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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러 특검의 칼 다가올수록 트럼프는 북핵 크게 외쳤다

로버트 뮬러 미 특별검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중앙포토]

로버트 뮬러 미 특별검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중앙포토]

“많은 법학자가 밝혔듯이 나는 자신을 사면할 ‘절대 권한’을 갖고 있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그러겠나. 그러는 동안에도 13인의 성난 민주당원들이 이끄는 마녀사냥은 끝날 줄 모르고 중간 선거까지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임명은 완전히 위헌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역사적인 6ㆍ12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을 코 앞에 두고 국내에선 뮬러 특검과 대결한 것이다.
 
유례없는 대통령의 셀프 사면권까지 언급하며 특검에 대한 공세에 나선 건 뮬러 특검을 11월 6일 미 의회 중간 선거의 유일한 걸림돌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지표상 트럼프 대통령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여건이다. 고도 성장기이던 1969년과 같은 최저 실업률(3.8%), 3%대 경제성장률 전망, 여론조사 지지율도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년 차를 추월할 정도로 50%에 육박하고 있다. 오직 뮬러 특검만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둘러싼 사법방해 혐의로 강제 소환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 눈엣가시다.
 
이런 상황에서 ‘셀프 사면’ 카드는 뮬러에 대한 경고의 의미이긴 하지만 실제 사용할 경우 역풍을 짐작하기 힘들어 리스크가 너무 크다.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에 대한 ‘셀프 사면’을 검토하다가 사임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셀프 사면’으로 특검 수사를 중단시키지 못하더라도 이슈를 전환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란 뜻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속도와 방식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엔 적극적인 데는 국내 정치적 동기가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김 위원장에 공개 회담 취소 서한을 보냈다가 8일 만에 친서 답장을 받는 형식으로 회담 재개를 선언했다. 특히 친서를 가져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차량까지 배웅한 뒤 기자들에게 “빅딜은 하나의 과정”이며 “6월 12일은 과정의 시작”이라며 김 위원장의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하는 듯한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더는 ‘최대한 압박’이란 말을 쓰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대표적 대북정책에 대해 금언령까지 내렸다.  
 
글렌 후쿠시마 미국 진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은 2018년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 승리라는 정치적 미래를 보장하는 열쇠”라며 “트럼프는 외교정책을 뮬러 특검의 러시아 공모 의혹과 후속 사법방해 수사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연구원은 3일자 동아시아포럼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6ㆍ12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통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1년 9ㆍ11 위기의 결과로 지지율이 90% 지지율로 치솟았던 걸 모방하길 원한다”며 “싱가포르 회담 뒤 승리를 선언한 뒤 천재적 협상가로 세계에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은 물론 선거에 승리할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 신안보센터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은 본지에 “트럼프 대통령은 ‘완벽함은 선함의 적’임을 깨달았다”면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비핵화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장기적인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는 것이 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크로닌 국장은 대신 “트럼프는 이번 정상회담을 김 위원장이 향후 2년간 핵ㆍ미사일을 해체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 어느 정도나 선제적 조치를 합의할 의향이 있는지 시험대로 활용할 것”이라며 “상당한 조치들이 1, 2년 내에 이뤄지지 못하면 정상회담의 광범위한 합의도 과거 시도들처럼 결국 위태롭게 될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 도전 스케줄에 맞춰 2년여 비핵화 완료의 시간을 주면서도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같은 선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핵 이슈를 뮬러 특검 논란을 가리는 데 활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여름 휴가지인 뉴욕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갑자기 “북한은 지금껏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란 발언을 했다. 7월 28일 북한의 화성-14형 ICBM 시험발사가 있은 지 열흘이 더 지난 뒤였다. 나중에야 뮬러 특검이 같은 7월에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을 압수 수색을 하고, 외교정책자문이던 조지 파파도풀러스를 체포해 트럼프 대선 캠프 핵심으로 치고 들어왔던 상황이었던 게 확인됐다. 두 사람은 같은 해 10월 뮬러 특검의 기소 1호가 됐다. 
 

코리샤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부소장은 애틀랜틱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도박판에서 실패할 리스크가 클수록 잃은 걸 만회하기 위해 판돈을 두 배로 키우는 성향”이라며 “김정은과 회담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으로 만들어야 하므로 성공을 주장하기 위한 어떤 합의라도 얻기 위해 미국의 이익을 팔아넘기려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미 의회에서 북핵 합의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해 트럼프 대통령이 손쉽게 승리를 주장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상원 지도부는 이날 “핵은 물론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도 폐기해야 한다”며 “검증 전엔 제재 해제는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서한을 보냈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도 “우선은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를 응원하지만, 의회도 다른 무엇보다 제재 해제에 대해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가 통과한 대북제재법률 등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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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