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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의 퍼스펙티브] 일괄타결식 해결과 단계적 접근, 어떻게 절충할 것인가

한반도 비핵화 해법
오는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역사적 담판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 상태(휴전 포함)를 종식하고 새로운 평화시대를 열어갈 역사적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양국 지도자의 필요가 맞물린 만큼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비핵화와 체제 보장 맞교환하는
포괄적 일괄타결식 합의와
트럼프 임기 내 완성되는
2단계 실행 방안으로 해결

김정은은 비핵화 진정성 위해
1년 내 일부 핵을 해외 반출하고
트럼프는 대북 불가침 선언으로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해 줘야

북한 비핵화 완성 단계에 맞춰
대북 제재를 완전 해제하고
북한을 IMF 등에 가입시켜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편입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년간 핵과 미사일 실험에 올인하면서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의 위상을 갖게 됐고,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전략자산 배치 등 강력한 군사적 압박과 더불어 대북 제재를 강화했다. 그 결과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
 
특히 정제유 수입 급감(5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축소), 밀무역 및 노동 수출 차단과 외환보유고 급감 등으로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게 됐다. 김 위원장은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그는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김여정 등 특사단 파견과 상호 교환, 연이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새 활로를 모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파리기후협약 탈퇴, 주(駐)이스라엘 미국대사관 예루살렘 이전과 분쟁, 이란 핵 합의 탈퇴 등에서 볼 수 있듯 이렇다 할 외교적 치적이 없는 상태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통령 재선을 유념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추구하는 것이 놓칠 수 없는 중요 과제가 됐다.
 
북·미 간에는 지난 65년 동안 쌓아온 불신의 장벽이 존재한다.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과연 체제를 보장해 줄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을지 의심한다.
 
우여곡절 겪은 북·미 회담 개최
 
이러한 근본적 갈등은 북·미 담판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주변 국가들의 중재 역할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동시에 남북 간 특수 관계로 인해 생산적 중재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북미 접촉을 성사시키는 중재 역할을 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역할, 특히 정의용·서훈 등 한국 특사단의 방미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제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 결단으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결정했다.
 
북·미 접촉은 1단계에서 미국의 트럼프-폼페이오 라인과 북한의 김정은-김영철 라인 간의 논의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2단계에서 미국 안보 진용에 강경파 볼턴이 등장하며 대북 비핵화 요구가 증폭돼 완전한 비핵화와 ICBM 폐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폐기, 인권 문제, 인공위성 포기 등 일방적 요구를 강화했다. 미국 강경파들은 ‘선 핵폐기 후 보장’의 리비아식 모델을 강요하며 실패하면 김 위원장이 카다피와 같은 비참한 최후를 맞을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두 번에 걸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며 소원한 북·중 혈맹 관계를 복원·강화했다. 또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대응해 대미 연합전선을 구축, 중국이라는 강력한 후원자를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강경책이 한반도 체스판에 중국을 예상보다 일찍 끌어들이게 됐다. 중국이 앞으로 체결될 평화협정을 계기로 건설적 중재 역할을 맡도록 한국과 미국은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대미 전선은 외무성의 김계관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이 주도하면서 볼턴-펜스 부통령을 모욕하는 말을 쏟아냈다. 이들은 완전한 비핵화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 유보적 발언을 한 데 이어 실무 접촉 회담마저 불참했다. 북한의 벼랑 끝 외교 기류가 포착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결단으로 북·미 회담의 취소 결정을 발표했다.
 
당황한 북한은 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김계관의 소위 따뜻하고 생산적인 제안으로 트럼프 모델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태도를 반전시켜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렸다. 이 와중에 김 위원장은 제2차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해 북·미 회담의 가능성을 되살렸다.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북·미 회담에서는 미국의 일괄타결식 포괄적 합의와 북한의 단계적 접근 방안을 절충해 ‘포괄적·단계적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완전한 비핵화는 2단계로 완성해야
 
북·미 회담의 성공 여부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와,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체제 보장(CVIG)’의 맞교환에 달려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확실히 보장하고, 미국은 북한의 체제 보장과 대규모 경제 협력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완전한 비핵화(CVID) 실행 계획은 ①한반도 비핵화 ②평화체제 ③경제협력 등 세 분야에서 2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잔여 임기(2년여 간) 내에 실행 계획이 성취되는 것을 바랄 것이다.
 
1단계에서 북한은 핵·미사일 시설 및 연구소 등 미래 핵 관련 생산 시설을 폐기한다. 그리고 핵무기·핵물질·미사일 등의 신고·검증 등 핵무기 제거를 위한 준비 작업을 완료하고, 폐기 작업을 시작한다. 북한 핵무기의 일부 해외 반출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응해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가는 중간 단계에서 남·북·미 종전선언을 천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불가침 선언으로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응해 미국이 핵무기를 장착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중단해 한반도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비핵화의 핵심은 북핵 해외 반출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대규모 대북 인도적 사업·개발 협력을 개시하고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하여 북한의 무역과 교류 협력을 가능케 한다. 남북관계에서는 이산가족상봉을 상설화하고, 납북자와 국군 포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더불어 금강산 관광 재개도 추진한다. 과거 추진했던 남·북·러 가스관 매설과 더불어 중국·러시아와 철도 연결 사업으로 한반도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한다.
 
북한은 국제 사회의 보편적 기준을 수용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체제에 편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장기적 안목에서 북한의 광물 자원을 공동으로 탐사하고 농업·보건·의료·환경 사업의 협력을 개시한다. 그리고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남한의 자본과 기술을 결합하고, 글로벌 기업과 자본이 함께 참여하는 북한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한다.
 
2단계에서는 과거에 생산하고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 물질 그리고 운반 수단을 완전히 폐기해 한반도의 비핵화 완성을 성취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이 비핵화 완성의 지름길이다. 핵 폐기 검증이 완료되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체제 분야에서는 비핵화 완성 시기에 맞춰 남·북·미·중 4자 간의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평화협정 후에도 주한미군은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 계속 주둔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이며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체결됐음을 유념해야 한다.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성사시키는 한편 남·북·미·중·일·러가 참여하는 동북아 평화협력기구를 발족시킴으로써 북한의 체제 보장을 3가지 수준(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 동북아평화협력기구 발족)에서 추구하고 완성하게 된다.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완성 단계에 발맞춰 대북 제재를 완전하게 해제하고 북한판 마셜 플랜(종합개발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남북경협추진기구를 설치한다. 그리고 북한을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가입시켜 글로벌 경제에 편입해 북한이 정상국가로 설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다. 북한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고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이 이룩되면 북한 체제는 정통성과 생존력이 강화된다.
 
북한,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편입돼야
 
한반도 종단철도인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하고 나아가 러시아·중국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연결해 유럽으로 나가는 신실크로드 개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국 경제의 활로를 모색한다. 북한의 경제 개발을 위해 한국과 미국 등 개별 국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 공적자금을 통해 북한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금융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 경제공동체가 구성되고 사회적 교류 협력이 활성화되면 사실상의 남북 통일시대가 열리게 되고 남북 연합시대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남북 주민의 선택에 의한 정치 형태로 통일이 이루어지게 된다.
 
최근 한반도 상황을 보면 남북의 화해와 협력, 공동 노력으로 분단과 갈등, 전쟁과 대립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남북은 긴밀한 국제 공조 속에서 자율과 공동 협력의 확대로 새로운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더는 국내 정치의 당파적 이해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여야는 초당적 입장에서 일관성 있게 장기적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 소위 지속가능한 비핵평화와 통일정책을 위해 여야 그리고 정당 간 합의 도출이 시급히 요구된다. 남북 화해 협력을 본격 추진하기 이전에 내부적 국론 결집이 요청되는 상황이다.
 
◆백영철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하와이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으며, 건국대 교수와 한국정치학회 회장,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지냈다.

 
백영철 한반도평화만들기 고문·건국대 명예교수·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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