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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근로시간 ‘0’이면 소득은 없다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김종윤 경제부장

김종윤 경제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무겁다.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1분위 가계소득이 감소한 건 아픈 대목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이라는 진단을 성급하게 내린다.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다. ”
 
지난달 나온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발언 배경이다. 가장 소득이 적은 1분위(소득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지난해 1분기보다 8.0% 줄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가장 소득이 많은 5분위(소득 상위 20%)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9.3% 늘었다.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은 5.95배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5분위 가계의 평균소득을 1분위 가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분배는 나빠진다는 뜻이다.
 
1분기 가계소득 통계는 현 정부의 지향점과는 반대로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신호다. 정부로서는 뼈아프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긍정 효과 90%를 얘기한 건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 상승 때문이다. 가구 소득이 아닌 임금 노동자 소득을 따진 결과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설명에 나섰다. 그는 “가구별 근로소득이 아닌 개인별 근로소득으로 분석했다”며 두 가지 방법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을 따져봤다고 설명했다. 가구주, 배우자 이외 ‘기타 가구원’의 소득을 1명의 소득으로 간주해, 즉 가구당 가구원을 3명으로 보고 근로소득을 따졌다.
 
또 기타 가구원의 소득은 제외하고 개인의 근로소득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가구주와 배우자의 소득만 분석했다. 두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고소득층보다 높았다는 게 홍 수석의 설명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 덕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된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가계동향조사의 대상은 가계(가구)다. 가구주와 배우자, 다른 가구원(자녀 등)의 소득을 모두 묶어 가구 소득을 산출한다. 청와대는 가구원 중 고용된 노동자의 소득만 추린 통계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다. 이들은 개인별 근로소득 통계를 내는 모집단에 들어가지 않는다.
 
남편은 월 150만원, 아내는 월 150만원, 자녀는 월 100만원 받는 임금 노동자 가구가 있다고 치자. 남편이 실직하지 않았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월급은 올해 들어 최소 157만원이 된다.(최저임금 시급 7530원, 주 40시간 근무 반영)
 
아내도 월급이 157만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자녀가 해고됐다면 자녀는 임금 노동자 모집단에 들어가지 않는다. 일자리를 지킨 남편과 아내, 곧 임금 노동자만 놓고 보면 소득이 올라간다. 하지만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이 가구의 총소득은 월 400만원에서 최소 314만원으로 낮아진다.
 
개인별 근로소득은 올라가도, 가구별 근로소득이 내려갈 수 있는 이유다.
 
가구 소득이 줄었는데 가구원만 떼놓고 봐서 근로소득이 늘었다고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효과가 90%라고 하는 건 과한 해석이다.
 
최저 임금은 고용과 실직을 가르는 선이다. 경계 선상에 있다가 최저 임금 인상의 혜택을 본 이의 소득은 오른다. 하지만 경계선 밑에 있는 더 형편이 나쁜 노동자는 실직의 대열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 시급에다 근로시간을 곱한 게 근로 소득이다. 시급을 올려도 근로시간이 ‘0’이면 소득은 없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다. 프랜차이스 본점의 횡포,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 등에 허덕이는 영세 가맹점·중소기업 등은 협상력이 없다. 비용절감을 위해 종업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갑을 착취 구조’를 개선하는 게 먼저다. 그래야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도 고용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덜하다.
 
김종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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