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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바위뚫는 소리보다 큰 선거 유세 방송

이승호 경제부 기자

이승호 경제부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주변. 6·13 지방 선거에 나온 후보들과 선거운동원, 선거 유세 차량이 가득했다. 차량 확성기에선 후보를 알리는 노래와 연설이 쾅쾅 흘러나왔다. 시끄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귀를 막은 채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유세 차량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소음 측정기로 5분간 재보니 소음 크기는 90~110dB(데시벨)이었다. 순간 최고 소음은 112.9dB에 달했다. 90dB은 소음이 심한 공장 내부 소리, 100dB은 바위를 뚫는 착암기 소리다. 난청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유세전도 치열해 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형 이슈에 지방 선거가 가려질수록 후보의 마음은 급해진다. 유세 차량 확성기 소리는 덩달아 커진다. 난청 유발 수준의 소음은 서울 강남역만이 아니다. 같은 날 오전 울산광역시 남구 공업탑 로터리. 시장 후보 선거 운동원들이 출근길 유세를 벌였다. 소음측정기로 오전 7시50분부터 5분간 재보니 평균 86.3dB, 최고 소음은 94.9dB이었다. 인근 안경점 사장은 “유세 차량이 오면 손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부산시 서면로터리 등 다른유세 현장도 비슷했다. 도로를 점거한 유세 차량도 시민을 불편하게 한다. 광주광역시 풍금사거리에선 유세 차량 3~4대가 편도 3·4차선 모퉁이마다 자리잡아 교통 체증을 가중시켰다. 횡단보도를 침범해 주·정차한 차량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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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이 상당하지만 이런 행위를 규제할 방법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후보의 확성기 소리 크기를 규제하는 내용이 공직선거법에는 없다. 휴대용 확성장치는 오전 6시~오후 11시, 녹음기는 오전 7시~오후 9시까지 쓸 수 있다는 정도다.  집시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 집시법에선 주간에 75dB을 초과하면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을 받지만 유세 차량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불법 주정차는 물론 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며칠 뒤면 당선될지 모르는 구청장, 시장 후보에 대한 단속은 느슨하다.
 
유세 방식도 시대에 맞춰 변해야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TV토론 등을 활성화해 주민 접촉 방식을 바꿔야 한다. 대중 유세가 꼭 필요하다면 소리의 크기, 횟수, 시간대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지역 일꾼이 되겠다며 선거에 나와선 유세부터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선거 운동 방식은 꼭 바뀌어야 한다.
 
이승호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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