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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서 렌탈 바이크로 달린 400km

기자
현종화 사진 현종화
[더,오래] 현종화의 모터사이클 이야기(9)
 
오키나와 투어 둘째 날의 아침이 밝았다. 많은 사람이 투어기 취재를 가면 놀러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촬영할 것인지, 이 지역의 특징은 어떤 것인지 역사적인 사실은 뭐가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라이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루의 취재가 끝나면 그날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전날 영식씨와 9시쯤 초밥을 먹고 해어진 뒤 개인 인터넷 생방송이 끝나니 새벽 3시다. 조금은 피곤했지만, 오늘부터는 바이크를 빌려 본격적으로 투어를 떠난다. 약간의 설렘이 교차한다.
 
250cc 바이크 빌려 고속도로 달리기로
비즈니스호텔을 나와 영식씨 차를 타고 숙소에서 출발해 20분쯤 나하공항쪽으로 이동했다. 차가 멈춘 곳이 바이크 렌털샵이다. 내가 상상하는 매장은 아니었다. 매장도 깔끔하고 규모도 상당히 크다. 오키나와에선 가장 큰 가게라고 한다. 일본 4대 메이커의 모델뿐만 아니라 할리 데이비드슨, BMW, 두카티, can-am 등의 유명 바이크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매장에 도착하기 전 차 안에서 영식씨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렌털샵은 조심해야 한다. 그나마 이 매장이 양심적인 곳이다. 일본 역시 이상한 바이크 샵에서 한번 잘못 빌리면 큰일 난다”고 말이다.
 
모터사이클업계의 아주 오랜 불문율이 있다. ‘깔면 인수!’ 하여간 렌트 바이크는 넘어지면 안 된다. 렌트 가능한 바이크는 125cc 스쿠터부터 1800cc까지 다양하지만 나는 250cc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일본은 250cc부터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서 라이딩할 때 고속도로에 미련이 없다면 125cc를 빌려 국도인 해안도로 위주로,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탐방을 하는 것도 경제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속도로를 한번 달려보겠다고 250cc를 빌렸다. 125cc는 24시간 렌트에 3500엔, 250cc는 4500엔 정도다.
 
이 매장에는 150여대의 바이크가 있단다. 상당한 규모였다. 그리고 꽤 알려졌는지 예약된 바이크도 상당히 많았다. 250cc 바이크 중 촬영하기 용이한 듀얼퍼포즈나 네이키드 모델을 선호했다. 하지만 혼다 CBR250이나 스즈키 브이스트롬250은 이미 예약이 끝났고 남아있는 것은 가와사키뿐이었다. 그래서 Z250네이키드를 빌렸다.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매장 직원이 매장을 나가기 전 꼼꼼히 바이크 상태를 살폈다. 나 역시 바이크를 살폈다. 시동을 걸어보니 엔진 상태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2일 이상 빌리면 할인된다.
 
바이크 250cc를 선택했다. 일본은 250cc부터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기 때문. 내와 오키나와에서 함께할 바이크는 가와사키 Z250. [사진 현종화]

바이크 250cc를 선택했다. 일본은 250cc부터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기 때문. 내와 오키나와에서 함께할 바이크는 가와사키 Z250. [사진 현종화]

 
적응 힘든 일본의 좌측통행과 흰색 중앙선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일본은 좌측통행이다. 그래서 자동차도 우측핸들인 것이다. 그런데 막상 좌측통행하는 도로를 달려보니 너무 무서웠다. 30년 동안 우측통행을 하다가 좌측통행을 하려니 내 입장에서는 이상한 곳에서 차가 튀어나오는 것 같아 무서웠다.
 
아이가 둘 딸린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적응 안 되는 도로에서 까불다가 사고 나면 큰일이기 때문에 첫날은 조용히 영식씨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로만 했다. 매장에서 나와 남서쪽으로 20분쯤 달리니 세나가섬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오키나와에서는 흰색 실선이 있는 편도 2차로에서 차량이 중앙선 넘어 우회전을 하고자 할 때 중앙선을 넘을 수 있다. 오키나와에선 불법도 아니고 욕먹을 일도 아니다. 한국의 비보호 좌회전의 개념이다. [사진 현종화]

오키나와에서는 흰색 실선이 있는 편도 2차로에서 차량이 중앙선 넘어 우회전을 하고자 할 때 중앙선을 넘을 수 있다. 오키나와에선 불법도 아니고 욕먹을 일도 아니다. 한국의 비보호 좌회전의 개념이다. [사진 현종화]

 
일본의 나폴리 세나가섬
영식씨의 하야부사(suzuki hayabusa GSX-1300R) 뒤꽁무니만 따라가다 세나가섬의 경치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건물들이 예쁘게 배치돼 있고 모두 하얀색이어서 누가 봐도 이탈리아 나폴리항 같은 모습이었다. 오키나와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한다.
 
오키나와의 나폴리 세나가섬은 너무 예쁜 경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수제 햄버거. 세나가섬에 오면 반듯이 먹어야 한다. [사진 현종화]

오키나와의 나폴리 세나가섬은 너무 예쁜 경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수제 햄버거. 세나가섬에 오면 반듯이 먹어야 한다. [사진 현종화]

 
세나가섬 다음 목적지는 치넨미사키 공원. 세나가섬에서 남동쪽으로 40분 정도를 달렸다. 오키나와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상당히 외진 마을에서도 한글로 된 메뉴를 만나고 한글로 된 표지판을 만나는 것이다. 심지어 공사안내 표지판에도 한글로 ‘공사 중’ 표시가 되어있다. 물론 한국 관광객이 많이 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뭔가 뿌듯한 느낌이다.
 
흐린 날씨에도 멋진 풍광 치넨미사키 공원 
치넨미사키 공원을 투어코스로 선택한 이유는 날씨가 좋은 날 환상적인 배경을 연출할 수 있는 오키나와 최고의 기념촬영 장소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불행히도 내가 갔던 날은 날씨가 흐렸다. 그런데도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날씨 좋은 날에 바다 색깔이 정말 멋지지요. 그래서 저도 여기서 촬영을 많이 해요” 프로사진작가인 영식씨에게 이곳은 삶의 터전이었다.
 
치넨미사키 공원은 날씨가 좋은 날 환상적인 배경을 연출할 수 있는 오키나와 최고의 기념촬영 장소다. 프로 사진작가들 역시 이곳이 최고의 촬영장소라고 말한다.[사진 현종화]

치넨미사키 공원은 날씨가 좋은 날 환상적인 배경을 연출할 수 있는 오키나와 최고의 기념촬영 장소다. 프로 사진작가들 역시 이곳이 최고의 촬영장소라고 말한다.[사진 현종화]

상당히 외진 마을에서도 한글로 된 메뉴와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공사안내 표지판에도 한글로 ‘공사 중’ 표시가 되어있다. [사진 현종화]

상당히 외진 마을에서도 한글로 된 메뉴와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공사안내 표지판에도 한글로 ‘공사 중’ 표시가 되어있다. [사진 현종화]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오지마섬’ 튀김을 먹었다. 햄버거를 먹은 지 얼마 안 돼 배가 불렀는데도 아주 맛있었다. [사진 현종화]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오지마섬’ 튀김을 먹었다. 햄버거를 먹은 지 얼마 안 돼 배가 불렀는데도 아주 맛있었다. [사진 현종화]

 
치넨미사키 공원에서 둘째날 투어 마지막 장소인 하마히가섬으로 가던 도중 바이크에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치넨미사키 공원에서 하마히가섬을 가려면 1시간 30분 정도 북쪽으로 가야 하는데 한 20분쯤 달렸을까? 핸들이 약간 이상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80~90km/h의 속도에서 핸들이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9000km도 안 달린 바이크가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다. 아주 큰 떨림이 아니기 때문에 초보자는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 정도였다. 영식씨에게 잠깐 쉬자고 하고 편의점에 바이크를 세웠다. 자세히 살펴보니 앞바퀴 서스펜션(완충장치) 왼쪽에서 오일이 새고 있었다.
 
전문용어로 프런트 포크(front fork: 두 개의 기둥으로 앞바퀴와 연결되어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에서 오일이 새면 브레이크에 묻을 수 있고 잘못하면 브레이크가 마비될 수 있다. 핸들이 떨린 이유는 좌·우측 오일량이 달라져 노면에서 오는 충격에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이야기인 것 같은가? 쉽게 말하자면 ‘앞 쇼바 왼쪽이 터져서 오일이 질질 세고 있는 것이다.’ 이걸 그냥 무시하고 타다가 오일이 브레이크에 들어가면 브레이크가 작동이 안 돼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래서 렌털 샵에 전화하니 바이크를 바꿔준단다. 다른 바이크를 트럭에 싣고 와서 교환해준단다.
 
그런데 해가 넘어가 마지막 투어지에 도착한다 해도 촬영이 힘들 것 같아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바이크 상태가 좋지 않은 관계로 1시간가량을 달려 천천히 렌털 샵으로 이동했다.
 
핸들 덜덜 거려 다른 바이크로 바꿔타기로
렌털 샵 직원은 연신 “스미마셍~ 스미마셍”을 연발하며 가와사키 Z250에서 같은 가와사키 NINZA-250R로 교체해줬다. 9000km도 달리지 않은 바이크가 포크 오일이 샌다며 영식씨는 놀라워했다. 하지만 렌트 바이크이기 때문에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처음 Z250 바이크의 엔진 압축비도 킬로수보다 조금 빠져있었다. 역시 엔진 길들이기 없이 관리하면 내구성이 확연히 떨어지게 돼 있다.
 
새 차 같은 바이크로 바뀌긴 했지만 네이키드에서 카울이 있는 레플리카로 바뀌며 액션카메라를 고정하기가 어려워졌다. 네이키드가 촬영용으로는 좋지만 다른 바이크는 모두 예약 중이란다.
 
핸들의 이상한 증상을 보여 살펴보니 앞바퀴 서스펜션(완충장치) 왼쪽에서 오일이 새고 있었다. 결국 렌털 샵으로 다시 복귀했다. [사진 현종화]

핸들의 이상한 증상을 보여 살펴보니 앞바퀴 서스펜션(완충장치) 왼쪽에서 오일이 새고 있었다. 결국 렌털 샵으로 다시 복귀했다. [사진 현종화]

 
오키나와의 일상적 먹거리 스테이크 
바이크를 교환하고 렌털 샵 바로 앞에 있는 스테이크 가게로 향했다. 한국에서 스테이크는 뭔가 상당히 고급스럽고 비싼 음식으로 인식되지만 오키나와에서 스테이크는 ‘일상적 먹거리’로 인식된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도 아주 많을 정도로 스테이크를 좋아한다.
 
영식씨와 헤어지고 둘째 날을 정리하면서 생각해보니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장소를 달려서인지 제대로 된 촬영을 못 한 것 같아 걱정됐다. 하지만 오키나와의 아기자기한 길과 멋진 풍경은 선명히 기억에 남았다. 조금만 더 날씨가 화창했더라면 바다 빛이 더 좋았을 텐데 그것이 아쉬웠다.
 
오늘 하루만 400km 정도를 달렸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30대 때 400km 라이딩 촬영은 마실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피곤함이 밀려온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었다.
 
한국에서 스테이크는 비싼 음식이지만 오키나와에서 스테이크는 ‘일상적 먹거리’로 인식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도 아주 많다. [사진 현종화]

한국에서 스테이크는 비싼 음식이지만 오키나와에서 스테이크는 ‘일상적 먹거리’로 인식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도 아주 많다. [사진 현종화]

앞바퀴 서스펜션에 문제가 생긴 가와사키 Z250은 같은 메이커 NINZA-250R로 교체해줬다.[사진 현종화]

앞바퀴 서스펜션에 문제가 생긴 가와사키 Z250은 같은 메이커 NINZA-250R로 교체해줬다.[사진 현종화]

 
현종화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hyunjonghwa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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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