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K-9 사고 병장 돕기, 나라 대신 나선 사람들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부안대)’은 지난해 K-9 폭발사고로 다친 이찬호씨를 돕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왼쪽부터 운영진인 허범석·이정협·박용후·이유환씨. [사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부안대)’은 지난해 K-9 폭발사고로 다친 이찬호씨를 돕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왼쪽부터 운영진인 허범석·이정협·박용후·이유환씨. [사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그들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한 ‘작당모의’는 평범한 술자리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박용후(53) 피와이에이치 대표이사와 그의 지연 여러 명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세상 이야기를 나눈 게 발단이었다. 술잔이 돌면서 화제는 자연스럽게 이찬호(24)씨에게로 옮겨갔다.
 
이씨는 육군으로 복무 중인 지난해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었다.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씨는 치료비를 댈 엄두가 나지 않아 제대를 6개월 미뤘다는 소식이 전해진 무렵이었다. 여러 순배로 취기가 오른 그들은 비분강개를 쏟아냈다. 누군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이씨를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부끄러운 나라가 된다”라고. 그래서 나온 결론이 “정부가 가만있겠다면, 우리라도 돕자”였다고 한다. 또 자신들의 활동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부안대)’로 부르기로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박 대표가 먼저 총대를 멨다. 박 대표는 기업에 마케팅·홍보를 컨설팅하는 전문가다. 그는 지난달 25일 1000만원을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에 기부했다. 육군이 처음 만들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충남지회가 관리하는 기금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을 재정적으로 돕거나 유자녀에게 장학금을 주는 데 사용된다. 육군 장병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 기금을 조성하는데 민간인도 참가할 수 있다. 또 박 대표의 경우처럼 처음부터 기금을 받는 대상으로 이씨로 하는 지정 기탁이 가능하다.
 
그에 이어 많은 사람이 기부하거나 기부 의사를 밝혔다. 장혜진·하하·루나 등 가수와 MBC프로야구 해설위원인 정민철 등 유명인도 동참한다. 두 곳의 성형외과가 이씨에게 피부재생 수술과 성형수술을 해준다고 약속했다. 현금이 아니더라도 법무법인에선 법률 상담을, 투자회사에선 재테크 상담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섰다.
 
디자인 회사인 코앤드의 윤정은 대표는 부안대의 로고를 만들었다. 부안대의 로고는 태극기가 펄럭이는 배경에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윤 대표는 “부안대의 뜻에 공감하기 때문에 부족하나마 재능기부 형식으로 로고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컨설팅 단체인 팀터바인의 이정협 팀장은 “나도 육군에서 복무를 했고 운이 좋아 건강히 사회로 돌아왔다. 이씨 사연이 남 같지 않았다”며 “내가 이씨를 도울 수 있는 일은 작지만, 작은 정성을 모으면 커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이 속한 팀터바인은 부안대의 활동 계획을 짰다.
 
부안대는 거창한 조직이 아니다.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려고 만든 모임이다. 그러나 이씨를 더 잘 도우려면 부안대의 취지를 세상에 퍼뜨리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다. 이씨를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방법을 알리며 그들을 북돋기 위해서다. 액수와 상관없이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이 이씨에 대한 기부를 릴레이 같이 이어가는 게 당면 과제라고 한다.
 
박 대표는 “이씨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군인뿐만 아니라 경찰이나 소방관과 같이 나라를 위해 일했는데도 국가가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사회에 알리고 실질적 도움도 주는 게 부안대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a.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