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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통계 못 믿는 사회

이현상 논설위원

이현상 논설위원

국정감사 철이면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던 직업이 변리사였다. 변호사·의사·건축사 등을 제치고 전문직 소득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기사가 해마다 등장했다. 국세청 자료를 가공해 만든 국회의원실 보도자료가 바탕이었다. 그러나 수억원에 이른다는 소득은 실제로는 매출이었고, 분모로 사용한 머릿수도 개개인이 아니라 사무실 개수였다. 변호사와 직역 갈등을 벌이던 변리사 단체가 “우리도 힘들다”며 실상 알리기에 나서면서 엉터리 통계는 슬며시 사라졌다.
 
이 정도야 애교로 봐줄 만하다. 치명적 사고를 일으킨 통계 오류도 있다. 1986년 1월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로켓 모터와 동체 접합 부위에 발생한 이상 때문이었다. 발사 당일 기온은 과거 우주선 발사일 최저 기록보다 섭씨 12도나 낮은 영하 0.5도. 일부 과학자들이 접합 이상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발사는 강행됐다. 통계상 기온과 접합 이상 간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사고가 난 뒤 자료 일부가 누락된 사실이 발견됐다. 이를 포함하자 그날 기온에서는 발사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표본 선택 오류’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지만, 통계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 우리나라 불평등 지수(지니계수)는 2008년 이후 낮아지는 추세였다. 현실 느낌과는 딴판이었다. 2015년, 국세청 과세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자 아니나 다를까 지니계수는 껑충 뛰었다. 고소득 자영업자가 소득을 감추더라도 어쩔 수 없었던 기존 면접 조사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대통령의 언급이 논란을 낳자 청와대가 근거 자료를 공개했다. 가구 아닌 개인의 근로소득을 분석해 보니 소득 증가 효과가 확인됐다고 한다. 그런데 최저 임금 혜택을 받으면 소득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최저임금이 버거워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설명이다. 정책을 지키겠다는 충정은 이해되지만, 지나치면 ‘견강부회’ 소리를 듣는다.
 
통계는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통찰력도 제공하지만, 천연덕스럽게 현실을 가리기도 한다. 무지나 부주의 탓도 있지만, 대개는 의도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미국 저널리스트 대럴 허프는 책 『새빨간 거짓말, 통계』에서 통계에 속지 않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중 마지막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지 의심해 보라”다. 상식은 대체로 현장에 가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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