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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ㆍ선미 이어 유빈 출격…홀로서기로 2막 연 원더걸스

데뷔 11년 만에 처음 솔로로 출격한 원더걸스의 유빈. 레트로한 매력을 잘 살렸다.[사진 JYP엔터테인먼트]

데뷔 11년 만에 처음 솔로로 출격한 원더걸스의 유빈. 레트로한 매력을 잘 살렸다.[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유빈(30)이 5일 첫 솔로 앨범 ‘도시여자’(都市女子)를 발표했다. 2007년 원더걸스로 데뷔 이후 11년 만에 솔로로 출격한 것이다. 원더걸스가 지난해 1월 공식 해체한 이후에야 비로소 들고나온 이번 앨범은 단출하다. 1970~80년대 유행하던 시티 팝 장르의 ‘숙녀’와 직접 작사에 참여한 ‘도시애’ 2곡이 전부다. 저작권 문제로 ‘도시애’는 공개가 연기됐지만, 유빈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엔 충분했다. 원더걸스 시절 레트로와 사랑에 빠진 래퍼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랩을 내려놓고 색다른 보컬로 채워 넣은 덕분이다.  
 
서울 성수동에서 취재진과 만난 유빈은 “매일 회사로 출근하며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많은 곡을 싣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좀 더 임팩트 있게 솔로 가수로서 시작을 알리고 싶어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고 밝혔다. 2015년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2로 래퍼로서 걸크러시한 모습을 이미 선보였기에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지만 제 안에 여성스럽고 성숙한 모습도 있기에 다른 면을 끌어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김완선ㆍ민해경ㆍ강애리자 등 그 때 그 시절 활동했던 선배들의 모습을 참고해 원더걸스 때와는 또 다른 복고를 완성했다. 유빈은 “원더걸스가 나의 20대였다면, 이번 앨범은 30대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해체한 원더걸스는 레트로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지난해 해체한 원더걸스는 레트로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원더걸스는 2세대 걸그룹의 대표주자로서 독특한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라는 대형 기획사에서 출발한 아이돌이지만 여타 걸그룹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텔 미(Tell Me)’ ‘노바디(Nobody)’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후 인기의 정점에서 미국 행을 택했고, 싱글 4집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 때는 걸밴드로 변신하기도 했다. 단순히 콘셉트에 변화를 주는 수준이 아니라 끝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잦은 멤버 교체에도 팀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리더 선예(29)는 결혼을 선택했고, 원년 멤버 현아(26)와 소희(26)는 각각 섹시 가수와 배우로서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선미(26)는 학업을 위해 활동을 중단했다가 5년 만에 팀으로 다시 돌아왔고, 2010년부터 합류한 혜림(26)은 최근 번역가로 데뷔했다. 칠레 페미니즘 시인 마조리 아고신이 안네 프랑크를 소재로 쓴 에세이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선하다고 믿는다』(홍익출판사) 역자로 이름을 올린 것. 어떻게 이들이 한팀에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해체 이후 솔로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예은과 선미. [사진 아메바컬쳐ㆍ메이크어스]

해체 이후 솔로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예은과 선미. [사진 아메바컬쳐ㆍ메이크어스]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팀을 지킨 예은(29)은 ‘핫펠트’란 예명으로 원더걸스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음악을 선보인다. 힙합레이블 아메바컬쳐로 옮겨 개코와 함께 선보인 ‘새 신발’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언제 걸그룹으로 활동했나 싶다. 선미가 YG 산하 더블랙레이블의 테디와 함께 만든 ‘가시나’ ‘주인공’ 등을 부르며 퍼포먼스 여제로 등극한 것과도 또 다른 방향인 셈이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미묘 편집장은 “예은이 메시지 강한 음악으로 듣는 이에게 진지함을 요구한다면, 선미는 퍼포먼스 등 시각적 요소가 강조된 음악으로 앨범보다는 싱글에 극대화돼 해당 무대의 OST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진출로 인한 커리어의 공백이 오히려 음악에 대한 고민과 욕심을 쌓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줄줄이 해체하며 솔로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2세대 걸그룹 앞에 공통적으로 놓인 숙제이기도 하다. S.E.S.나 핑클 등 1세대 걸그룹만 해도 뮤지션보다는 아이돌의 이미지가 강해 드라마나 뮤지컬 배우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세대들은 간혹 연기를 겸업하긴 해도 가수라는 정체성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핑클에서 옥주현이나 이효리 정도가 꾸준히 신곡을 발표했다면, 태티서 등 보컬 유닛을 진작부터 선보인 소녀시대는 태연ㆍ티파니ㆍ서현이 각각 솔로 앨범을 발매한 것은 물론 멤버 전원이 SM스테이션을 통해 솔로곡을 공개했다. 음반에서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바뀐 시장이 되려 가수로서 생명력을 연장해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피터 버그 감독, 존 말코비치와 함께 영화 '마일 22' 를 찍고 있는 씨엘. [씨엘 인스타그램]

피터 버그 감독, 존 말코비치와 함께 영화 '마일 22' 를 찍고 있는 씨엘. [씨엘 인스타그램]

2009년 3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127위로 진입한 보아, 그해 10월 ‘노바디’ 영어 버전으로 싱글 차트인 ‘핫 100’ 76위에 오른 원더걸스 같은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공들이고 있는 경우도 있다. 2016년 ‘리프티드(Lifted)’로 ‘핫 100’ 94위에 오른 투애니원의 씨엘(27)은 최근 피터 버그 감독의 신작 ‘마일 22’에 캐스팅돼 할리우드 데뷔 소식을 전했다. 투애니원의 해외 팬덤과 빼어난 영어 실력 등을 기반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셈이다. 씨스타의 효린(28)도 세계 최대 EDM 레이블 스피닝레코드와 계약하는 등 보다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200’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또 미국에 발매된 외국어 앨범으로는 12년 만에 1위를 차지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다른 K팝 가수들의 미국 진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70년대 듀오 핑크레이디를 비롯해 90년대 마츠다 세이코ㆍ우타다 히카루 등이 잇따라 미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에 여성 아티스트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레이와 공동 프로듀싱한 곡 '달리'를 발표한 효린.[사진 브리지]

그레이와 공동 프로듀싱한 곡 '달리'를 발표한 효린.[사진 브리지]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의 오프닝 밴드로 서는 등 일본식 현지화 전략을 꾀했지만 성공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북미권 음악과는 다른 색다름을 선사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해외 팬덤 역시 한국 내에서 활동과 인기 등 최신 동향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중하는 전략으로는 공략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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