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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2002년 투혼을 보여주세요

축구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3일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했다. 신태용 감독은 ’남은 기간 베스트 멤버들과 함께 조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출국에 앞서 선수단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축구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3일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했다. 신태용 감독은 ’남은 기간 베스트 멤버들과 함께 조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출국에 앞서 선수단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 로고

러시아 월드컵 로고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축구 제국’ 브라질 축구선수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어릴 시절부터 투지를 강조하기 위해 유니폼의 가슴 부위에 ‘가하(garra)’라는 글자를 새겨 넣는다. ‘가하’ 는 포르투갈어로 ‘맹수의 날카로운 발톱’이란 뜻이다. 축구에서는 열정·투혼·기백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경기 도중 볼을 뺏기면 최대한 빨리 되찾아오려는 도전정신과 투지가 곧 ‘가하’와 동의어라 할 만하다.
 

차범근 전 감독 “꿋꿋이 가라” 격려
안정환 “독기 없다 … 인생 걸어라”
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축구 원해

한국 축구대표팀이 15일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3일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했다. 단복 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고 인천공항에 집결한 선수단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지난 1일 전주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1-3으로 완패를 당한 데다 최종 엔트리 23명을 추리는 과정에서 세 명의 탈락자(이청용·김진수·권경원)가 나온 직후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말을 아꼈다.
 
주장 기성용(29·스완지시티)은 브라질의 가하처럼 우리 선수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마음가짐으로 ‘간절함’을 언급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기다려온 월드컵인 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며 “모든 선수가 (승리와 16강 진출에 대해) 간절함을 가져야 한다. 월드컵이 선수 이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대회라는 점을 후배들이 깨닫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성용은 보스니아전 직후 라커룸에 모인 대표팀 동료들에게 “한국 축구와 K리그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뛰어야 한다. 남자답게 하자”고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또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는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면, 월드컵에서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 언급했다. 승리에 대한 목마름을 드러내지 않는 몇몇 동료와 후배들에게 보낸 경고의 메시지였다.
 
대표팀 출국 현장을 방문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을 만나 “역사는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이제부터 남은 기간 동안은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지 말고, 앞만 보고, 선수들만 믿고 가라”며 등을 두드려 줬다.
 
장도에 오른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게 축구계는 한 목소리로 투혼을 주문하고 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2일 “축구대표팀에 대한 비난은 본선에서 결과를 본 뒤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었지만, 보스니아전 직후 기성용의 인터뷰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면서 “월드컵을 마음껏 즐기되, 뛸 땐 독기를 품어야 한다. 난 선수 시절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덤볐는데, 몇몇 선수들에게선 그런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안 위원은 또 “축구에서 월드컵보다 더 권위있는 대회가 있는가”라며 “현역 선수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하지만 월드컵은 인생을 걸만한 도전 무대”라고 강조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만 3골을 터트렸던 안 위원은 평소 “선수는 소속팀에선 자신과 팀을 위해 뛰면 충분하지만, 대표팀에선 나라를 위해 뛰어야 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난 경기 후 탈진해 구토를 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대표선수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은 이탈리아 페루자 시절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어 사비를 털어 훈련장을 통째로 빌린 적도 있다. 훈련장 관리인에게 담뱃값을 쥐어주고 해질녘까지 홀로 훈련을 하며 경기력을 키웠다.
 
팬들이 신태용호에게 기대하는 모습 역시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축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1-1무)에서 이임생이 피가 흐르는 머리를 붕대로 동여매고 뛰던 모습,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0-2패)에서 패배한 뒤 이천수가 눈물을 쏟는 모습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축구선수에게 국가대표는 인생의 전부였다. 하지만 세대와 문화가 바뀐 요즘, 일부 선수들은 대표팀 경기를 그저 ‘뛰어야 하는 경기 중 하나’로 여기는 듯 하다”면서 “1986년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허정무가 마라도나를 걷어차는 투혼을 발휘했다. 최근 A매치에선 그런 투혼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동점골을 터트린 뒤 관중석으로 몸을 던지며 “이길게요, 이길게요”라고 외친 장면도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당시 대표팀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귀국길에 ‘엿’ 대신 ‘꽃’을 받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도 귀국길에 꽃다발을 받을 수 있을까.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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