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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트럼프, 종전선언 입장 일치할까…2007년엔 노무현-부시 갈등 표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종전 논의를 공식화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난 뒤 “한국 전쟁을 끝내는 것(the ending of the Korean war)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전쟁은 전쟁 상태가) 거의 70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전쟁이다. 그러한 일(종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3조3항)”고 명시했는데,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호응한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을 끝내는 것(종전)’이라는 표현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declaration of the end of war)’과 완전히 일치하는지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도 종전선언을 두고 한국 정부와 당시 미국 부시 정부가 인식 차를 공개적으로 노출했기 때문이다.  
 
2007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회담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 [중앙포토]

2007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회담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 [중앙포토]

 
 2007년 9월 7일 호주 시드니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만난 노무현 대통령은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2007년 9월 10일 자 3면) 내용이다.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가 그들의 핵 프로그램을 모두 신고하고 핵 프로그램을 전면 해체할 경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동북아의 평화체계가 새롭게 설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역을 통해 부시의 발언을 들은 노 대통령은 ‘한국전쟁 종결 선언’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재차 “종전선언 등에 대한 말씀을 빠트리신 것 같다”고 보충 설명을 부탁했다. 이에 한국 측 통역이 부시 대통령에게 “내 생각이 틀릴 수 있겠지만”이라는 말을 붙여 “부시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내가) 듣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달렸다”고 한 뒤 “감사합니다”며 말을 끝냈다. 』 

 
 이후에도 노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은 그다음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재차 요청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더 이상은 명확하게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10분 17초간 TV 카메라로 중계된 두 정상의 대화는 부시 대통령이 통역이 끝나자마자 “감사하다(Thank you, sir)”고 한 번 더 짧게 인사하며 끝났다.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시 외신에선 “노 대통령이 부시를 압박해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뉴욕타임스)”, “한국 전쟁이 부시와 노 간에 충돌을 야기했다(워싱턴 타임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양국 대변인은 “통역 실수로 인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2007년 9월 7일 호주 시드니에 만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 왼쪽 뒷편으로 송민순 외교 장관의 모습도 보인다. [백악관]

2007년 9월 7일 호주 시드니에 만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 왼쪽 뒷편으로 송민순 외교 장관의 모습도 보인다. [백악관]

 그러나 당시 상황을 아는 정부 당국자 등은 종전선언에 대한 한ㆍ미 간의 인식차라는 데 무게를 둔다. 미국 측은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해야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고 실익이 크지 않은 대신 미국으로선 군사옵션을 내려놓아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송민순 당시 외교부 장관은 회견 닷새 뒤인 12일 기자 간담회에서 “평화조약ㆍ평화협정·종전선언 모두가 평화체제(에 속하는 부분)”라며 “평화체제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종전선언을 하면 전쟁은 끝나지만, 평화는 없는 상태가 오기 때문에 혼란이 일어난다. 주한미군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며…”라고 덧붙였다. 송 전 장관은 2006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으로 종전선언 추진 작업을 해왔지만 입장이 달라졌다. 송 전 장관은 본지와 통화해서 “내 입장은 달라진 적이 없다. 청와대에 있을 때나 그 이후에도 종전선언은 비핵화 과정에 맞춰서 두 개의 트랙으로 같이 해나가자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종전선언과 이산가족 상봉 등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종전선언과 이산가족 상봉 등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송 전 장관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통역의 실수도 있었지만, 그날 정상회담의 바탕에는 양 대통령 간 기본적인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같은 구체적 표현에 집중하고 있었고, 부시 대통령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되면 그 후속으로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는 원칙에 무게를 두었다”고 전했다. 지금 미국의 입장은 달라졌을까.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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