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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해하면 상대가 피냄새 맡는다”던 그가 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귀국길에 오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4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평양행 고려항공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귀국길에 오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4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평양행 고려항공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상할 때 최악은 절박해(desperate)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이 당신의 피냄새를 맡게 되고, 당신은 죽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저서 『협상의 기술』 중 한 구절이다.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이튿날 김정은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조·미 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이 절실하다”고 나올 때만 해도 피냄새를 맡은 쪽은 트럼프 대통령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일(현지시간)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김영철 북한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면서다.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2014년 11월)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을 극진히 대접할 때부터 미국 내에선 비판이 나왔다. 북한의 선전전에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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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을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났을 때는 “최고의 압박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다. 우리(북·미)는 사이좋게 지내고 있기 때문”, “이렇게 잘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제재를 하겠나” 등의 발언도 쏟아냈다. 북한 체제 안전보장 차원에서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서 인센티브로 줄 수 있는 종전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겠다며 공식화하기도 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상황까지 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성 덕분이 맞지만, 최근 발언과 태도를 보면 유연성보다는 무원칙에 가까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분명 절박한 쪽은 김정은이다. 노동당 창건일인 9월 9일 이전에 주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경제적 성과가 절실한 데다 회담이 결렬될 경우 그야말로 체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생존이 걸린 문제인 셈이다.
 
그런데도 절박한 김정은을 트럼프 대통령이 마냥 몰아붙이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비핵화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어느 행정부도 달성하지 못한 북한 비핵화를 자신이 해내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현실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비핵화는 지난한 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과거 북핵 합의가 모두 검증 단계에서 틀어졌던 데는 이유가 있다. 북한이 작정하고 농축우라늄 등을 은닉한다면 찾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미군까지 동원해 북한 전역을 들여다보는 불시 사찰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렸던 6·12 정상회담의 그림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목표에 합의하고 초단기, 즉 자신의 임기 내에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검증을 완료하기로 약속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간의 강경한 입장을 바꾸며 북·미 정상회담을 과정(process)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이런 그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콜린 칼 전 미 부통령 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자니 회담이 깨질 것 같고, 본질적 논의 없이 쇼만 하다 약하게 합의하자니 (북핵) 위협을 해소할 수 없는 것이 지금 그가 직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깨면서 스스로 손을 묶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란의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철저한 사찰과 검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란 핵합의를 파기했는데, 북한과 그보다 부족한 수준의 합의를 한다면 국내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 CNN 방송은 지난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보다 낮은 수위의 협상을 북한과 할 것”이라며 “그는 북한에 핵보유국으로 가는 통행권을 주고 있다”고 비관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회담에서 국내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지금 나름대로 성과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윤성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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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