까 망설이는 우리네 인간사같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던지 가출했다가 사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마음을 고쳐먹고 나타났다. 그 마음이 기특해 한동안 우리 집 애완견 강아지 과로 승격시켜 같이 지내게 해주었다.
 
방에서 호의호식하며 살찐 배가 땅바닥에 닿을 만큼 뚱뚱하던 녀석이 얼마후엔 날씬한 체위에 날아가는 새를 따라잡을 만큼 날렵해졌다. 아침에 배식하는 염소, 돼지우리에도 졸졸졸 따라다닌다. 개 우리에 가서도 거의 초전에 눈빛으로 진압해 덩치 큰 개들이 못 본 척 고개를 돌리는 광경도 목격됐다. 이 녀석은 누가 덤벼도 절대로 피하지 않을 것 같은 강한 수놈이 된 것이다.
 
주워 온 길고양이는 새끼 때부터 사람과 친해져 도둑고양이 족보보다는 집 고양잇과로 신분이 상승해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고 귀여운 행동을 하니 아이들이 좋아한다. [사진 송미옥]

주워 온 길고양이는 새끼 때부터 사람과 친해져 도둑고양이 족보보다는 집 고양잇과로 신분이 상승해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고 귀여운 행동을 하니 아이들이 좋아한다. [사진 송미옥]

 
얼마 후 첫 주인인 딸아이가 와서 보고는 기절할 만큼 좋아했다. “짐승은 이렇게 커야 하는 거구나! 세상에~ 정말 멋지다!”
 
장에 가시는 윗집 할머니가 가끔 지나치시며 큰 소리로 부른다. “아기 엄마, 식이가 또 쥐 한 마리 잡아 놨다. 치아라.” 첩첩 산골 10년 생활을 끝내고 이사 나올 때 식이는 새로운 주인에게 바로 입양을 보냈다. 아직도 잘살고 있다고 한다.
 
안동으로 나와 보니 여기도 길고양이의 번식은 엄청나다. 때론 어미가 감당 못 할 만큼 새끼를 많이 낳으면 비실거리는 놈은 버린다. 지금 집에 기르는 고양이 ‘핑크’도 하수구에서 데려온 버림받은 한 마리이다.
 
데려다 키웠더니 밥값하는 길고양이
이런 놈들은 새끼 때부터 사람과 친해져 도둑고양이 족보보다는 집 고양이과로 신분이 상승하기도 하는데,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고 귀여운 행동을 하니 아이들이 좋아한다. 그래도 동물 본능이 있어 날아가는 새도 낚아채서 잡아먹기도 하고 두더지, 들쥐를 현관 앞에 물어다 놓고는 주인 나와서 칭찬해 달라는 듯 “야옹야옹”한다.
 
고양이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 그렇지 구제해 준 은혜를 알고 밥값은 하는 놈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서는 꼭 필요한 집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하니 고마움에 날마다 먹거리는 꼭꼭 챙겨주고 있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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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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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