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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와 식사, 사내워크숍은 근무시간? 헷갈리는 기업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중견 기계제조업체 A사. 현재 2조 2교대로 주당 68시간씩 일해 생산량을 맞추고 있지만 근무 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제한되는 7월 1일부턴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인건비 증가를 각오하고 추가 고용을 결정했지만 생산직 지원자가 없어 절반도 못 채웠다”며 “현재로선 공장 자동화를 확대하고 중국·인도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되는 새 근무제
정부, 시행 코앞인데 기준 안 내놔
해외건설 근로자도 주52시간 대상
“쿼터제 걸려 맘대로 충원도 못 해”
여름 장사 빙과업체, 탄력근무 고민
연예인·매니저도 근무시간 체크 논란

한국경제연구원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으로 26만6000명의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연간 12조3000억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중소기업(300인 미만)의 부담이 총비용의 70%에 달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노동시간 감소분을 채울 만큼 고용이 안 되면 국내 생산량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후 중소기업들은 평균 6.1명의 인력이 부족하고 생산량도 20.3%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력을 구하기 힘든 중소기업은 해외 이전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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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를 쌓아두기 어렵고 수요가 몰리는 특정 기간에 초과 근무가 불가피한 기업들도 고민이다. 중견 제약사 B사 관계자는 “생산량이 몰리는 6개월만 생각하면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지만 나머지 6개월은 유휴 인력이 너무 늘어나게 돼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5월부터 4개월간 연 매출의 50%를 올리는 빙과업체도 현재로선 탄력적 인력 운용이 어렵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이 2021년 7월부터 법을 적용받으면서 벤처 업계도 난감해하고 있다. 이른바 ‘벤처 대박’은 창업 초반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밤샘을 마다치 않고 창업 초기 성장에 사활을 거는데 이런 ‘성공 방정식’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로디지털단지 내 정보기술(IT) 기업의 개발자 조모씨는 “대기업에서 하청받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는 납기일 맞추는 게 핵심이라 밤낮·주말 없이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루 3∼4시간 쪽잠을 자는 인기 연예인들을 챙겨야 하는 매니저·코디들도 비슷한 일정을 소화할 수밖에 없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합숙 생활을 하는 연습생·신인들은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이 어렵다”며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한류 산업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서비스업이 초과근무가 가능토록 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장애인·노인 등에 대한 돌봄 공백 우려가 나온다. 최선숙 한국아동청소년 그룹홈협의회 사무국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최저 인건비와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분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보상·처우를 개선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하는 등 정부의 세심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삼성전자·SK텔레콤 등 대기업은 직원들이 업무 상황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게 하는 등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거래처와 식사·골프 약속, 사내 회식·워크숍, 해외출장 중 이동 시간 등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할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근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냐에 따라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을 훌쩍 넘길 수 있고, 이는 회사 대표에 대한 형사처벌로도 이어질 수 있다.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앞으로 분쟁이 많이 생길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현장 애로사항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현장 애로사항

해외 파견자 관리도 고민이다. 중동 지역에서 플랜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업체 A사의 파견 한국인 근로자 400여 명의 주당 근무시간은 60시간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이들도 국내법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야 한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동·동남아 지역은 외국인 근무 인력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어 회사가 마음대로 인력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력 부족으로 공기를 맞추지 못해 지체보상금을 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더 큰 문제는 내후년 1월부터”라고 말한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기업에도 적용되면 인건비 부담이나 생산량 감소로 한계 상태에 이르는 기업이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대 교수는 “한계 기업이 늘면 정부의 기대와 달리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고용 구조가 바뀌었는데 법은 여전히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박수련·정진호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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