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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혼ㆍ낙태 놓고 美처럼 격론, 주무부처 법무부는 ‘진퇴양난’

지난해 말 법무부에서 인권 정책을 담당하는 한 과장급 공무원에게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으로 영문 메시지가 전달됐다. “한국인 남편과 3년 전 국제결혼을 했어요. 아예 한국으로 이민을 오고 싶은데 혹시 동성혼 배우자를 상대로는 결혼 비자(F-6)를 내줄 수 없나요?” 
 
최근 청와대에 직접 청원서를 낸 영국인 사이먼 헌터 윌리엄스(34ㆍ남)의 메시지였다. 윌리엄스씨는 “다른 사람과 달리 남성과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결혼이민비자를 신청 못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수차례 법무부 담당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소송 공개변론을 앞둔 지난달 24일 찬반 양측이 거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소송 공개변론을 앞둔 지난달 24일 찬반 양측이 거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연초 암호화폐 파동부터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 쉴 새 없이 논란을 겪었던 법무부 앞에 또 한가지 난제가 등장했다. 바로 동성혼ㆍ낙태 등 젠더 이슈다. 1980~90년대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사회적 분절 이슈로 본격 등장한 셈이다. 현재 법무부 내에서만 검찰국(형사법제과)ㆍ법무실(법무과)은 낙태죄, 인권국(인권정책과)은 차별금지 문제 등 실ㆍ국ㆍ본부(7곳) 가운데 절반 가까운 3곳이 젠더 이슈를 담당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낙태죄 관련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 앞서 법무부는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공개변론 보충의견서에 포함된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 등의 문구를 놓고 여성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청구인 주장의 반박 형식으로 보충의견을 쓰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들을 거르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여성계 반발을 피하지는 못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에선 ‘#법무부장관_해임’ 해시태그가 달리기도 했다.
 
동성애 문제 역시 법무부 입장에선 상당히 곤란한 이슈다. 윌리엄스씨는 지난달 청와대에까지 결혼이민비자를 내달라고 청원했고,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불가’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동성애나 여성의 자기 선택권 모두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특히 동성애의 경우에는 헌법뿐 아니라 민법, 그리고 각종 소득공제제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낙태죄 합헌 여부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재판관 4명이 오는 9월 퇴임하는 만큼 그 이전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재 헌재 재판관 성향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보수적 판결이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낙태죄 관련 형법 270조1항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일부 시민단체를 비롯한 낙태죄 반대론자들은 박상기 법무장관 해임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사진 트위터]

일부 시민단체를 비롯한 낙태죄 반대론자들은 박상기 법무장관 해임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사진 트위터]

미국에선 동성애·낙태를 둘러싼 의견 대립이 한국보다 훨씬 더 팽팽하다.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사건' 판결을 통해 임신 후 6개월까지 낙태를 최초로 합법화한 미국 사회에선 보수·진보 모두 대법관 지명자가 낙태나 동성애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법관 구도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바뀜에 따라 보수 진영은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는 동성혼에 대해선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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