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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대호야, 당겨!" 응원에 꼴찌에서 1위로 골인

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익산시 석암동 전북맹아학교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 동급생인 박소영(17)양과 김명찬(18)군이 박성준(34) 체육교사한테서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 지도를 받고 있다. 박양은 최근 충북 충주에서 끝난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김군도 같은 대회 남고부 원반던지기·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익산=김준희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익산시 석암동 전북맹아학교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 동급생인 박소영(17)양과 김명찬(18)군이 박성준(34) 체육교사한테서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 지도를 받고 있다. 박양은 최근 충북 충주에서 끝난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김군도 같은 대회 남고부 원반던지기·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익산=김준희 기자

뛰고 던지며 꿈 키우는 시각장애 학생들
 
"오른쪽 다리에 무게 중심이 들어가. 허리 돌려주고, 하나·둘·셋 하면 던져."  

시각장애 학생 70명 다니는 전북맹아학교
지난달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서
선수 9명 출전해 금 5개 등 메달 13개 획득
학생들, 스포츠 통해 '승자' 되는 경험 쌓아

지난달 29일 오후 5시 전북 익산시 석암동 '전북맹아학교' 운동장.  
이 학교 고등학교 2학년인 박소영(17)양과 김명찬(18)군이 방과 후에 박성준(34) 체육교사에게서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 지도를 받고 있었다. 박 교사는 동작을 설명할 때마다 학생들의 몸을 일일이 잡아 줬다. 두 학생 모두 저시력 장애인이어서다. 빛조차 구별할 수 없는 전맹(全盲)은 아니지만, 코앞에 있는 사물을 형태만 흐릿하게 볼 수 있다. 1962년 사회복지법인 전북보성원이 설립한 전북맹아학교는 유·초·중·고교 시각장애 학생 70명이 다니는 특수학교다.  
 
이날 찾은 학교 교정에선 전맹 학생이 저시력 장애인 학생의 팔꿈치를 잡고 걸어가는 '안내 보행'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학교 안 '저시력교육지원센터' 건물 스피커에선 이따금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학교 측은 "시각장애 학생들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새 소리를 듣고 건물 위치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익산시 석암동 전북맹아학교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박소영(17)양이 박성준(34) 체육교사한테서 원반던지기 지도를 받고 있다. 저시력 장애가 있는 박양은 최근 충북 충주에서 끝난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익산=김준희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익산시 석암동 전북맹아학교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박소영(17)양이 박성준(34) 체육교사한테서 원반던지기 지도를 받고 있다. 저시력 장애가 있는 박양은 최근 충북 충주에서 끝난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익산=김준희 기자

운동이 싫었던 소녀…운동장에서 '꿈'을 찾다
 
깡마른 체격에 알이 두꺼운 안경을 쓴 박양은 지난달 충북 충주에서 막을 내린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이하 장애학생체전)' 여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같은 반인 김군도 이 대회 남고부 원반던지기·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이 학교는 이번 대회에 9명이 출전해 금 5개, 은 5개, 동 3개 등 메달 13개를 획득했다. 선수 1명당 1.4개의 메달을 딴 셈이다. 이 학교가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장애 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꿈을 키워 가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반학교에서 전북맹아학교로 전학 온 박양도 원래는 운동을 싫어하고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좋은 경험이 되고 자신감도 생길 것"이라는 박 교사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지난해 처음 출전한 장애학생체전 여고부 육상 200m 달리기에서 동메달을 따더니 종목을 바꿔 나간 올해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것이다. 학기 초부터 매일 수업 끝나고 15분씩 연습하고, 대회를 앞두고는 주말마다 집중 훈련을 한 결과다.  
 
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익산시 석암동 전북맹아학교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김명찬(18)군이 박성준(34) 체육교사한테서 원반던지기 지도를 받고 있다. 저시력 장애가 있는 김군은 지난달 충북 충주에서 막을 내린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남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을 2개를 땄다. 익산=김준희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익산시 석암동 전북맹아학교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김명찬(18)군이 박성준(34) 체육교사한테서 원반던지기 지도를 받고 있다. 저시력 장애가 있는 김군은 지난달 충북 충주에서 막을 내린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남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을 2개를 땄다. 익산=김준희 기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역전할 수 있어요" 
 
박양은 "처음엔 성격도 소극적이고, 자신감도 바닥이었다. 막상 우승하니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대회를 치르면서 막연하게 품었던 '특수교사'라는 꿈도 더욱더 선명해졌다. 박양은 "대회에서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걸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다른 장애 학생들한테도 이런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최근에는 소영이가 자신보다 시력이 나쁘거나 지적장애나 지체장애 등 중복 장애가 있는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자세를 교정해 주거나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트랙 경기에 주력해 온 김군은 "다양한 종목에 도전하고 싶다"며 올해 필드로 종목을 바꿔 출전해 은메달 2개를 땄다. 김군은 학교에서 '만능 스포츠맨'으로 통한다. 학교 밖에서도 비장애인 친구들과 축구와 농구를 즐긴다. 김군은 "땀 흘리며 노는 게 좋다. '어떻게 하면 여가를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운동을 시작했다. 근력도 기를 수 있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한 발짝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포환던지기와 원반던지기의 매력에 대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지고 있더라도 금방 역전할 수 있다"고 했다.
 
전북맹아학교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박소영(17)양과 김명찬(18)군이 박성준(34) 체육교사와 함께 몸을 풀고 있다. 박양은 최근 충북 충주에서 끝난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김군도 같은 대회 남고부 원반던지기·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익산=김준희 기자

전북맹아학교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박소영(17)양과 김명찬(18)군이 박성준(34) 체육교사와 함께 몸을 풀고 있다. 박양은 최근 충북 충주에서 끝난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김군도 같은 대회 남고부 원반던지기·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익산=김준희 기자

"앞은 흐릿하지만 꿈은 선명히 보여요"  
 
전북맹아학교 중학교 2학년 서대호(15)군과 중학교 1학년 송은비(14)양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중등부 실내조정 혼성 500m 단체전에서 2분27초80을 기록하며 대구광명학교 팀과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우승에 이어 대회 2연패다. 박 교사는 "지난해에도 아슬아슬하게 금메달을 땄는데 올해는 더 아슬아슬하게 이겼다"고 전했다.
 
두 학생은 당시 결승에서 처음엔 세 팀 중 제일 뒤처졌다. 그러다 "대호야, (노를) 당겨" "은비야, 당겨" 전북맹아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응원 소리를 듣고 이를 악물고 노를 저었다. 결국 둘이 탄 배는 결승선 50m를 남겨두고 2위 팀을 제치고 공동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서군과 함께 2년 연속 금메달을 합작한 송양은 운동 못잖게 공부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른다. 송양은 "'트와이스' 같은 걸그룹이 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전북맹아학교 중학교 2학년 서대호(15·저시력)군과 중학교 1학년 송은비(14·저시력)양이 학교 체력단련실에서 로잉머신을 이용해 실내조정 가상 훈련을 하고 있다. 두 학생은 지난달 충북 충주에서 끝난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중등부 실내조정 혼성 500m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를 거뒀다. [사진 전북맹아학교]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중등부 실내조정 혼성 500m 단체전에서 우승한 전북맹아학교 중학교 2학년 서대호(15·저시력)군과 중학교 1학년 송은비(14·저시력)양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전북맹아학교]
여전히 높은 벽…학교 체육도 비장애인과 차별
 
전북도 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장애학생체전은 지역 예선부터 많게는 수십 명의 비장애 선수들이 겨루는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와 달리 종목마다 서너 명의 선수나 소수 팀이 첫 경기부터 결승전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2관왕에 오른 박양도 4명이 겨룬 결승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록도 원반던지기 8m 74㎝, 포환던지기 3m 69㎝로 비장애 엘리트 선수와 비교가 안 된다.  
 
전교생이 수백 명인 대규모 특수학교도 대회 참가를 꺼리거나 출전하더라도 선수 두세 명을 내보내는 게 고작이다. 몸이 불편한 학생들에게 고도의 기술과 많은 체력을 요하는 운동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아서다. 규모가 작은 전북맹아학교가 전교생 70명 중 9명을 선수로 출전시킨 건 그래서 이례적이다.  
 

전북맹아학교 고등학교 2학년 박소영(17)양이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고부 포환던지기 결승에서 포환을 힘껏 던지고 있다. 박양은 3m69cm를 던져 금메달을 땄다. [사진 전북맹아학교]

전북맹아학교 중학교 1학년 이석호(13)군이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남중부 육상 100m 결승에서 가이드로 나선 박성준(34) 체육교사와 함께 뛰고 있다. 이군은 이 경기에서 제일 먼저 골인해 금메달을 땄다. [사진 전북맹아학교]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중등부 실내조정 혼성 500m 단체전에서 우승한 전북맹아학교 중학교 2학년 서대호(15·저시력)군과 중학교 1학년 송은비(14·저시력)양이 시상식 단상 맨 위에 올랐다. [사진 전북맹아학교]
학교와 교사 희생 없인 장애인 체육 활성화는 불가능?  
 
더구나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특정 동작을 말로만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교육 시간도 비장애인을 가르칠 때보다 두세 배 걸린다. 안전 문제도 늘 뒤따른다. 선수층 자체가 얇다 보니 장애인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체육 지도자도 드물다.  
 
이러다 보니 전북맹아학교는 큰 대회를 앞두고는 전북도 장애인체육회에 코치를 요청해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체육 전담인 박 교사가 다른 학교에 있는 육상 코치 등에게 노하우를 배워 제자들을 지도한다. 전북도교육청이 특수학교에 지원하는 체육 예산도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일반학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전북 익산시 석암동에 자리 잡은 전북맹아학교 전경. 익산=김준희 기자

전북맹아학교 정문 앞에 걸린 축하 플래카드. 이 학교는 지난달 끝난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금 5개, 은 5개, 동 3개 등 메달 13개를 획득했다. 이 학교가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익산=김준희 기자
"장애 학생들이 스포츠 즐기게 돕는 게 학교 의무"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전북맹아학교는 이번에 메달을 딴 학생들뿐 아니라 전교생의 절반 정도가 하나씩 운동을 즐길 만큼 '학교 체육'이 활성화돼 있다. 이 학교가 학생들의 체육 활동에 공들이는 이유는 뭘까.
 
정문수(48) 전북맹아학교 교장 직무대리는 "장애 학생들에게 위너(승자)가 되는 경험을 줄 수 있는 분야 중 스포츠만큼 좋은 게 없다"며 "학생들이 어떤 종목을 할 수 있고, 어떤 종목을 할 때 즐거운지 알게 해 주는 게 교사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학교에서는 운동에 흥미를 느끼거나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어떤 종목이든 대회 출전을 권한다. 이렇게 초·중·고교 때 스포츠에 눈뜬 선수는 나이가 들어서도 국가대표 상비군 등에서 성인 선수로도 계속 활약한다. 정 교장 직무대리는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레저로서 스포츠를 즐기고 평생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맹아학교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박소영(17)양과 김명찬(18)군이 박성준(34) 체육교사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양은 최근 충북 충주에서 끝난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김군도 같은 대회 남고부 원반던지기·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익산=김준희 기자

전북맹아학교 운동장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박소영(17)양과 김명찬(18)군이 박성준(34) 체육교사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양은 최근 충북 충주에서 끝난 '제12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고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김군도 같은 대회 남고부 원반던지기·포환던지기에서 은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익산=김준희 기자
이런 '스포츠 프렌들리' 분위기 덕분에 전북맹아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달 29일 우석대에서 열리는 '제9회 한·중·일 시각장애인 테니스대회'에도 참가한다. 전북맹아학교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박양과 김군도 이번엔 '테니스 선수'로 변신한다. 박 교사는 "예전엔 메달에 집착했는데 요즘엔 학생들이 대회에 출전해 후회 없이 자기 기량을 발휘할 때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이 체육을 통해 몸이 건강해지고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는 모습만 봐도 뿌듯하다"고 했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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