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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나의 코끼리 칸토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죽고 나서야 이름을 알게 됐다. 1985년 예닐곱의 어린 나이에 낯선 한국 땅 서울대공원에 왔다가 최근 마흔의 짧은 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난 멸종위기종인 아시아 코끼리 칸토 얘기다. 여기서 33년을 살았으니 중·고교 시절 소풍 갔을 때, 그리고 20여 년이 더 흘러 아이 손 붙들고 대공원을 다시 찾았을 때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겨준 건 분명 칸토였을 것이다. 그렇게 대를 건너뛰어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기고 기쁨을 주던 칸토였지만 정작 자신은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죽기 3년 전 발병한 앞발톱 농양 탓에 걷기 힘들어 무리와 어울려 놀지도 못했고, 섭식 능력까지 떨어져 주식인 건초 대신 사육사가 입에 넣어주는 생초로 겨우 연명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젊을 땐 미국 동물원에서 한국에 같이 건너온 암컷 키마와 함께 새끼 코끼리를 낳고 투병생활 중엔 동물원의 극진한 돌봄도 받았으니 꽤 괜찮은 삶을 살다 간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동물학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야생동물인 코끼리는 사육이 어려워 동물원 울타리 속에 갇힌 삶 자체가 비극일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끼리는 모계의 대가족을 이루는 습성이 있는 데다 하루 평균 100~200㎏의 풀과 열매를 따먹기 위해 많게는 수십㎞까지도 이동하며 사는 생활방식을 지니고 있다. 칸토는 그나마 연령과 성별이 다른 다섯 마리의 코끼리와 함께 비교적 넓은 방사장에서 모여 살긴 했지만 코끼리다운 무리생활을 하기엔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전 세계 동물원 1000곳 이상을 탐방한 캐나다의 동물보호활동가 로브 레이들로는 『동물원의 동물은 행복할까?』에서 ‘아무리 좋은 동물원도 코끼리의 생활방식을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2008년 ‘사이언스’가 밝힌 동물원 속 아시아 코끼리의 수명(평균 18.9년)보다는 오래 살았지만 대략 50세 정도인 야생의 평균수명에 한참 못 미치고 세상과 작별한 데는 이런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야생의 삶도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의 코끼리뿐 아니라 야생에서조차 인간의 이기심에 학대받는 코끼리의 참상을 고발한 『코끼리는 아프다』에서 지구상의 코끼리 상당수가 아동폭력 피해자와 같은 중증의 정신질환을 겪는다고 주장한 걸 보면 말이다.
 
칸토는 정말 인간의 욕심에 희생당한 불행한 한 마리의 코끼리일 뿐이었을까. 우리에게 사랑을 준 만큼 우리의 사랑을 받기도 했던 칸토가 행복했기를, 아니었다면 이제라도 저 위에서 행복하기를. RIP 칸토.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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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