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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지시했다" 풋볼선수의 고백, 日손타쿠 문화 가격

"아베 스캔들과 달리 통쾌" 풋볼 반칙사건에 일본이 들썩
 

윤설영의 일본 속으로

지난달 22일 도쿄 치요다구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스무살의 미야가와 다이스케(宮川泰介)선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라이벌 대학과의 미식축구 경기에서 상대팀 선수에게 반칙 태클공격을 한 이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했다"고 했다.  
 
니혼대 미식축구팀 미야가와 다이스케 선수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 도중 눈을 질끈 감고있다. [AP=연합뉴스]

니혼대 미식축구팀 미야가와 다이스케 선수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 도중 눈을 질끈 감고있다. [AP=연합뉴스]

니혼대 미식축구 선수인 미야가와 다이스케가 지난달 22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상을 입힌 상대팀 선수와 가족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혼대 미식축구 선수인 미야가와 다이스케가 지난달 22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상을 입힌 상대팀 선수와 가족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자신이 부상을 입힌 상대팀 선수와 가족에게 “큰 피해과 폐를 끼친 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라며 약 20초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정작 반칙 태클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감독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5월 초 대학간 미식축구 경기에서 발생한 반칙 태클사건을 두고 일본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사건 발생 한달이 지나도록 논란이 식기는 커녕 문부과학성 장관까지 나서는 등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는 거의 한달째 매일 신문 1면과 사회면, 스포츠면을 장식하고 있고, TV는 관계자들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할 정도다. 단순한 태클 사건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 많은 일본인들이 정치스캔들 못지 않은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라이벌 대학 시합서 발생한 반칙 태클 사건…한달째 ‘뜨거운 감자’
 
사건은 지난 5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니혼대학교(日本大学)와 간세이가쿠인대학교(関西学院大学·이하 간가쿠대)의 미식축구 정기전. 두 대학은 오랜 라이벌 관계로 이날 경기에선 유독 거친 플레이가 펼쳐졌다. 경기 초반, 공을 패스한 간가쿠대 선수 뒤로 니혼대 선수가 태클 공격을 걸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백태클 공격을 받은 선수는 뒤로 허리가 꺾이면서 넘어졌다. 이 선수는 무릎과 허리 부상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사건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니혼대학 선수(빨강 유니폼)가 무방비 상태인 간세이가쿠인대학 선수(파랑 유니폼)에게 백태클을 가하고 있다. [사진 TV아사히 캡쳐]

니혼대학 선수(빨강 유니폼)가 무방비 상태인 간세이가쿠인대학 선수(파랑 유니폼)에게 백태클을 가하고 있다. [사진 TV아사히 캡쳐]

 
사건의 성질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니혼대 선수들로부터 “감독이 반칙을 하도록 시켰다”는 증언이 나오면서부터다. 우치다 마사토(内田正人) 니혼대 감독은 “상대팀 쿼터백 선수를 쓰러뜨려라”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반칙하라는 얘기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경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뛰라는 얘기였지 “의도적으로 난폭한 행위를 하라고 선수에게 가르친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이었다. 우치다 감독은 “‘쓰러뜨려라’라는 건 흔하게 쓰는 말이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받아들이는 방식의 괴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①'감독 1강(强)' 미식축구팀에도 '손타쿠'… 아베 정권과 판박이
 
그렇다면 선수는 정말 지시를 잘못 알아듣고 반칙행위를 했던 걸까. 팀 동료 선수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감독의 지시는 절대적이며 거스를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니혼대 선수들은 성명문을 통해 “감독과 코치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라왔다. 커뮤니케이션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팀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선수는 지시를 받고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손타쿠’(忖度·윗사람의 뜻을 알아서 헤아려 행동함) 즉, 감독의 뜻이라 생각하고 반칙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이 이 사건을 정치스캔들처럼 흥미있게 다루는 첫번째 이유가 여기 있다. 아베 정권을 둘러싼 모리토모, 가케학원 비리 의혹에서 관료들이 보여준 ‘손타쿠’가 대학캠퍼스에서도 똑같이 벌어진 것. 많은 일본인들이 “위로 고개를 쳐들어선 안된다는 일본의 정신문화가 오랜 시간 배양된 것”이라는데 공감했다. 
 
특히 우치다 감독은 하위권이었던 니혼대 미식축구팀을 17년만에 전국 우승자 자리에 올려놓은 미식축구계 최고 실력자였다. 학교 재단에선 이사장 다음으로 높은 자리인 상무이사직도 겸하고 있어, 인사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었다. 선수들의 취업에도 감독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마디로 니혼대 미식축구 팀은 ‘감독 1강(强)’의 세계였던 셈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 본래 의미 사라진 ‘부카츠(部活)’…“나도 힘들었다” 대공감
 
이번 사건이 부카츠(部活·서클활동) 도중 벌어졌다는 점도 많은 일본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에선 중고등학교 때부터 야구, 축구, 육상 등 스포츠 서클 활동에 거의 의무적으로 참가하기 때문이다. 니혼대 우치다 감독의 폭행 등 혹독한 훈련방식이 알려지면서 “나도 학창시절 지도교사로부터 폭언을 듣거나 심한 정신적 압박감을 경험했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전국 학교에 뿌리내리고 있는 부카츠는 일본 생활체육의 힘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부카츠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학생들의 호소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시합성적이나 메달 획득에 매달린 나머지 본래 부카츠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블랙 부카츠’의 저자 우치다 료(内田良) 준교수는 아사히신문에 “부카츠는 강호팀일수록 감독의 권력이 세지기 쉽다. 이번 사건에선 감독이 자신의 영향력에 대해 너무나 무감각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③ 정치권엔 없는 진실규명ㆍ정의회복에 '대리만족'
 
니혼대 미식축구팀 우치다 마사토(앞쪽) 감독과 코치가 지난달 23일 사죄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우치다 감독은 그러나 전날 팀 소속 선수의 '감독의 지시가 있었다'는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했다. [교도=연합뉴스]

니혼대 미식축구팀 우치다 마사토(앞쪽) 감독과 코치가 지난달 23일 사죄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우치다 감독은 그러나 전날 팀 소속 선수의 '감독의 지시가 있었다'는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했다. [교도=연합뉴스]

 
반면 반칙을 한 당사자인 미야가와 선수의 용기있는 행동은 모두를 감동시켰다. 그는 니혼대가 변명으로 일관할 때 홀로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혔다. 스스로 “더 이상 미식축구를 할 자격이 없다”며 그만두겠다는 뜻도 밝혔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외무성 간부는 "갓 스무살이 된 선수가 그동안 혼자 속앓이 했을 걸 생각하니 눈물이 날 뻔했다"고까지 말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13일만에 마지못해 억지 사과를 한 우치다 감독과 크게 대비됐다. 니혼대 학장의 뒤늦은 사죄와 홍보팀의 안하무인식 대응도 사태를 키웠다. 저널리스트인 시모무라 켄이치(下村健一)는 “어린 학생을 화살받이로 세운 데 대해 니혼대는 교육기관으로서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세이가쿠인대학의 오노 히로무(왼쪽) 감독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간세이가쿠인대학은 반칙태클을 지시한 니혼대학의 감독과 코치를 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교도=연합뉴스]

간세이가쿠인대학의 오노 히로무(왼쪽) 감독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간세이가쿠인대학은 반칙태클을 지시한 니혼대학의 감독과 코치를 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교도=연합뉴스]

 
결국 지난 29일 니혼대가 소속된 간토(関東)지역 학생미식축구 연맹은 임시이사회를 열고 니혼대 감독과 코치에 대해 ‘제명’ 처분을 결정했다. 
연맹에서 ‘제명’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선수를 궁지로 몰아넣어 상대팀에 부상을 입히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며 “지도자로서 실격”이라는 판단이 뒤따랐다. 
 
현실 정치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진실 규명과 정의회복이 이뤄진 것은 이 사건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반전이었다. 현실에서 느끼지 못한 통쾌함이 많은 일본인들이 이 사건에 열광한 세번째 이유다. 미야가와 선수에 대한 처분은 유보했다.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아직 스무살이라는 점, 팀 동료선수들의 진심 어린 반성문이 영향을 미쳤다. 간가쿠대가 니혼대 감독과 코치를 상해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여서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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