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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탈코르셋 운동

서경호 논설위원

서경호 논설위원

옛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여주인공 스칼릿 오하라(비비언 리)는 날씬한 허리를 만들기 위해 기둥을 부여잡고 코르셋을 뒤에서 힘껏 조이는 흑인 유모에게 몸을 맡긴다. 그렇게 억지로 만든 허리가 20인치였다. 여전히 가학적인 수준의 개미허리인데도 오하라는 임신과 출산으로 불어난 허리에 실망한다. 최근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도 여걸 엘리자베스 스완(키라 나이틀리)이 코르셋을 너무 심하게 조였다가 숨을 못 쉬고 정신을 놓으면서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코르셋은 그때 그 시절 유행이었지만 사회가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여성미가 투영돼 있다. 잘록한 허리로 가슴을 강조하려고 코르셋을 너무 죄다 보니 ‘캐리비안의 해적’ 스완처럼 호흡 곤란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갈비뼈가 골절되기도 했다.
 
요즘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인 ‘현대판 코르셋’에 비판적인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르셋처럼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탈(脫)코르셋 운동이다. 화장을 지우고 렌즈 대신 안경을 쓰며 편한 속옷을 입고 긴 머리를 짧게 자른다. 예쁘게 보이기 위한 외모 단장을 ‘꾸밈 노동’이나 ‘꾸밈 노역’으로 부르면서 타인의 시선이나 무언의 압박에서 자유롭고 싶어한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탈코르셋 해시태그(#)를 달고 부서진 화장품 사진이나 짧은 머리 사진 같은 인증샷들이 올라온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자유롭다” “머리를 자르고 나서 ‘이게 나구나’란 해방감을 느꼈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반면 탈코르셋 운동에 공감 못 하는 이도 있다. 개인의 취향과 선택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탈코르셋에 동참하라는 주문이야말로 갑갑하고 억압적인 ‘코르셋’이라는 비판이 눈에 띈다.
 
지난 주말 여성단체의 상의 탈의 퍼포먼스는 포털 실시간 검색에 오를 정도로 화제였고 탈코르셋 운동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누드 시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불필요하게 ‘여성 혐오’ ‘남성 혐오’ 논쟁으로 끌고 가려는 극단주의자들의 목소리는 경계해야 한다. 충격요법이 아니어도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방법은 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불꽃페미액션’은 몇 달 전 중·고교 여학생의 교복이 얼마나 불편한지 보여 주는 영상을 만들었다. 여학생 교복이 짧은 데다 신축성도 없어 책상에 엎드릴 수도, 버스 손잡이도 잡을 수 없는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뒤늦게 알게 됐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는 법이다.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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