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sheep to shop…고객 사로잡는 제냐의 100년 경영 철학

제냐 가문의 4대손이자 그룹 총괄 CEO인 질도 제냐의 사촌형제 파올로 제냐(64) 회장. 2006년부터 제냐 원단사업을 이끌어왔다.

제냐 가문의 4대손이자 그룹 총괄 CEO인 질도 제냐의 사촌형제 파올로 제냐(64) 회장. 2006년부터 제냐 원단사업을 이끌어왔다.

1910년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트리베로에서 시작된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이하 제냐)의 핵심 산업은 ‘원단’과 ‘의류’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최상의 원단이 뒷받침 돼야 최고 품질의 의류를 만들 수 있다는 철학 때문이다.  

제냐 그룹 원단사업담당 파올로 제냐 회장

창립 이래 ‘제냐 원단’은 최고급 슈트 원단을 표현하는 대명사로 통한다. 원산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원료 조달 방식으로 최고급 천연섬유만을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원산지의 중요성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제품 레이블마다 ‘호주산 초극세 울’ ‘내몽골산 캐시미어’ ‘남아프리카산 모헤어’ 등 원산지를 구체적으로 표기한 것도 제냐가 업계 최초다.  
지난 4월 호주 시드니 피에르 원 호텔에서 진행된 제냐 울 어워드 현장. 실내에는 결승 진출자들이 생산한 양모들이 배치돼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월 호주 시드니 피에르 원 호텔에서 진행된 제냐 울 어워드 현장. 실내에는 결승 진출자들이 생산한 양모들이 배치돼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최상의 원료를 지속적으로 조달받기 위해서는 현지 지역사회와의 긍정적 관계 구축은 필수. 제냐는 현지에서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는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그 중 하나가 ‘호주 울 어워드’다. 1963년 호주 울 생산자협회(ASWGA)와 함께 호주 울의 중요성을 알리고 세계 최고 품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들을 지원, 독려하기 위해 제정한 행사다. 전문가들이 양모와 섬유의 얇기·스타일·길이·컬러·고르기 등을 평가해 가장 뛰어난 품질을 생산한 양모 업체에게 트로피를 시상한다. 또한 10팀의 결승 출전자가 제출한 양모는 시장 기준가격의 50%의 피리미엄을 붙여 제냐가 독점구매 한다.  
올해도 지난 4월 25일 호주 시드니 피에르 원 호텔에서 55회 울 어워드가 진행됐다. 현장을 직접 지휘한 사람은 제냐 가문의 4대손이자 그룹 총괄 CEO인 질도 제냐의 사촌형제 파올로 제냐(64) 회장이다. 2006년부터 원단사업을 이끌어온 그를 현지에서 직접 만나봤다.    
 
-양모 생산자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나.
“좋은 품질을 생산하는 호주 울 생산자들을 독려하고 긴밀한 유대감을 다지기 위해 아버지와 삼촌이 처음 시작했는데, 현존하는 울 관련 시상식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상식이 됐다. 울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알아주는 구매자가 필요했고, 우린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생산자가 필요했다. 다만, 생산자는 품질 기준을 스스로 발전시킬 수 없고, 우린 나날이 변하는 품질 변화에 대응해야했기 때문에 ‘울 어워드’라는 방식을 생각했고, 결론적으로는 매년 최고 품질의 울을 생산해 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호주 메리노 양의 속털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하얗다. 울 원단은 이 속털을 이용해 만든다.

호주 메리노 양의 속털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하얗다. 울 원단은 이 속털을 이용해 만든다.

 
-호주 메리노 울과 일반 울과 무엇이 다른가.
“메리노 양에서 얻은 울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고 입었을 때 마치 내 피부처럼 부드럽다. 그 중에서도 제냐가 구입하는 울은 우리가 제시하는 최상의 기준을 통과한 것들이다.”
 
제냐 울 어워드 심사표. 전문가들이 정한 까다로운 기준에 따라 평가 점수를 매겨 우승자를 결정한다.

제냐 울 어워드 심사표. 전문가들이 정한 까다로운 기준에 따라 평가 점수를 매겨 우승자를 결정한다.

-울 어워드를 통해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우리의 원칙인 ‘쉽 투 숍(sheep to shop·원재료인 양모 수급부터 고객이 완제품을 만나는 매장까지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컨트롤한다는 의미)’의 우수성과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 울 생산자들과 우린 각 분야의 최고 장인으로서 전통과 원칙을 고수하며 옷을 만들어왔다. 지금 패스트 패션이 트렌드라지만 전통과 원칙을 고수하는 이들의 노력과 신념은 요즘 세대들과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 시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한국 시장을 좋아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를 설립한 사람도 나다. 한국의 재단사들에게 원단을 공급하면서 맺은 관계가 벌써 5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매우 우아하고, 옷을 더 잘 입기 위해 노력하며, 슈트의 실용성을 생각하며 품질을 중요시한다. 때문에 한국에서 제냐가 더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호주 메리노 양으로부터 얻은 양모는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고 섬세하다.

호주 메리노 양으로부터 얻은 양모는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고 섬세하다.

-제냐의 슈트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 줄만큼 좋은가.
“우리의 비즈니스를 생각하면 그 아이디어는 안 좋지만(웃음) 이상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제냐의 슈트는 대를 이어 입을 만큼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아버지의 슈트를 물려 입기 보다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좋은 품질의 브랜드 양복을 본인의 취향대로 입고 싶을 것이다.”
 
-집에서도 세탁이 가능한 슈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나도 가끔은 슈트를 벗어서 바로 세탁기에 넣고 싶을 때가 있었으니까. 우리는 항상 고객 입장에서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혁신을 추구해왔다. 또 원단의 품질부터 단추의 실 마감처리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고객이 상상하는 색다른 원단, 예를 들어 가정에서 기계 세탁 후에도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는 슈트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제냐 그룹이 지분의 60%를 갖고 있는 호주의 아킬 농장. 제냐는 이 농장을 통해 직접 양모를 생산해 옷을 매장에 걸기까지 전 과정을 브랜드가 직접 엄격하게 관리하는 '쉽 두 숍(sheep to shop)' 수직생산체계를 실행하고 있다.

제냐 그룹이 지분의 60%를 갖고 있는 호주의 아킬 농장. 제냐는 이 농장을 통해 직접 양모를 생산해 옷을 매장에 걸기까지 전 과정을 브랜드가 직접 엄격하게 관리하는 '쉽 두 숍(sheep to shop)' 수직생산체계를 실행하고 있다.

파올로 제냐는 2014년 호주 시드니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6336ac(약 770만평) 규모의 아킬(Achill) 농장의 지분 60%를 사들였다. 현지 운영은 나머지 40%의 지분을 소유한 6대 울 생산자인 찰스 코벤트리가 담당한다. 제냐는 이 농장에서 직접 키운 메리노 양의 울을 사용해 새로운 패브릭을 생산할 계획이다. 아킬부터 제냐까지(Achill to Zegna), 즉 옷을 만드는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브랜드의 철학대로 컨트롤하는 수직생산체계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농장에는 수십 만 그루의 나무도 심었다. 청정한 자연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제냐 그룹은 설립 초기부터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자연환경 보호’라는 창업자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벌여왔다.
 
-제냐 그룹은 환경 보호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지구에 잠시 머무는 동안 자연환경을 악화시키지 않고 보전하면서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게 우리의 목표다. 기술발전 등을 통해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두고 환경오염을 미리 방지하는 한편,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3년에는 산악 지역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100㎢(약 3000만평)의 ‘오아시 제냐(제냐 원단사업의 핵심지인 이탈리아 북부 트리베로에 조성된 친환경 생태공원)’를 건립하기도 했다.”  
제냐 그룹이 소유한 아킬 농장의 자연. 제냐는 이 최상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제냐 그룹이 소유한 아킬 농장의 자연. 제냐는 이 최상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아킬 농장의 식목 작업도 같은 목적인가.  
“우리가 직접 양을 키우는 아킬 농장보다 더 나은 자연 환경은 없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나무를 지속적으로 심고 있는데 사실상 우리는 믿음을 심는 것이다. 초록색 믿음은 창업주의 신념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 후손들은 제냐 재단을 통해 현재 이탈리아 환경 기금과 손잡고 이탈리아 친퀘 테레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속 가능케 하는 복구 활동 등 더 나은 자연환경을 위한 가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옷을 잘 입고 싶은 남자들에게 팁을 준다면.
“스스로를 나타낼 수 있게 입으라고 권하고 싶다. 유니폼 같은 옷은 정말 끔찍하다. 어제와 똑같은 양복을 입더라도 타이를 다른 방식으로 맨다든가 해서 늘 ‘차이’에 신경 쓴다면 멋쟁이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 울 슈트를 추천한다면, 나는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의 것을 선택할 것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시드니=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