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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몰카 품평도 ‘디지털 성폭력’이다

윤김 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윤김 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어디에도 없지만, 어느 곳에나 있다.’ 이 문장은 신(神)의 전능성에 대한 문구가 아닌 불법 도촬(盜撮) 카메라의 편재성(遍在性)과 전능성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 사회의 시공간은 불법 도촬 카메라에 의해 재조직되고 있을 정도다. 지하부터 지상·상공까지 남성 중심적 시선의 그물망이 일상을 장악하고 있다.
 
‘몰카’라는 용어의 통념적 베일부터 먼저 걷어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몰카는 엔터테인먼트 콘텐트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것을 치기 어린 개인의 놀이나 악의 없는 장난, 또는 한 사람의 진실이나 선의를 드러내기 위해 극화된 장치 등의 의미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용어는 여성 혐오 범죄인 ‘디지털 성폭력’의 현실을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 ‘불법 도촬 카메라’라고 용어를 바꾸면 이것이 여성의 지옥도를 펼쳐내는 폭력의 장치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가 분명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봄과 동시에 정복한다”고 생각하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폭압적 남성의 욕망은 여성을 끊임없이 ‘구멍화’할수록 자신들의 권력이 강화된다고 여긴다. 이를 통해 현실은 남성 욕망의 판타지 극장으로 전락하고 여성에게 세계는 ‘응시의 구멍’이 된다. 이에 반해 남성에게 응시는 ‘세계의 창’이 되고 만다.
 
세계 전체가 남성적 응시의 구멍이 될 때, 남성 욕망의 배설 표적물로 환원되는 여성은 세계 축소의 경험을 가짐은 물론 끊임없는 불안 피해에 노출된다. 불안 피해는 확정적 피해를 보았다는 물증은 존재하지 않지만, 자신도 찍혔을 것이라는 불안 심리이다. 이는 지속해서 여성의 일상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시론 6/6

시론 6/6

디지털 성폭력은 시선이라는 비접촉 침투 행위를 통해 여성에게 신체적·심리적 피해를 주고 있다. 불법 도촬 카메라의 편재성으로 인해 여성은 외부 활동 시 공중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물 소비를 의도적으로 제한하거나, 원거리 이동을 최소화하는 등 활동 반경을 축소한다. 또 갈증이나 배뇨 현상을 참는 등 신체의 부자유를 경험한다. 그리고 피해 영상물이 유포되면 언어적 성폭력만이 아니라 신변 위협에 실질적으로 노출된다. 이로 인해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 등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로부터 열외와 고립을 겪게 된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찍힐 수 있다는 심리적 공포를 내면화해 일상을 불안정 지대로 인식함으로써 행위 역량의 축소를 경험한다. 피해 영상물이 유포되면 불면증을 겪거나 자살 시도와 같은 심리적·정신적 피해가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디지털 성폭력 구조에서 피해자는 전면적으로 가시화되지만, 가해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시선의 비대칭성과 일방성 속에서 도촬 영상을 보는 이는 욕망의 판을 장악한다. 하지만 오히려 보이는 자는 먹히는 자이자 사라지는 자, 사라져야 할 자로 규정된다.
 
디지털 성폭력은 찍는 자만이 아닌 이를 유포하는 자, 소지하는 자, 보는 자, 품평하는 자들에 의해 지탱되는 폭력적 ‘남성 연대’의 현장이다. ‘엄마 몰카’를 올리는 초등생 남아부터 ‘사촌 몰카’를 콘텐트화 하는 성인 남성까지 여성을 먹잇감으로 본다. 이런 남성들은 디지털 성폭력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된다.
 
디지털 성폭력은 여성을 취약한 몸이자 처분 가능한 몸으로 끊임없이 환원할 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능욕과 굴욕감을 새기는 것을 강한 자들의 놀이 정도로 착각하게 한다. 즉 여성 신체의 취약성 구조가 강화될수록 이에 대비되는 승자와 포식자로서 남성 신체의 전능성이 생산되는 대비적 결과를 통해 남성 연대의 유약성은 봉합되고 성폭력 문화가 존속된다.
 
이제 여성들은 디지털 성폭력이라는 뒤틀린 남성 폭력의 놀이터에서 능욕당하는 신체 이미지로 남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찍지 마세요!” “보지 마세요!”라는 애원과 호혜의 요청이 남성의 권력 우위 감정을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직시한 것이다.
 
그리하여 화장실 벽에 난 수십 개의 구멍을 휴지로 일일이 틀어막는 봉합의 행위에서 멈추지 않고, 이 세계의 불공정성과 불평등성을 심화하는 제도적 폭력인 여성 혐오의 콘텐트화에 전면적으로 저항하려고 한다. 여성들은 더는 찍히는 자이자 공포와 체념에 떠는 자가 아니다. 분노하는 자이자 변화를 실행하는 자로서 거리로 쏟아져 나와 사회가 바뀔 때까지 시위할 것이다.
 
분노하는 여성들은 디지털 성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해 사회적 정의론을 다시 쓰는 자로서 ‘페미니즘 해일’을 대대적으로 일으킬 것이다. 이제 폭력적 남성 연대가 ‘ 여성혁명’의 물보라에 쓸려나갈 차례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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