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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와인’ 디아블로가 한국 여성의 사랑을 받은 까닭

칠레 최대 와이너리 콘차이토로의 크리스티안 로페즈 해외사업담당 CEO. 김영주 기자.

칠레 최대 와이너리 콘차이토로의 크리스티안 로페즈 해외사업담당 CEO. 김영주 기자.

콘차이토로 크리스티안 로페즈 CEO 인터뷰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는 ‘악마의 와인 창고’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다. 1883년 칠레에 ‘콘차이토로’라는 와이너리를 창업한 멜초 산티아고 데 콘차 부부는 창고에서 와인이 자꾸 없어지자 ‘저장고에 악마가 산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후 와인 도둑이 사라졌다고 전해진다. 콘차이토로는 ‘몰래 훔쳐먹을 정도로 맛있는 와인’이라는 DNA를 간직한 디아블로를 앞세워 아메리카 대륙 최대 와이너리이자 글로벌 ‘넘버3’ 안에 드는 메이저로 성장했다. 
 
100여 년에 흘러 디아블로는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이 됐다. 아영FBC가 수입을 시작한 지난 2011년 이후 ‘디아블로’ 브랜드는 약 350만 병 팔렸다. 한해 50만개씩 팔린 셈이다. 한국 시장에서 ‘악마의 와인 창고’는 편의점이었다. 가장 많이 팔린 카베르네 소비뇽 한 병의 편의점 가격은 1만3900원으로 ‘가성비 좋은 와인’으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악마의 와인’은 여성의 사랑을 받았다. 와인 주 소비층인 40~50대 남성이 아닌 20~30대 여성이 많이 사 갔다는 뜻이다. 
콘차이토로 디아블로

콘차이토로 디아블로

 
프랑스국제전시협회가 주최하는 홍콩 와인엑스포(VINEXPO)가 열린 지난달 30일 콘차이토로 부스에서 크리스티안 로페즈 해외사업담당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로페즈 CEO는 “와인 구매층은 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구매층과 별개로 스파클링·로제 와인 시장이 최근 급성장 중”이라며 “이런 트렌드를 이끄는 소비층은 20~30대 밀레니얼 세대, 특히 여성”이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20~30대 여성이 세계 와인 시장을 주무를 것이란 시각이다. 
 
칠레 와이너리 콘차이토로가 만든 '디아블로' 브랜드. 김영주 기자

칠레 와이너리 콘차이토로가 만든 '디아블로' 브랜드. 김영주 기자

왜 디아블로가 한국에서 많이 팔렸다고 보나
“싼 와인은 많지만, 품질(Quality)을 보장하는 싼 와인은 많지 않다. 콘차이토로는 디아블로 브랜드로만 한해 550만 박스(약 6600만병)를 생산한다.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와인일 것이다. 하나 대중적인 와인을 표방하면서도 품질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첫번째 수단은 직접 포도밭을 소유한다는 점이다. 현재 콘차이토로가 소유한 밭은 약 1만 헥타르(약 3000만평)에 달한다. 물론 소유하지 않고, 농가와 계약을 맺어 포도를 사들이는 밭의 규모도 이 정도 된다. 하지만 절대 주스 상태의 원료는 쓰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의 내력을 알 수 없고,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와인 소비 트렌드를 예측했나
“한국을 비롯한 중국·일본 등 동북아 시장은 와인 메이커에게 아주 중요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콘차이토로는 글로벌 리딩 와이너리로서 오래전부터 이 시장을 눈여겨봤다. 그래서 적정한 가격과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춘 와인으로 공략했다. 프리미엄 와인보다는 가격·품질을 만족시키는 와인이 이 시장에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고, 적중했다. 지난 2015년 한국의 수입사가 실시한 박지성을 활용한 마케팅도 한몫했다. 콘차이토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후원하고 있었는데, 박지성의 등 번호 ‘13번’과 2013년산 빈티지를 매치시킨 프로모션 와인을 내놓았다. 2013년 카베르네 소비뇽 빈티지는 마르셀로 파파 디아블로 양조 책임자가 ‘그간 만든 것 중 최고’로 치는 와인이다. 20~30대를 겨냥한 적절한 마케팅이었다고 본다.      
 
올해 글로벌 와인 트렌드를 몇 가지 꼽자면 
“일단 와인 소비층이 두 부류로 나누어질 것으로 본다. 묵직하고 깊은 레드를 선호하는 전통적인 소비층이 여전한 가운데, 스파클링·로제 등 스위트하고 감각적인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콘차이토로는 199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와이너리가 모두 그렇다. 밀레니얼 세대는 앞으로 와인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익스트림한 와인을 원한다. 이들에게 지루한(boring) 와인을 내미는 것은 곧 죽음이다. 단일 품종이 아닌 블렌딩 와인이 많아지는 것도 이들의 입맛을 잡기 위한 노력이다. 브랜드 역시 ‘까시에로 데 디아블로’에서 ‘디아블로’로 줄여 심플함을 강조했다. 우리에게는 ‘악마의 와인 창고’라는 DNA를 버린다는 점에서 고민이 있었지만, 과감하게 바꿨다.” 
 
칠레 최대 와이너리 콘차이토로의 크리스티안 로페즈 해외사업담당 CEO가 지난달 30일 홍콩에서 열린 '콘차이토로 디너'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콘차이토로]

칠레 최대 와이너리 콘차이토로의 크리스티안 로페즈 해외사업담당 CEO가 지난달 30일 홍콩에서 열린 '콘차이토로 디너'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콘차이토로]

한국에서 와인은 여전히 점잖은 술이다
“익스트림한 맛, 블렌딩 품종을 선호하는 현상은 영국·미국·일본 등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중국은 와인 시장으로선 덜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투트랙 전략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곧 이런 트렌드가 시작될 것이다. 한국에서 최근 수제맥주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마케팅도 올드 미디어보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펼치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수혜를 입었다고 보나 
“칠레는 한국이 맺은 첫번째 FTA 대상국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칠레 사람들은 한국을 존경한다. 칠레엔 한국의 가전제품·자동차가 넘쳐나며, 칠레는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다. 와인을 수출하는 입장에서도 FTA가 많은 도움이 됐다.” 
 
한국에 직접 진출할 계획은 있나
“조인트벤처나 인수합병(M&A) 가능성이야 늘 열려 있지만, 아직 직접 진출 계획은 없다. 현재 한국의 수입사와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어 충분히 만족한다.”
 
홍콩=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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