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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기부하면 시민권" 외화벌이 하는 나라 어디?

“국적 팝니다” 갑부들 노린 시민권 장사 뜬다 
돈으로 국적을 사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일정 금액을 기부하거나 부동산, 국채 등에 투자하는 대가로 해당국의 체류 허가증이나 시민권을 받는 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투자 시민권 프로그램(citizenship-by-investment programme·CIP)’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슈퍼리치(갑부)에게 새 국적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특히 가난한 소국(小國)들이 재정 확충을 위한 방편으로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별다른 조건 없이 돈만 내면 시민권을 주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일정 기간 지난 뒤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허가를 제공하는 방식의 골든 비자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금액은 10만 달러(약 1억700만원)부터 250만 달러(약 28억70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라고 SCMP는 전했다.  
색깔 별로 구분한 각국의 여권 표지. [패스포트 인덱스 캡처]

색깔 별로 구분한 각국의 여권 표지. [패스포트 인덱스 캡처]

 
시민권을 최초로 팔기 시작한 나라는 1984년 카리브해 연안 국가인 세인트키츠네비스에서였다. 러시아 망명객인 텔레그램 창설자 파벨 두로프도 돈을 내고 이곳 시민권을 취득한 거로 알려져 있다. 이 나라에선 2014년 이로 인한 수익이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했다고 한다.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을 가지면 솅겐 조약에 가입한 유럽 26개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권리를 갖게 된다.
 
SCMP는 “15만 달러(약 1억6000만원)를 허리케인 구호 기금으로 기부하면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카리브해의 또 다른 섬나라인 안티과, 바부다, 그레나다 등은 10만 달러를 요구한다. 카리브해 국가들은 비교적 싸고 빨리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곳이라 특히 인기가 높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절반 가량이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다. 몰타나 키프로스가 대표적이다. SCMP에 따르면 몰타는 국가개발사회기금 기부와 자산 구매를 합쳐 12억원 가량을 요구한다.
 
키프로스는 부동산이나 주식, 국채 등에 200만 유로(약 25억원) 이상 투자를 하면 시민권을 내주는데 2013년 이후 약 5조원 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러시아 전직 국회의원과 유력 기업인, 억만장자 도박업자 등 2016년에만 400여 명이 이곳 시민권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몰타와 키프로스도 솅겐 조약에 따라 국경 개방에 동참한 나라로 이곳 시민권을 가지면 다른 여러 나라에서 자유롭게 거주하거나 여행할 수 있다. 
 
몰타공화국. [중앙포토]

몰타공화국. [중앙포토]

 
이밖에 불가리아와 그리스, 스페인 등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그리스는 25만 유로(약 3억1300만원)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면 5년간의 체류 자격을 준다.  
 
태국의 경우는 ‘엘리트 레지던시’라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관련 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간 3000~4000달러(약 322만~430만원)만 내면 최대 20년간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데 여기엔 건강검진이나 스파 치료 등의 서비스도 포함된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의 EB-5 비자 프로그램은 중국인에게 인기를 끈다. 50만 달러(약 5억300만원)에서 100만 달러(약 10억7000만원)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에도 투자를 조건으로 한 이민제도가 있다.
 
특히 경제가 불안한 국가에 있는 부자들 중심으로 안정된 국가를 일종의 옵션으로 갖고 싶어하는 수요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안전할 수 있도록 재산을 다변화해 투자하는 것처럼 거주지를 다변화한다는 것이다. SCMP는 “중국과 러시아, 인도, 베트남, 멕시코, 브라질뿐 아니라 터키 등 중동 지역에서 부유한 민간 투자자에 의해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여건이 나쁜 국가 입장에선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SCMP는 “부채를 덜어내려는 가난한 나라에 이 제도는 요긴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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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이 같은 시민권 장사가 시민권의 개념을 훼손하고, 잠재적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신청자들의 자금 출처와 불법성 여부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으면 부정부패나 불법 행위로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에게 결국 재산 은닉처를 제공하는 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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